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을 꿈꾸는 사람들, 방탈출카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평화롭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절박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묘한 구석이 있다. 너무도 평화로운 이 세상에서 자의로 위기상황 속에 자신을 빠뜨리고 그로부터 벗어나기를 즐긴다. 요즘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방탈출카페’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자물쇠로 꽁꽁 잠긴 방 안에 덩그러니 내던져진다. 그러곤 누군가가 머리를 쥐어짜 만들어낸 트릭을 간파하고 이를 해결하며 희열을 느낀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젊은 층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방탈출카페’에 대해 알아보자.

 

 

 

방을 탈출해보자 – 방탈출카페란?

‘방탈출카페’는 말 그대로 고객들이 방에서 탈출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비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이 카페는 동명의 모바일게임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단서를 수집해 고립된 방에서 탈출한다는 게임의 취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작은 화면 안에서 손가락만으로 즐기던 것을 현실에 고스란히 옮겨 놓으며 상황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현실감 있는 인테리어와 소품 등으로 마치 그것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느끼게 하고, 거기다 1시간의 제한시간을 두어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긴박감과 초조함 속에서 어려운 퍼즐을 풀어내며 느끼는 극도의 성취감이 바로 ‘방탈출카페’의 묘미다. 다른 문화활동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자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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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탈출카페의 한쪽 벽에는 빨리 탈출한 순서대로 1위부터 5위까지 사람들의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방탈출카페의 시스템과 풀이 방식에 적응했다면, 그 다음으로 순위권 진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노려볼 수도 있다. 보통 업체들은 1시간의 제한시간을 두며, 일인당 15,000원에서 20,000원 사이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을 타고 새로운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전국의 번화가라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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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화되고 전문화된 방탈출카페

방탈출카페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는 모든 업체, 모든 방 가운데 단 하나도 같은 방이 없다는 점이다. 방 마다 서로 다른 테마와 다른 퍼즐, 다른 단서들로 꾸며져 매번 새로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초기에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준비된 퍼즐과 문제를 풀어 방을 탈출할 수 있는 열쇠(혹은 비밀번호)를 획득하는 단순한 방식이 많았다. 최근에는 인류 최후의 날, 학교 괴담, 감옥 탈출 등 확실한 개성을 지닌 테마들로 방을 꾸며 자연스럽게 상황 속으로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숨겨진 글자를 비춰주는 UV라이트나 금속탐지기와 같이 흥미를 자극하는 소품들 역시 한 층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업체별로 다양한 난이도의 방들을 마련해 각자 수준에 맞는 방을 골라 퍼즐에 도전할 수 있다.

방탈출카페를 어느 정도 경험하다 보면, 매번 비슷한 패턴의 문제들과 비슷한 트릭들이 등장해 신선함이 떨어지고 점차 난이도 역시 떨어진다. 하지만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방면으로 경쟁력을 갖춘 신생 업체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어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20160218_222914 Prison

 

갇혀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이런 방탈출카페를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특별한 경험’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 평범한 하루하루에 식상해 있던 사람들이 방탈출카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탈출’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온 힘을 기울인다. 갑갑한 현실은 접어두고 실감나게 구현된 가상의 현실에 몰입하면서 일종의 휴식을 가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색다른 경험을 즐긴 후, 다시 현실로 돌아가며 조금이나마 생활의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Opened door showing landscape of countryside with blue sky and clouds

 

물론 오로지 방탈출카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분명히 있다. 조여 오는 시간의 압박과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골머리를 앓다가, 일시에 모든 단서들이 규합되고, 새로운 사실을 섬광처럼 깨닫게 되는 그 순간, 단서들의 의미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의 그 쾌감은 다른 어떤 오락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차오르는 성취감은 정말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안정되고 편안한 지금 이 세상에서 어딜 가야 이런 감각을 맛볼 수 있을까? 방탈출카페만이 제공하는 이런 특별한 즐거움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끄는 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영화, 게임 등의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축적한 다양한 간접경험들은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까?’와 같은 생각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데 이렇게 상상만 해볼 수 있던 것들을, 실제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현실화 한 것이 바로 ‘방탈출카페’다. 간단하게 돈을 지불함으로서 경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을 구매하는 이런 고차원적인 유희는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며 현실에 묶여 있는 현대인들에게 놓칠 수 없는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Tip. 방탈출카페, 그것이 알고 싶다!

 

Q. 탈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쇠꼬챙이로 문을 따야 하나?

A. 방 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단서를 모아 자물쇠가 걸려 있는 서랍과 수납장 등을 해제한다. 최종적으로 방을 나가는 열쇠나 비밀번호를 획득하는 형태가 주종을 이룬다. 좀 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퍼즐을 완성하면 비밀통로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Q. 단서를 모으기 위해 방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져봐야 하는가?

A. 그렇다. 하지만 하나의 시설을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쓰는 것이기 때문에, 소품이 훼손될 수 있는 부분에는 단서를 두지 않는다. 실제로 업체들의 경우 심하게 몰입한 손님들이 세트를 파손하는 것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스태프 전용’, 혹은 빨간색 금지 스티커 등으로 건드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표시하고 있으니 잘 확인하도록 하자.

 

Q.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지는 않을까?

A. 보통 업체들이 무전기나 인터폰 등을 통해 세 번의 힌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손님들이 아무 것도 못하고 있으면 CCTV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이 먼저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업체 또한 손님이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Q. 방탈출이 너무 쉽다. 좀 더 흥미를 느끼려면 어떻게 하나?

A. 그렇다면 랭킹 진입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 옛날 오락실에서 1등 기록을 박아 놓고 뿌듯해 하던 때의 만족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재미있는 점은 위에서도 말했듯 모든 업체의 모든 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첫 번째 시도에 기록을 달성해야 한다. 물론 돈을 더 쓰며 이미 클리어한 방을 다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몇몇 업체의 경우 힌트를 사용하면 랭크에 들어갈 수 없는 조건이 있는 곳도 있으니, 순위권을 노린다면 입장하기 전에 이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