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웨딩마치 ‘컬처 인사이드 100’

 

봄은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연인들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날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결혼 문화는 엄연히 존재했다. 웨딩드레스에도 변천사가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결혼 문화에도 역사가 있다. 지금은 청첩장도 모바일로 보내고,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결혼기념사진을 꺼내볼 수 있다. 하지만 흑백사진 한 장 갖는 것조차 힘든 시절도 있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했던가. 100년 전 신여성의 결혼식부터 2015년 오늘의 결혼식까지, 결혼의 계절 봄을 맞아 ‘우리나라 결혼 100년사’를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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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결혼식, 사진=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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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결혼식으로 추정되는 전통혼례식 모습, 사진= 한국사진사연구소

 

8.15해방 전 까지만 해도 전통혼례 사진을 보면 신부들이 떠구지머리(가체)를 얹고 큰 머리를 튼 다음 떠구지 댕기를 드리워 큰 비녀를 꽂았다. 신부의 얼굴에는 두 볼과 입술에 연지를 찍고 미간 위쪽 이마에는 곤지를 찍었다. 전통혼례에서 신부에게 찍는 연지곤지는 순결함을 상징하기도 하고 혈기왕성한 붉은 핏기를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음양론에 따르면 붉은색은 귀신이 질색하는 색이다. 결혼식 날, 시집 장가를 못 간 처녀, 총각귀신의 시샘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설도 있다. 전통혼례상을 보면 닭 한 쌍을 올려놓는데, 암탉은 다산을 나타내고 수탉은 처자식 부양을 나타낸다. 또 경사에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일제강점기_김선희혼례복(재현)_출처_김은영제공 김선희 혼례복(혼례사진)_출처_김은영 제공

▲ 김선희 혼례복(재현)과 1935년 당시 혼례식 모습, 사진= 김은영

 

1930년대 근대시인 김광균의 결혼식

 

위 사진은 근대시인 김광균(金光均, 1914∼1993) 씨와 부인 김선희(1919∼2007) 씨의 혼례(1935년)때 김선희가 착용한 혼례복으로, 김광균 씨 집안에서 제작한 것이다. 연한 녹색 비단으로 만든 혼례용 원삼에 가장자리를 따라 붉은 선단을 대었다. 소매에는 여러 색상의 색동이 달려 있고 수구에도 홍색 선단을 대었다. 홍색 치마는 흰색 옥양목 치마허리가 달린 전형적인 형태이다. 당시 혼례식 사진도 남아 있어 제작년도와 착용자가 확실한 의복으로 근대시기 직물과 복식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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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후반 결혼식 ‘신여성과 모던보이의 결혼’, 사진= 황정호

 

1930년 후반, 전통혼례에서 신식 스타일로의 변화

 

1910년 일본의 국권침탈 이후부터는 당대를 주름잡던 모던걸, 모던 보이들이 ‘명월관’ 같은 큰 식당에서 신식 결혼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1930년대부터는 ‘김구 예식부’, ‘만화당 예식부’ 등 전문 예식장이 종로 근방에 들어섰고, 이곳에서는 전통혼례 대신 서양식 예식을 거행했다. 위의 사진은 1930년대 후반에 찍은 결혼식 모습으로 김구 예식부 또는 만화당 예식부에서 촬영 것으로 추정된다. 족두리와 연지곤지, 한복 대신 양복과 드레스로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은 카페, 신문사, 은행, 극장 등 이미 근대적인 문물이 갖춰지고 있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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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결혼식 모습, 사진=영화 <국제시장> 스틸컷

 

산업화로 예식장 결혼식의 증가

 

1950년대는 6.25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피난한 사람들은 결혼식을 치를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때 당시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결혼식장이 생겨났다고 한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결혼식장은 종로구 관훈동에 있었던 ‘종로예식장’으로 강당 같은 공간에 의자가 나열된 형태였다. 1960년대부터는 예식장 결혼식이 성행하던 시기다. 더불어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착용한 신부들의 모습도 점점 더 화려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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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결혼식 모습, 사진=정자은

 

서구화에 따라 화려해지는 1980년대

 

1980년대는 결혼식을 예식장에서 하는 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기다. 일부 부유층에서는 상당히 화려하고 사치스런 결혼식을 치르기도 했는데, 국가에서는 허례허식이라 해 호텔 결혼식을 금지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서구식 스타일의 예식장 결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팽배해져, 전통혼례를 치르는 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1999년 호텔에서 예식을 금지하던 법률이 폐지되었고, 유명스타들이 결혼식 장소로 호텔을 선호하며 호화 결혼식이 다시 세간의 주목받았다. 이때 유행하던 웨딩드레스를 보면 프릴, 레이스, 어깨가 풍성한 스타일의 디자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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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유행 중인 웨딩촬영 모습, 사진=김정아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결혼, 2000년대

 

2000년대 이후부터는 결혼을 하나의 의식이라기 보다 파티처럼 즐기자는 인식이 생겨났다. 신랑이 신부를 위해 직접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가 하면, 친구들이 재미있는 춤과 노래로 작은 이벤트를 선물해주기도 한다. 연예인들처럼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의 촬영스튜디오를 골라 세련되고 전문적인 느낌의 웨딩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과도한 결혼준비비용을 절약하자는 의식이 생기면서, 셀프웨딩촬영이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하우스웨딩, 에코웨딩 등 다양한 결혼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