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달라진 만큼, 아빠의 모습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아빠는 권위적이고 무뚝뚝하다’는 것도 옛말이다. 양육은 아빠와 엄마, 모두의 몫이니,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태도가 바뀌면 우리 아이들의 성격과 미래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누구나 ‘아빠’가 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오름교육연구소 구근회 소장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아버지’ 되는 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누구나 ‘아빠’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가장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프렌디(Friendy)이다.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아빠를 뜻하는 대디(Daddy)를 합친 프렌디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한다. 요즘 대중매체에서는 가족 내 권위의 상징이었던 과거의 ‘아버지’를 시대의 퇴물처럼 묘사하는 반면, 다정하고 따뜻한 ‘아빠’는 이상향처럼 그리고 있다. 한마디로 아버지는 쇠락하고, 아빠가 부상하는 시대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육아 예능프로그램 속에서 그려지는 아빠의 모습은 모두 아이들에게 친구와 같은 다정다감한 존재이기만 하다.
하지만 세상의 아빠들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한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아빠와 아버지의 차이는 다정하냐, 혹은 권위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벼움과 무거움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두는 아빠로서의 가치가 점점 무게를 더해갈 때 아이는 아빠를 ‘아버지’라고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게 된다.
나는 지금 우리 아이에게 아빠인가, 아버지인가?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내가 아빠가 될 것인가, 아버지가 될 것인가를 선택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잠깐 멈춰 서서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좋은 아빠 되는 법
하나, 역지사지 대화법 실천하기
아이가 성장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바로 아이와의 소통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무슨 중요한 문제가 있어도 끝내 입을 다물어버리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문제가 곪아터지도록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모라면 아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상태는 어떤지를 잘 알아둬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법이다.
아이와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나 자신이 아닌 아이의 입장이 되어 말해보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말은 죽은 말이다. 역지사지는 상대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아이의 입장에서 말해야만 아이와 잘 소통하고 아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유아기: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북돋아줘야 한다.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가 특히 그렇다. 아이의 감정 자체를 인과관계로 따지기만 하면 점차 감정을 숨기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받아줘야 한다.
*아동기: 꿈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의 주장이나 요구를 흘려듣기보다는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버벅거리더라도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춘기: 사춘기는 정체성의 혼란과 더불어 교우관계, 시험 등에 대한 불안감이 많을 때다. 아이의 행동이나 생각을 제한하고 구속하는 말보다는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과거 본인의 경험담, 진솔한 격려의 말 등을 건네는 것이 좋다.
둘, 아이와 스킨십하기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올바른 소통을 하려 할 때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스킨십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와 눈만 마주치면 뽀뽀를 하며 인사를 나눈다. 대화를 나눌 때에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면서 감정이 공유되고 소통이 잘 이뤄지고, 아이 편에서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셋, 하루 10분 아이와 놀아주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놀이이다.
실내에서라도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좋지만 이왕이면 야외로 나가 땀 흘리며 놀이를 즐긴다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과 인성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아이는 아빠와 더 친해지고, 깊은 교감을 갖게 된다. 어린 시절에 아빠와 자주 놀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아이는 아빠와의 행복한 추억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평생 간직할 추억을 빼앗는 우를 범하지 말자.
넷, 아버지의 꿈을 먼저 이야기하기
아버지가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DQ다. DQ는 Dream Quotient(꿈 지수)의 약자로,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능력을 나타내는 용어다.
DQ가 높은 사람들은 미래의 꿈을 현실화시키려는 열정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에 대한 집중력과 의지력도 강하다.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의 DQ를 높이려면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꿈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꿈을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 해답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한 아이 주변에는 구체적인 꿈을 키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드리머(Dreamer)가 있다는 것이다.
간혹 선생님과 같은 주위의 사람들이 드리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부모가 드리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아버지가 드리머인 경우에는 아이들이 아버지를 닮아 드리머로 성장해갈 확률이 더 높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꿈에 대해 들으면서 자연스레 아이 자신도 꿈의 기틀을 잡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꿈을 소중히 여기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면 아버지인 나의 꿈부터 그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이라는 나무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물을 주는 모습을 아이에게 비춰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도 스스로 자신의 꿈나무를 키우며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물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