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의 뮤직토크] 같은 노래 & 다른 감동… 리메이크송

 

가수 이문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느 순간 내 팬이었던 엄마가 딸하고 같이 공연장에 오더라고요”라고. 리메이크의 장점은 명확하다. 어린 팬들에게 이른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리메이크는 어떤 가수들에게는 음악적인 돌파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리메이크 음반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이를 이후 발표할 신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11월호에는 이런 점들에 부합하는 리메이크 곡들을 모아봤다. 참고로 해외에서는 리메이크보다는 ‘커버(Cover)’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다는 점도 알아두자. 여긴 한국이니까 이 글에서는 리메이크로 통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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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광화문 연가’

이수영의 ‘광화문 연가’는 한국 가요 역사에서 리메이크 열풍을 불러온 진원지였다. 이 곡이 대히트 하면서 이후 리메이크 곡과 앨범들이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광경은 지금 돌이켜봐도 생생할 정도다.
어쨌든 이 곡에서 이수영은 원곡만큼이나 서정적인 감수성으로 곡을 소화하면서 이문세의 오리지널이 얼마나 위대한 발라드인지를 다시금 증명해줬다. 클래식에 기초를 둔 작곡가 고(故) 이영훈 씨가 우리에게 남긴 걸작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살 떨리는 듯한 이수영의 가창력은 지금 다시 들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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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너의 의미’

이 곡을 듣고서 다시 한 번 아이유가 얼마나 영민한 가수인지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그 옷들 중에서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특별한 옷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아이유가 부른 ‘너의 의미’를 들어보라. 산울림의 원곡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아이유는 이것을 더 여성적이고 가녀린 감수성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 곡은 아이유가 ‘항상 메고 다니는’, 그래서 아이유하면 떠오르는 어쿠스틱 기타로 편곡하기에 딱 알맞은 구성을 지니고 있다. 즉,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서도 장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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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윤 ‘본능적으로’

이 곡의 오리지널은 윤종신이다. 이 곡은 2010년에 발표되었지만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도리어 그의 제자라 할 강승윤이 이 곡을 다시 부르면서 원곡까지 화제를 모으게 된 경우다.
일단 두 곡은 키가 확연하게 다르다. 강승윤 쪽이 키가 더 높은데, 이 점이 히트의 키포인트였다고 본다. 키를 올리니까, 곡의 활력이 확실하게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곡을 잇달아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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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얼 ‘귀로’

박선주 원곡이지만 아마도 이 곡을 나얼의 것으로 알고 있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이 리메이크가 몰고 온 영향력은 거대했다. 2005년에는 수많은 리메이크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다시피 했다. 그래서 어떤 음반들은 사장될 수밖에 없었던 ‘리메이크의 홍수’ 속에서 나얼의 이 곡에 대한 반응은 가위 독보적인 것이었다. 지극히 1980년대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는 원곡에 비해 2005년의 리메이크 곡은 더 세련된 편곡과 소리를 일궈내 거대한 히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