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아름답게 하는 영화

쾌청한 날씨, 파란 하늘에 높게 뜬 구름이 가을을 알린다. 아직 남아있는 여름의 열기에 계절이 바뀌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가을과 인연이 깊은 특별한 영화들을 찾아 감상해보자. ‘가을’을 고스란히 담은 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만추

수감된 지 7년 만에 특별 휴가를 나온 여자 애나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남자 훈의 짧고 강렬한 사랑. 포스터에서부터 남녀가 함께 보낸 하루의 한 순간을 포착, 짧은 시간에 변해 갈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궁금증이 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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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심장 한구석을 건드리는 강렬하고 새로운 멜로의 탄생은 지난 가을, 그리고 지금의 가을 감성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영화의 배경인 시애틀의 안개 자욱한 분위기와 영상미는 훈과 애나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내듯 그 여백미가 눈길을 압도한다.

 

 

원스

사랑의 기억을 음악으로 기록한 2007년 최고의 뮤직 로맨스 <원스>. 덕분에 2007년 가을, 많은 관객이 이 영화 한편이 전해준 가을 정취에 푹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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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절제된 음악 안에 담겨진 영화의 정서를 눈과 귀가 아닌, 가슴과 심장으로 느끼게 해준다. 진솔하고 평범하지만 ‘빛나는’,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진심이 그대로 녹아있는 아름다운 노래들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미라클 벨리에

프랑스 샹송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 하여 프랑스 내에서 샹송 열풍을 불러 일으켜 화제가 된 영화 <미라클 벨리에>. 청각장애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등학생 폴라가 우연히 노래에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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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프랑스 유명 샹송 가수 미셀 사르두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곳곳에 녹여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 프랑스 국민 여동생 루안 에머라의 잔잔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짙은 감동을 담은  ‘Je vole’ (비상)을 비롯하여 부드러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하모니 ‘En Chantant’ (노래 하면서) 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에게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해피 해피 와이너리

<해피 해피 와이너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와인용 포도 산지이자 개성 넘치는 와이너리가 많은 홋카이도의 소라치 지역을 배경으로 삼는다. 터울 많은 형제는 포도농장을 운영하며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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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형제가 재배에 힘쓰는 피노 누아 와인은 좀처럼 원하는 대로 양조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캠핑카를 타고 나타난 정체 모를 여인이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며 형제의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과 달콤한 와인들이 화면을 가득 장식한다. 가을의 힐링 무비로 딱이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도시를 벗어나 시골마을 코모리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이치코의 슬로우 푸드 라이프를 담아낸 영화다. 직접 농사지은 작물과 채소, 제철 과일이 선사하는 풍족함으로 식탁을 채우는 소소한 일상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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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빵을 굽고, 잼을 만들고, 식혜를 담고, 밤 조림을 만드는 주인공만의 독특한 레시피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단순히 만들어진 요리를 ‘짠’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밥에 호두를 넣어 으깨고, 여기에 간장을 넣어 맛나게 비벼 ‘호두밥’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식이다. 마치 관객에게 ‘따라해 보라’고 손짓하는 느낌이랄까. 가을을 담은 미식 영화로 이만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