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원테이블레스토랑 이수부 셰프 인터뷰

 “건강한 식재료를 건강한 정신과 체력으로 요리합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지만 진짜 맛집이 아니었던 적,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에 발길을 돌렸던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음식이 참 맛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예전의 맛과 서비스를 잃어버린 곳도 경험해봤을 것이다. 최근 하루 한 팀만 받아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다. 이름 하여 원테이블레스토랑. 이 식당의 셰프들은 오직 한 팀만을 위해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집중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물질 그 이상의 가치에 있는 듯하다. 논현로에 위치한 원테이블레스토랑 ‘이수부’ 역시 그런 곳이다. 이수부레스토랑의 ‘이수부 셰프’를 만나 음식에 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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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수부레스토랑은 골목 안쪽에 있었다. 하마터면 지나칠 뻔한 작은 간판. 흰 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이수부라 써져 있는 것이 이곳을 알리는 전부이다. 아담하지만 밖에서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시원해 보인다. 커다란 원테이블과 키친이 심플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아늑한 레스토랑 안에서 셰프는 식재료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인테리어는 요리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의 음식철학을 느끼게 했다.

 

 

Q. 원테이블이라는 콘셉트로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제로 만든 발효식초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숍을 준비할 계획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캐주얼 데일리 숍이’라고 할까요. 식초류 외에 드레싱, 샐러드, 요거트, 샌드위치도 만들어 판매했었습니다. 가게를 열었을 때 이 공간에는 주방만 있었습니다. 동네 주민 분들이 오셔서 ‘샌드위치만 먹기에는 목이 막힌다’, ‘음식을 서서 먹으라는 것이냐’라고 말씀하셨죠. 계획대로라면 진열장을 놓아야 할 자리였지만, 손님들이 원하셔서 테이블을 들이게 됐습니다. 그렇게 제 요리를 먹기 위해 이곳을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저 역시 사람들을 기다리게 됐죠. 그렇게 이수부라는 이름의 원테이블레스토랑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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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점심과 저녁에 한 팀씩 받을 수도 있을 텐데, 하루 한 팀만 받는 이유가 있는지요?

이수부레스토랑은 예약운영제입니다. 총 1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최소 2명부터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점심과 저녁에 한 팀씩 받아 요리를 했었습니다. 혼자서 하기는 벅찼습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요. 오전에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점심이 되어 손님이 오면 음식을 준비합니다. 한 팀이 가고 나면 뒷정리를 하죠. 쉴 틈 없이 바로 저녁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제가 지치면 음식도 제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올해부터는 저녁에 한 팀만 받아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이곳을 찾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날에 이곳을 주로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가족 또는 동창모임, 프러포즈 같은 이벤트 등이 있습니다. 가족모임으로 이수부를 제법 찾는데요. 많은 모임 중 가족모임이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가족의 훈훈함이 전해주는 여운이라고 할까요?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음식서빙을 시키고, 아이들은 그것을 재미있어 합니다. 그렇게 다 같이 웃는 모습이 요리하는 저를 더 신나게 만들어줍니다. 또 몸이 안 좋아 외출을 부담스러워 해 이곳을 찾는 가족도 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제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가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평소보다 이수부 덕분에 많이 먹고 간다라고 말할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기억에 남는 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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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억에 남는 손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오보에 연주자와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지인이 데리고 온 분이었습니다. 그 오보이스트가 제 음식을 맛보고는 미묘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말씀하셨죠. 제 요리가 문화적 배경 또는 개인적인 철학에서 시작된 것이냐고 물었어요. 프랑스 음식은 간이 센 편이거든요. 제 요리는 간이 약해서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말에 살짝 당황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고 대답했죠. 건강한 재료로 건강한 요리를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리를 함에 있어 제 동기를 이해해주시고 그것을 말로 표현해주실 때면 뿌듯합니다. 행복하고요.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의 작은 울림이 느껴졌던 기분 좋은 추억입니다.

 

 

Q. 이수부에서는 셰프가 혼자 요리하고 서빙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손님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반응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시기도 합니다. 이수부의 단골이 된 손님들은 자기 집처럼 편하게 즐기시는 편입니다. 기다리면서 스스로 세팅을 하며 순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잔도 꺼내 와인을 드시기도 하고요. 격식을 차리며 먹는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아니라 금세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 자신이 먹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볼 수 있어서 반응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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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좋아하시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지요?

아무래도 공간을 함께 공유하면 만족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사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신경이 쓰일 수도 있죠. 가끔가다 본인들은 괜찮으니 한 팀을 더 받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한테 이익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두 팀을 동시에 받으면 음식의 흐름이 뒤엉킬 수도 있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어집니다. 작지만 공간 전체를 편하게 쓸 수 있고, 한 팀만 위해 집중하기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Q. 주로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요?

식재료로 육류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생선과 채소를 주로 사용합니다. 손님들이 가끔 물어봐요. 왜 육류는 잘 안하냐고요. 그럴 때면 농담처럼 설거지하기 싫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실제로 설거지를 할 때 육류를 사용한 식기류는 잘 안 닦입니다. 아무래도 씻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 작업 효율이 떨어지죠.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지방이 적은 생선류를 주식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농어나 광어, 숭어 등의 생선을 사러 시장을 갑니다. 전복과 조개는 매일 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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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이수부 셰프가 만든 발효식초가 들어간 연어샐러드, ② 조개로 육수를 내 만든 빠에야, ③ 카프레제샐러드

 

Q. 메뉴의 주제는 조금씩 변경되는지요? 어떤 식으로 메뉴를 구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5~7개의 코스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분기별로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철 식재료 위주로 변경되는 편입니다. 요즘은 카프레제 모차렐라, 연어샐러드, 생선찜요리, 메인은 조개육수로 끓인 빠에야 스타일의 밥, 디저트 정도로 구성됩니다. 이수부의 요리콘셉트가 ‘건강’이다 보니 튀김 요리는 하지 않습니다. 설탕이나 버터, 우유 등의 유제품도 사용하지 않고요. 발효유제품인 요구르트와 치즈는 예외입니다. 장류나 식초류는 쓰는 것을 좋아해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문 쪽에 보시면 ‘미니멀 키친 이수부’라고 적혀 있죠. 좋은 식재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고 터치는 최소화하자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Q. 건강한 맛을 추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수부 셰프님이 생각하시는 건강한 맛은 무엇인지요?

어렸을 적부터 건강한 체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좋은 식재료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몸에 좋은 재료를 먹어야 건강해지잖아요. 모든 식재료에는 에너지가 있다고 봅니다. 자연 속에서 살던 채소와 생선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맛 이전에 에너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강한 정신과 체력으로 요리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제 생각과 마음이 음식이 그대로 전달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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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셰프로서, 이수부 레스토랑의 포부 및 목표는 무엇인지요?

하루 한 팀만 받는 형식과 건강에 기반을 둔 콘셉트를 잘 유지하고 싶습니다. 이수부레스토랑이 더 잘 된다면, 정직한 먹을거리를 전하는 이수부레스토랑 프랜차이즈도 하고 싶고요. 더 나아가 제 가게를 발효된 전통식초류를 판매하는 ‘캐주얼 데일리 숍’으로 확장시켜보고 싶습니다. 진실 되고 건강한 즉석가공업을 생산해 판매, 유통하는 곳 말입니다. 요리하는 셰프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