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채소, 하지만 비범한 효능!
배추의 속살을 벗기다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는다면, 물리는 게 당연하다. 한데 예외인 것이 딱 하나있다. 바로 배추로 만든 김치이다. 김치 없이는 단 한 끼의 식사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매 끼니마다 습관처럼 먹다보니 안타까운 사실도 있다. 흔하고 흔한 배추로 만든 그저 익숙한 반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어쩌다 값이 폭등할 때면, ‘금치’라는 새 이름을 달고 그제야 겨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우리 식탁에선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멀어지면 간절해지는 배추. 그 고마운 효능까지 속속들이 알고 나면 절대로 흔한 취급 할 수 없다.

 

 

날것 그대로인 그 아삭아삭하던 맛

김치만 식탁에 덩그러니 올라올 때면 ‘먹을 것 하나 없네’ 하며 투명반찬 취급하기 일쑤였다. 한데 그 김치가 그리워 몇날 며칠을 찾아 헤맸던 적이 있다.

 

Closeup of half sliced chinese cabbage head

 

아주 오래전 런던에서 공부했던 시절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런던 도심 어디에서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한식당이었지만, 당시에는 한두 군데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배추 몇 조각으로 버무린 김치 한 접시도 2파운드(당시 환율로는 4천원 가까운 금액) 정도를 내고 따로 주문할 정도였으니, 적어도 그곳에선 돈 좀 있는 유학생들만 먹는 게 김치였던 걸로 기억된다.

 

지겹도록 먹던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에 차이나타운에서 공수(?)해온 고추장을 발라 먹기 시작했다. 한데 고추장의 그 맛 때문일까. 빨갛게 버무린 배추김치가 절대적으로 간절해졌다. 한국인의 입맛, 그 본능이 깨어난 것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김치를 먹지 않고선 버틸 자신이 없는 한계. 한데 마트 여러 곳을 뒤져도 배추만 없다. 양파, 마늘, 당근 등은 다 있는데, 배추만 쏙 빠져있다. 코리아타운이 있는 뉴 몰든(New Malden)까지는 기차로 두 시간. 다음 날 새벽 기차에 몸을 실어야했다.

 

02-2

 

그러곤 겨우 만날 수 있던 배추 한 포기! 김장철 어머니가 담그던 그 배추와는 크기도 색깔도 달랐지만 그저 반가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 배추 한 잎을 조심스레 뜯어 고추장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입안으로 퍼지는 날것 그대로인 배추의 그 아삭아삭하던 맛!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이 됐다.

 

 

배춧잎 한 장에 철분과 칼슘, 엽록소, 비타민 C

이제야 유추해 보지만 당시 코리아타운에서 만났던 건, 우리의 배추와는 먼 친척 정도가 됐던 것 같다. 각 나라에 따라, 배추의 품종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 북부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진 배추는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각 나라에 따라 고유한 품종으로 개량되었다. 게다가 배추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에서만 주요 채소로 재배되고 있기 때문에, 샐러드용으로 재배되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만나는 배추는 그 모양과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03-1

 

국내에 배추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안타깝게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고려시대의 한 문헌에 의해 배추가 소개된 것만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고려시대 이후 우리 조상들의 영양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은 분명하다.

 

주로 김치와 국, 찌개 등에 널리 이용되던 배추. 약 96%가 수분으로 이뤄졌지만 그 외의 다른 영양분까지 보유한 사실을 알고 나면, 의외다 싶을 정도로 깜짝 놀라게 된다. 특히 배추의 푸른 잎에는 철분과 칼슘, 엽록소,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배추의 속살로 비유되는 노란 고갱이엔 비타민 A가 다량 포함되어 있기까지.

 

03-2

 

게다가 늦가을 담그는 김장 김치는 겨울철 내내 비타민의 주요 공급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야 비닐하우스가 보편화되어서 추운 겨울에도 쉽게 야채와 과일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옛날 겨울엔 오로지 배추 하나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채소와 달리 뜨거운 물로 데치거나 끓여도 비타민과 칼슘 등의 주요 영양분이 쉽게 파괴되지 않는 기특한 기능까지 보유하고 있는 배추! 그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게 된 우리 조상들은 배추를 말려 시래기 등으로 응용해 먹은 게 아닌가 싶다.

 

 

몸이 가벼워지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최고!

 

04-1

 

파전, 생선전, 김치전 등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많은 전들은 추운 계절이나 비 오는 날씨에 더더욱 생각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수많은 재료로 혼합된 전들을 제치고, 갑중의 갑은 바로 배추전이 아닐까 싶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그저 배추 한 잎뿐인데, 그 깊은 맛은 수많은 토핑이 올라간 피자보다도 당연히 낫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배추는 수많은 맛과 영양 뿐 아니라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최고라 평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배추의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인 칼슘은 알다시피 알칼리성! 이는 밥이나 고기 등의 산성 식품을 순식간에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따라서 지방과 칼로리 등을 확 낮춰주는 고마운 기능을 발휘한다.

 

04-2

 

여기에 또 하나 더! 식이 섬유의 특징은 몸이 가벼워진다는 사실. 식이 섬유 대표주자인 배추를 많이 먹으면 변비나 대장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다만 대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겐 탈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니 그 양을 조절해서 섭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