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수많은 여행자와 삶을 함께하다
백년 된 한옥게스트하우스

 

삶을 살다보면 지칠 때가 있다. 좋은 구경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신없이 바쁜 삶에도 가끔은 ‘여유’가 필요하다.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낯선 여행지로 기분전환을 하러 떠나보자. 이번 여름여행은 조금 색다르게 한옥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보자. 한 형제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백여 년 된 종로 골목길의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수많은 여행자와 삶을 함께 살아가는 그들만의 도심 속 이색 라이프를 살펴보았다.

 

종로를 그렇게 많이 갔었지만, 그곳에 그런 골목길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몇 발자국 움직였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비빔밥게스트하우스는 분명히 종로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 한옥 집이 자리 잡은 골목은 서울이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내부를 개조했지만, 백년 된 한옥의 큰 골조는 그대로 살려 운치가 잘 살아 있다. 마당을 중심으로 한 집은 ‘ㅁ’자 구조로 되어 있다. 옛 구조를 살려서인지 마당은 작지만 그 위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이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준다. 닮은 듯 안 닮은 듯, 형제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한다. 그들은 계획한 대로 굴러가는 삶은 재미가 없다며, 여행지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야 즐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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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스트하우스를 형제가 같이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저희는 명동, 동묘 등 각각 다른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었습니다. 양옥으로 된 게스트하우스였죠. 그때는 운영법과 철학을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던 같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형과 함께 운영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게스트하우스에 외국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했었는데, 그들에게 한국을 알릴만한 문화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때는 한복체험이 고작이었으니까요. 외국 여행자들에게 한국의 문화가 느껴지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비빔밥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비빔밥게스트하우스만이 주고자 하는 추억거리가 있는지요?

한국의 의식주를 체험하면 한국문화를 좀 더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전통한옥과 한식 제공 그리고 한복이었죠. 물론 이 한옥은 개조가 많이 된 것이죠. 각 방마다 화장실도 있고요. 대신 원래 있던 한옥의 큰 틀은 살렸고, ‘ㅁ’자 구조도 있던 구조 그대로입니다. 옆 골목만 가도 시끄러운데, 이 길목은 신기할 만큼 고요하고 서울 같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시설은 현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지만, 묘하게 전통적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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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빔밥게스트하우스는 이름이 아침식사로 비빔밥을 제공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재료가 모였을 때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입니다. 외국인들에게는 찬사를 받는 건강식이기도 하고요. 이곳은 다양한 지역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게스트하우스에 묵게 됩니다. 숙박시설을 넘어 비빔밥처럼 한국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문 위에 새겨진 로고를 보면, 기와 밑에 비빔밥이 형상화돼 들어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서까래 끝의 문양을 상징하는데, 이것이 한옥 전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Q. 비빔밥게스트하우스는 100여년 된 전통 한옥입니다. 도심 속에 자리 잡은 한옥에 대한 내, 외국인의 반응이 어떤 지 궁금합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금은 50:50 비율인 것 같습니다. 내, 외국인의 반응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한국 분들도 대부분 양옥, 아파트에서 거주하다보니, 한옥을 경험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두 전통 한옥에서 묵는 것을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어렸을 적 추억을 되살리고자 방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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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젠 여행하면 게스트하우스라가 연상됩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사람들과의 소통, 함께 즐기고 배려하는 문화가 공존하는데, 이에 대한 대표님 생각은 어떤지요?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동시에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뿐입니다.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정이 되면 다 같이 아침과 저녁도 먹게 되는데,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일정에 대해 묻고, 여행정보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함께 맥주 한 잔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말입니다.

 

Q. 외국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나 음식이 있는지요?

바로 뒤에 위치한 경복궁이나, 종로에서 멀지 않은 북촌한옥마을, 삼청동, 창경궁처럼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청계천이나, 광장시장 등도 있고요. 평소 한국 사람들도 갈만한 곳을 추천해주는 편입니다. 음식은 삼계탕과 삼겹살을 많이 권합니다. 특히 삼계탕은 건강식이기도 하고, 외국 여행객들로부터 반응이 좋으니까요. 비빔밥은 저희 집에서 아침식사로 제공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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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양한 여행자들을 접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화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러시아에서 온 여행객이 있었는데, 영어를 못 하는 분이었습니다. 체크인할 때 병원을 통해 여행을 왔고, 원하는 물건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죠. 그런데 크니 삭스를 원한다고 여러 번 말하더라고요. 매일 같이 크니삭스만 찾더군요. 나중엔 무섭기까지 했어요. 알고 보니 ‘니삭스(knee socks)’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웨이크보드 챔피언이었는데, 한국이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고, 한국제품이 최고여서 니삭스도 구매하는 등 의료관광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제품을 파는 매장을 찾아 구매를 도와주었죠. 나중에 부천의 한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러시아 분이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서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말은 잘 안통해도 한국의 정을 알릴 수 있는 웃기면서 뿌듯했던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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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되거나 성취가 컸던 적은 언제인지요?

한국을 알리는 작은 외교관이란 기분이 들 때 가장 보람이 큰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 숙박을 하던 일본 여행객이 여행 도중, 여권과 지갑을 분실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말은 안통하고, 일본 번역 어플로 그 손님의 상황을 알게 되었죠. 몇 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봤지만 결국 못 찾았고요. 다음날 출국예정이었지만 못했죠. 많이 놀랐을 그 일본 손님에게 일본에 돌아갈 날까지 숙소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이제 친구니깐 괜찮다며 위로도 해주면서요. 일본으로 무사히 돌아간 그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나중에 일본 놀러오면 꼭 은혜를 갚겠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Q.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참 평화롭고 즐거워 보입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 보면 그들을 통해 위안을 받기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위안이 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느끼고요.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데, 한옥게스트하우스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한국 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려고 하는 이들이 주로 오는데요. 목적도 다르고 생각에도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그들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줄 아는구나, 여행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고, 옳은 여행방식이란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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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빔밥게스트하우스가 전하는 건강한 여행 팁은 무엇일까요?

우선 일정을 빡빡하게 짜지 말고, 느긋하게 천천히 즐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매일 같이 보내는 일상이 틀에 박혀 있으니, 여행에서는 그것을 깨는 도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전거나 도보여행을 하면, 빨리 지나가느라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감성도 느낄 수 있고요. 또 저희 게스트하우스는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전에 8시에 운동을 함께 시작합니다. 몸을 푸는 간단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여행을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죠. 한옥을 찾는 분들은 대개 웰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이소룡 운동을 개인적으로 즐겨했는데, 지금은 여행자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게스트하우스만의 재미있는 문화가 된 거죠.(웃음)

 

Q. 마지막으로 여행자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외국 관광객들은 비빔밥게스트하우스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