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선 동화작가에게 듣는
‘아이에게 좋은 동화란?’

 

어렸을 적 부모에게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인가. 어른인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선물을 받았던 날에 얽힌 추억이 소중해서일 것이다. 선물을 받았던 날, 부모님께서 지으셨던 표정, 그리고 전달된 마음이 더 기억에 남아 있을 테니까. 아이가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다는 것도 그런 추억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행동을 하며 각자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마음속의 따뜻한 선물로 남게 된다. 가족의 달 5월, 동화작가 채인선을 만나 ‘아이에게 좋은 동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불문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동화를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육아와 일을 해내던 워킹맘 시절, 퇴근 후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래야 집안일을 할 수 있었죠.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게 엄마가 집에 왔다는 신호였던 것 같아요. 악어가 주인공인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자주 읽어 줬었죠.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는 제 주변을 맴돌며 악어는 어떻게 됐냐며 계속 물어봤어요. 아이들 질문에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줬고, 자기 전에 그 내용들을 정리해 모은 것이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터라, 그 일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되었고, 동화작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Q. 자녀분께 동화를 들려주다 동화작가가 된 만큼, 작업에 있어 자녀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친구들과 함께 앉혀 놓고 완성된 동화를 들려주며 반응을 살펴보곤 했었죠. 성인이 된 지금은 전반적인 느낌들을 소소하게 평을 해주고 있고요. 아이들을 키울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 아이를 남의 아이로 생각하고, 남의 아이를 내 아이로 생각하자’입니다. 옆집에 살던 아이와 우리 아이가 반대적인 성향을 가진 서로의 엄마를 부러워했어요. 하도 그러기에 하루 정도 집을 바꿔 생활하게 했죠.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아이와 나와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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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우리나>는 채인선 작가가 아이들에게 악어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들려주다  탄생되었다는 동화책이다.

 

Q. 작가님은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요. 또 동화를 읽어 주는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작품 속에 의도적으로 또는 특별한 메시지를 넣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동화 곳곳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고 할까요. ‘스스로 알아서 해라’,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다’, ‘자율적인 인간이 되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그건 비단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의 가치관이다 보니, 동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Q. 1995년도에 동화작가로 데뷔하셨습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동화 흐름에 변화가 있는지요?
예전 동화에는 교육적인 내용이 강조되었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고, 그래서인지 위인전이 참 많았습니다. 동화를 쓰기 시작한 시기부터는 삶의 즐거움이랄까, 일상에서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아이의 이야기, 다문화 가정 등 사회성이 짙은 동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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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웃의 이웃에는 누가 살지?>, 5권의 어린이 교양시리즈인 <인성의 기초를 다지는 감정 교과서>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시고 계십니다. 최근에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지요?
건강을 주제로 한 실용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내 몸을 어떻게,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필요합니다. ‘안전, 건강, 교양’을 3권의 시리즈로 엮어 부드럽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교양 있게 자라야,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킬 테니까요. 아이를 위한 건강 실용서가 필요하단 생각에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5월말이나 6월초면 서점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인성의 기초를 다지는 감정 교과서> 시리즈는 슬픔, 기쁨, 화, 외로움, 두려움이라는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특별히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인생도 건강해집니다. 아이들을 키워 보니,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소용돌이와 응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잘 모릅니다. ‘심심해, 몰라, 짜증나’ 등의 표현은 정말 그래서가 아닐 수 있는 것이지요. 잘 모르면 전부 ‘짜증나, 몰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로, 슬픔이란 감정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느끼게 되는 건지 안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더 정확히 표현하게 됩니다. 부모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요.

 

Q. 5월은 가족의 달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이웃의 이웃에는 누가 살지?>는 가족과 이웃에 관련한 내용인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외국 속담에 ‘한명의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이 말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아이는 혼자 클 수도, 자신의 가족 안에서만 성장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는 혼자 크는 것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함께 크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을 포함해 더 큰 가족인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은 혈연을 넘어 많은 사람들과의 고리를 표현 해주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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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아이에게 좋은 동화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이에게 좋은 동화란 읽었을 때 스스로 깨닫는 것이 있는 책입니다. 책을 읽고 정서적인 공간이 채워지는 게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여러 동화들을 읽어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마다 시기, 취향 등이 저마다 다른데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죠. 서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새로 나온 신간 몇 개를 골라 주기보다, 부모가 먼저 읽고 감명 받은 책을 선물해 주면 그것이 좋은 동화라 생각합니다.

 

Q.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정작 부모는 TV만 보기도 합니다. 부모의 역할에 있어 본보기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책을 잘 읽는 아이를 만들려면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재미있게 독서를 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연출이 아닌 진짜 흥미를 느껴야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작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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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려서부터 책을 읽으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는 아마 없을 겁니다. 독서에 흥미가 적은 학부모들도 꽤 될 것 같은데, 그분들에게 요령을 전수해주세요.
지금 어른들이 아이일 때는 지금처럼 책이 많지 않았으니, 동화책을 같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려면 부모가 어린이 책을 같이 읽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보통 부모와 아이는 상하 관계 속에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각자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대화를 하면,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떤지요?
독서는 정보 습득,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행위입니다. 전자책은 화면을 통해 책을 읽는 것인데, 이는 ‘관람’에 그친다고 봅니다. 종이책은 자연에서, 전자책은 기계에서 온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포옹하는 것처럼, 종이책을 만지거나 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포옹입니다. 생명의 온기를 나누는 행동이죠. 하지만 태블릿은 공장에서 만든 기계이고, 체온이 없는 차가운 물질입니다. 사람이 자연 안에서 치유를 받는 것처럼, 종이책을 만지는 것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책을 펼치고 다음 장으로 넘기는 행동은 행위의 주체가 자신임을 일깨워 줍니다. 시작과 끝, 순환과 호흡처럼,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자신이 좌우하며 관찰하는 느낌을 받죠. 신문에서 스티브 잡스 관련 기사를 읽었는데,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그 기기의 사용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서 사고를 하도록 교육시켰다고 하더군요. 일주일에 30분만 컴퓨터 사용을 허락했는데, 결국 사람의 사고는 IT기기가 아닌 책을 통해 시작됨을 말해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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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웹진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마음속에서 어른과 아이를 따로 구분하진 않습니다. 몸이 건강하려면 마음도 건강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죠. 마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 마음의 중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법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운동을 하는 것 등 다양하지만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부작용이 없으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