되돌아 보게 되는 계절, 가을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렜던 봄을 지나, 치열했던 여름도 지나 어느새 가을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깊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잔잔하게 느껴지는 그런 가을이 왔다.
아무도 모르게 한 걸음씩 천천히, 조심스레 찾아온 가을. 하늘을 올려다본다. 크게 숨을 쉬어본다.
바쁘게 지내온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당신은 이 가을을 어떻게 지나고 있는가.
열매가 여물어 간다
푸른 잎들로 풍성했던 나무는 어느새 그 푸른빛을 내려놓고 빨갛고 노란 새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름내 쏟아지던 뜨거운 햇살과 세차게 퍼붓던 비도 묵묵히 견뎌낸 그들이다. 잎들이 지고 난 자리에 작고 여린 열매 하나 맺히더니 이내 가지마다 열매들이 단단하게 여물어간다. 마음 한 구석이 푸근하고 넉넉해지는 순간이다. 깊어가는 이 가을…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단단하게 여물고 있을까.
한가위 보름달은 크다
가을 하늘은 여느 때와 달리 유난히 높고 푸르고 잔잔하다. 밤하늘에 떠오른 달은 더없이 밝은 빛을 내며 조용히 우리를 비춰준다. 이렇게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달빛 아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 어느 해보다 크고 밝다는 이번 한가위 보름달 아래, 보고 싶었던 가족들 한자리에 모두 모여 서로의 행복을 빌었으면 좋겠다. 여름내 고생 많았다고 서로의 어깨를 따뜻하게 토닥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여문다. 열매가 여물 듯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다.
열심히 달려왔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왔다. 발길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니 고단했던 일상에 이제 조금씩 여유가 느껴진다. 하늘도 보이고 바람도 느껴지고 길가의 들꽃 하나에도 마음이 간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해지는 가을이다.
이룬 것이 없다고,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고 해도 조급해하지는 말자. 같은 나무에서 난 열매라도 제각각 그 맛과 때깔, 크기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이 가을은 이제 막 우리에게 찾아왔을 뿐, 아직 우리에게 가을을 느낄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