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면 그루밍을 해라!” – <신사용품> 저자 이헌

 

요즘 남자들은 화장도 하고 눈썹도 다듬는다. TV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는 전현무가 여름철 반바지를 입기 위해 제모샵에서 다리털을 제모 한다. 다리털을 제모하는 남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제 더 이상 여자들만 미모를 가꾸는 시대가 아니다. 남자들도 ‘미(美)’를 위해 투자하고 노력한다. 이런 남자들을 그루밍족이라고 한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자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남자도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 <신사용품>의 저자, 패션칼럼니스트 이헌을 만나 그루밍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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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능력이 되는 시대. 과연 지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패션의 흐름은 다르지만 옛날에도 사람들은 그루밍을 하며 자신의 외모를 가꿔왔다. 멋지게 수염을 가꾸고 가발을 쓰며, 예를 갖추기 위해 슈트를 입기도 했다. 이헌 패션칼럼니스트는 남성의 그루밍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져왔던 것이라고 말한다. 패션과 미용의 흐름이 바뀌는 것 일뿐 그루밍족은 실상 새로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Q. 최근 책 <신사용품> 재출간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성패션에 관한이 뜨겁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텐데요?

책은 지난 11월에 출간했습니다. 최근 출판사를 옮겨 새 단장을 통해 재출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주문이 꾸준히 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성복과 관련 아이템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잡지나 신문 등 매체에서 주는 한계도 있었고요. 그런 분위기에서 <신사용품>이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는 블로그에서 ‘한국신사’라는 닉네임으로 10여 년간 활동해왔습니다. 한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오래두고 볼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옷과 신발, 작은 액세서리까지 제가 직접 써보고 검증된 좋은 품질의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루밍과 연관되는 부분도 있고요.

 

 

Q. 꼭 읽었으면 하는 챕터가 있을까요?

오늘 인터뷰의 주제가 그루밍족인데요. ‘챕터 1. 베이직: 멋 내기의 기본’ 중에서 ‘진짜 신사의 필수품, 손수건’ 부분을 꼭 읽었으면 합니다. 그루밍의 기본은 손수건이라 생각합니다.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영화 <인턴>을 보면 손수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사에게 손수건은 자신이 쓰려고 갖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신사를 지향하는 남자들에게 의미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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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이헌 패션칼럼니스트가 10여 년째 운영 중인 패션블로그, (우) 어렸을 적부터 갖고 싶어 했던 클래식한 스타일의 가방

 

Q. 남성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추구하는 패션관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했습니다. 옷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에도 흥미가 많았고요.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던 가방들은 지금도 갖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을 지금도 좋아하는 자신을 보면 제가 클래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걸 새삼 깨닫곤 합니다. 패션에서 ‘워드로브(wardrobe)’는 옷장, 의상실이란 뜻으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상의 모든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옷장에 자신이 평생 입을 옷들을 채워 넣는 개념이죠.

그렇게 되면 서로 어울리는 옷들을 고르고 굳이 형태의 파격을 추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정한 틀 내에서 약간의 변조만 하면 되죠. 해마다 새로 유행하는 옷들을 사고 그 다음에는 버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옷장 속의 옷들을 자식이나 손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고 말입니다.

 

 

Q.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외모를 가꾸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잘생기고 예쁜 남자가 환영받는 시대입니다. 외모가 능력 평가 기준에 영향을 미치면서 남자들도 예전보다 더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예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특이한 점은 과거에 비해 남자들이 관심을 덜 갖던 피부나 제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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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족은 스킨과 로션 외에 에센스, 수분크림, 각질 제거 등 꼼꼼한 관리를 하기도 한다.

 

Q. 요즘 남자들은 화장을 하고 눈썹 다듬기, 제모 등도 합니다. 꾸미는 남자들과 요즘 트렌드,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남자가 꾸미는 것에 대한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로지 취향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성적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요. 눈썹을 예쁘게 다듬고 싶어 할 수도, 마초적인 남자를 지향해 수염을 기르며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그루밍이라는 자체가 단정한 몸가짐, 몸치장, 손질의 뜻을 지니고 있죠. 화려하게 꾸미는 것만이 그루밍이 아닙니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수염을 다듬고 머리를 자르는 것도 모두 그루밍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소셜라이징을 원하는 남자라면 기본적인 그루밍은 필요합니다. 좋은 향이 나고 깔끔한 차림은 매너이니까요. 정도의 차이 일뿐 결정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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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에게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름답다는 단어가 여자에게만 국한된다는 것은 선입견인 것 같습니다. 공작새를 보고 누구나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꼬리털을 지닌 공작새는 수컷이지 않습니까? 동물이라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원빈이나 강동원 같은 남자배우들을 보면 잘 생기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적 통념상 잘 생겼다고 표현하는 것뿐이죠.

