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위한 스페셜 레시피,
요리 속에도 과학이 있다?

 

요리를 잘 못한다. 한데 TV만 봐도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그들의 노하우나 레시피만 봐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전해보면 여지없이 실패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재료가 부족해서인지, 양념의 간이 문제인지 아무리 되짚어 봐도 잘 모르겠다. 역시 요리의 세계는 내 길이 아닌가보다 할 때, 어머니의 그 맛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해진다.

 

 

삶의 노하우가 집약된 과학과도 같은 비법

이번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데 아무리 TV 속 요리 프로그램을 봐도, 인터넷을 뒤져봐도 혼자선 무리겠다 싶은 결론이다. 몇 번은 그 레시피 대로 따라도 해봤다. 한데, TV 속 그 감탄사를 내지를 수 없는 맛이다. 되레 먹는 순간, 얼굴에 온갖 인상이 써지는 맛이라고 하면 꼭 맞다.

 

Italian cuisine. Antipasto. Prosciutto, melon, salami, olives and wine

 

어머니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 같지도 않는데도, 무슨 요리든 부엌에서 뚝딱 만들어내던 기억. 음식은 손맛이라며 무엇이든 비비고, 버무리던 그 순발력 있던 손을 떠올리면 능수능란한 마술과도 같다. 그러나 이 손에도 숨은 뭔가가 있다. 바로 오랜 세월, 삶의 노하우가 그대로 집약된 과학과도 같은 숨은 이론이다. 이 과학을 모르고서는 제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쓴다한들, 어머니의 맛깔스러운 맛은 절대 흉내도 낼 수 없다.

 

 

01. 스테이크 고기는 신선한 것이 되레 안 좋다

날이 날인만큼 고기가 빠지면 섭섭한 날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스테이크 정도는 분위기 있게 썰어줘야 제격이다. 레스토랑에서 먹어만 봤지, 스테이크 고기는 어떻게 사야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먼저 고기만큼은 다른 식재료와 달리 신선한 것보단 도살한지 며칠 지난 고기가 육질이 가장 좋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01

 

도살장에서 막 잡은 고기라며 권하는 건, 사후경직이 가장 높을 시기이기 때문에 피하는 게 상책. 그만큼 고기의 식감이 질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썰어 먹는 스테이크로는 최악이다. 분위기 좋게 칼질 하려다가 안 썰어지는 고기 때문에 칼부림(?) 날 수도 있으니, 약 일주일간 저온에서 숙성된 소고기가 올 크리스마스에는 제격이다. 숙성 중에 고기의 성분을 부드럽게 해주는 자기 소화 현상을 일으키는 소고기. 고기의 사후, 숨은 과학의 원리를 잘 이용해 구입하는 게 중요하다.

 

beef ribeye steak

 

고기를 굽기 전엔 꼭 실온에 30분간 두고, 앞뒤로 굵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올리브유도 미리 발라주면 더욱 좋다. 그런 다음, 연기가 올라올 정도로 팬을 불에 달군 후, 스테이크를 굽는데, 절대로 여러 번 뒤집지 않는다. 육즙이 나올 때 한 번 뒤집어 굽는다. 그래야 육즙이 살아 있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02. 고슬고슬 볶음밥, 센 불로 볶아내야 제 맛

집 밥 백 선생 때문일까. 중국집에서 흔하게 시켜 먹던 볶음밥이 대세가 됐다. 특히 볶음밥은 호불호가 없기 때문에, 여러 손님을 초대한다면 꼭 준비해두는 게 좋다. 게다가 아무리 고기를 많이 먹어도 꼭 밥 찾는 사람이 있기 마련. 똑같이 볶는 볶음밥도 중국집 볶음밥과 가정식 볶음밥에는 맛과 풍미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는 어떤 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맛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백종원 셰프의 비법도 센 불! 먼저 팬에 적당한 불로 달군 뒤 대파를 통해 기름을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파에서 나오는 기름은 이후 넣게 되는 다양한 야채와 고기 등에게 최고의 풍미를 가해주기 때문이다. 단, 볶음 요리는 기름으로 재료를 한번 감싸기 때문에 고기 같은 재료는 미리 밑간을 한 후 볶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Prawn and Vegetable Biryani

 

게다가 고기도 센 불로 볶아내야 그 안의 육즙이 살아있다는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밥은 되도록 금방 지은 밥보단, 찬밥이나 즉석 밥이 볶음밥 특유의 고슬고슬한 밥알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요리 속 과학.

 

 

03. 튀김옷에 맥주 넣어야 바삭한 맛

잔칫날 기름 냄새가 빠지면 섭섭하다. 이중 바삭한 튀김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뿐 아니라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물론 이 튀김요리를 집에서 즐기기엔 다소 일이 번거롭고, 판도 커지기 마련. 게다가 깨끗한 기름은 알겠는데, 그 기름의 적정한 온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튀김 요리의 관건은 튀김옷이다. 바삭한 맛의 정체가 바로 이 튀김에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튀김 전문 요리점을 가더라도 각각 그 튀김옷의 성분을 달리하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 가장 기본인 밀가루와 달걀, 또는 녹말가루나 빵가루, 이도저도 아니면 파격적으로 재료를 버무려서 바로 기름에 튀긴 것도 있다. 한편 진짜 튀김의 고수는 기름의 온도도 아니고 튀김옷도 아니라 한다. 그 어떤 방법이어도 좋지만 꼭 빠져서는 안 되는 구성요소가 있는데, 바로 맥주이다. 맥주의 알코올 성분은 튀김의 주 식재료의 비린내나 잡내를 잡아준다.

 

Tempura of Vegetables

 

또한 탄산 성분은 튀김옷에 기포를 형성해 기름에 튀겼을 때 바삭한 맛을 이끌어낸다. 한데 이 맥주는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 많이 사용하면 되레 안 넣는 것만 못한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맥주 외에 소주나 식초를 대용으로 넣는 고수도 적지 않다. 세 가지 모두 장단점이 모두 다른데, 튀김 고수들은 맛이란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세 가지 모두를 이용해 자신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조언한다.

 

 

04 생선은 밀가루 묻힌 후 사선으로 칼집

생선 요리도 좋은 날엔 빠질 수 없다. 겨울철엔 대부분의 생선들은 얼어 있는 것이 태반이다. 그렇다보니 먼저 해동이 중요한데, 쌀뜨물에 5분 정도 담가야 한다. 이는 생선 특유의 비린내마저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절대 고수의 노하우이다.

 

Whole Sea Bass Roasted with Fennel Lemon Garlic and Cherry Tomat

 

무엇보다 생선을 구울 땐 칼집 내기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크기가 작다고, 시간이 없다고 달궈진 팬에 그냥 굽기 마련인데, 한번 사선으로 칼집을 낸 밀가루까지 살짝 묻힌다면 생선살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팬에 간장을 살짝 두르면, 밀가루 성분의 생선과 함께 기름이 온 데로 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혹여 생선을 토막 내 굽는 것이라면 껍질을 무조건 바닥에 놓아야 한다. 더 바삭한 생선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