 

 

Q. 대중에게 ‘한국신사’로 잘 알려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헌 패션칼럼니스트님은 ‘진정한 신사’가 되기 위한 남자들의 패션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반영되는 옷차림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남성복을 다채롭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색상이나 소재적인 특성을 살리려고 하죠. 오늘은 사진 촬영도 있어서 빨간 니트를 입었습니다. 최근에는 ‘코듀로이’ 소재에 꽂혔는데요. 좀 전 코듀로이와 관련한 칼럼을 쓰기도 했고요. 실제로 입고 그 경험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영화 <부다페스트호텔>을 만든 감독인 ‘웨스 앤더슨’의 패션스타일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분이 코듀로이를 좋아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좋아하는 아이콘을 정해서 따라하면 좋습니다. 겉모습부터 흉내 내는 것이죠. 훌륭한 아이콘을 선택해 외적인 것을 따라하다 보면 내적인 수준도 비슷하게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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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패션칼럼니스트에게 ‘패션’이란 어떤 의미인지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패션은 포장지입니다. 그러니깐 포장을 잘 하자는 것이죠. 더 곱고 예뻐 보이게 말입니다. 포장지에 따라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도, 똑똑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패션은 거죽에 불과한 포장지입니다. 하지만 성의 없이 싸다보면 편견이나 오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선호하는 패션스타일은 무엇인지요?

티피오(TPO, 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패션, 클래식함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시간과 장소, 경우에 맞는 옷을 입어야합니다. 결혼식장에 가는데 정장을 입지 않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재킷도 안 입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Q. 11월에 추천하고 싶은 남성패션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코듀로이(corduroy) 소재의 재킷을 추천합니다. 쌀쌀해지는 11월에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프랑스어로 ‘코르드 뒤 루아(corde du roi)’인데 ‘왕의 밭이랑’이란 뜻입니다. 코듀로이 천을 자세히 보면 밭이랑처럼 보입니다. 과거에는 벨벳이 참 비쌌습니다. 코듀로이는 유사한 촉감을 주면서 질기고 오래 입을 수 있었습니다. 만들기도 편하고 따뜻한 소재였고요. 벨벳보다 저렴했기에 가난한 노동자들도 많이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참 매력 있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부유하고 싶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소재라고 할까요? 지금 우리에게 벨벳과 코듀로이는 비슷해서 별 다른 의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오늘 쓴 칼럼의 마무리 문구입니다. 마음은 풍요롭고 지갑은 비었지만, 이 가을 코듀로이와 함께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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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재킷에 포켓 스퀘어만 꽂아도 패션스타일이 산다며 추천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으로 꼽았다.

 

Q. 아직도 패션을 어려워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꼭 전하고 싶은 패션 팁 세 가지가 있다면?

첫 째는 털 관리입니다. 남성분들은 코나 귀에 나는 털을 신경 써서 깔끔하게 깎아야합니다. 눈썹 라인만 잘 다듬어도 어려보이고 인상도 달라집니다. 둘째는 깨끗하게 입기입니다. 남성분들 중에 속옷을 매일 갈아입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깨끗한 외모와 패션의 기본은 깨끗한 속옷과 옷입니다. 셋째는 TPO에 맞게 입는 것입니다. 여름에 입던 셔츠나 바지는 이제 옷장에 잘 정리해두고 11월에 맞는 간절기용 아이템으로 입는 것이 좋습니다.

 

 

Q. 소개팅이나 데이트 같이 중요한 자리에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는 남자들을 위해 권하고 싶은 패션스타일이나 피해야 할 패션이 있다면?

포켓 스퀘어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재킷 위에 포켓 스퀘어는 이목 끌기에도 좋고 기본입니다. 여자분들에게 호의를 끌어내기 충분한 패션아이템이라고 봅니다. 만나는 상대방의 취향을 분석해 꾸미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요. 알 수가 없다면 재킷에 포켓스퀘어로 꾸미고 나가보십시오. 캐주얼 자리라면 재킷을 벗으면 되고,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면 입고 있으면 되고요. 남자가 재킷을 입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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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포부 및 계획이 있다면?

조선일보에 연재중인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이것이 책으로 묶어져 나올 예정입니다. 지면의 한계를 풀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무리를 잘하고 싶고요. 앞으로도 한국 신사와 신사용품도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많은 남자들이 멋있어질 때까지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한국 신사들 파이팅!

 

* 이헌 패션칼럼니스트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뉴욕주립대에서 머천다이징(FASHION MERCHANDISING MANAGEMENT)을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했던 그의 ‘옷사랑’은 결국 자신의 업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컨설팅 일을 하면서 네이버 블로그 ‘IL GUSTO DEL SIGNORE’ 에서 ‘한국신사’라는 필명으로 남성 패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