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자 육아 멘토로 활약 중인 오은영 원장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EBS <60분 부모>에 고정 출연하며,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고 어루만짐으로써 아이와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오은영 박사를 통해 아이 훈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육아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Q 사람들은 보통 원장님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무서운 선생님’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소아정신과전문의이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훈육 선생님, 아동심리학박사로 알고 계시는데 정식 직업은 의사입니다. 저는 11년 동안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진행했으며 요즘에는 매주 월요일 EBS <LIVE TALK 부모>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못 참는 아이욱하는 부모>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국을 돌며 무료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원장님께 남다른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일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방송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2005년부터입니다. 제가 대학 병원에 있다가 제 병원을 개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국에서 저를 찾아왔더라고요.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며 저에게 기획안을 보여줬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획의도가 좋고 제가 대중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서 그때부터 2015년 말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SBS 예능프로그램인 <실제상황! 토요일>의 한 코너였는데, 프로그램 종영 후 2006년부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독립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저를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방송이라는 것이 특징적인 장면만 나가기 때문에 제가 무섭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이 주로 나가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징적으로 제가 무서운 사람이 되었는데, 저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무섭게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단호할 땐 단호해야 하고 분명히 가르쳐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아이가 두려움이나 무서움, 공포를 느끼면 안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굉장히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입니다.(웃음)
Q 의사, 특히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 제가 미숙아로 태어나서인지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어요. 그때부터 나도 아픈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의사가 되자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무렵 아버지가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게 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믿는 신에게 저희 아버지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신다면 제가 의사가 되어서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아버지는 지금까지 건강하시고 저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약속 때문이 아니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죠.
원래 저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뇌에 대한 공부, 인간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관심이 커져갈수록 정신과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전공의가 되었는데 소아청소년정신과라는 새로운 영역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의 수정부터 발달, 시기마다 중요한 것, 부모의 역할 등 새롭게 공부할 부분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전공의 과정을 밟아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Q 지금껏 수많은 상담을 하셨을 텐데, 일에 대한 재미와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아청소년정신과의 장점은 전 연령을 상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죠. 사람들은 저를 찾아올 때는 괴롭거나 불안한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치료를 받으며 점점 편안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특히 아이들은 처음에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도 나중에 방긋 웃으며 안기곤 하는데,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감정들 때문에 다음 생에도 꼭 의사가 되고 싶어요.
Q 반면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들은 모두 아이를 사랑합니다. 그 사랑은 깊이와 크기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모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아이를 이해하는 정도,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부분을 잘 설명하고 지도하며 원인을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그것이 ‘아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잘못 파악했을 때, 또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잘못 설정하고 있을 때 얘기해주는 것인데도 말이죠. 부모들은 이런 부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럴 때면 부모들의 손을 다시 한 번 꼭 잡고 설명하지만 모두가 설득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Q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요즘은 부모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사람은 참 신비롭습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육아 영재는 없어요. 육아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빨리 인정하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실수를 인정하려면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얼마나 실수를 하는지 보고 그것이 빈번할 경우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혼자서 못 찾을 경우 책을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거기서 시키는 대로 일정 기간 동안 해보고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전문의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거예요.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죠. 우리가 가진 목표는 완벽한 부모가 아닙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천천히 배우시면 됩니다.
혹 자신이 부모와의 갈등이 있었거나 그것이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런 뒤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서의 발달은 후천적인 경우가 많아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것이 물레 방아처럼 대물림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문제를 인식해야 그것이 끊길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Q 부모는 아이 앞에서 감정 표현을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감정 표현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요?
물론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 조절 능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금세 화내고 분노를 표현하곤 하죠. 또한 사람들은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않고 한 단어로 정리해버리곤 합니다. “짜증 나!”라고 말했을 때 그것에는 좌절감, 실망감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수많은 감정을 한 보자기 안에 싸 버리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공부에 조기 교육이 필요하듯이 감정의 발달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크면서 절대 좋아지지 않아요. 감정의 발달이 잘 되어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이해하고 적당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화를 내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의 정도가 1부터 10까지 있다고 보면 자신의 감정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즐거움, 기쁨은 언제나 좋기 때문에 표현에 어려움이 없지만 분노, 짜증, 두려움 이런 것들은 조절이 필요합니다. 내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조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부모와 조부모 간의 육아 방식 차이로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종종 있고요. 육아 방식에 차이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양육자가 많으면 배가 사공으로 가듯이 양육이 어려워집니다. 일관되지 않은 양육 방식에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해요. 일관된 원칙은 아이에게 기준을 정해줍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벌을 주든 안 주든 스스로가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부모와 조부모 사이에 약간의 의견 차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의견 차이가 빈번하고 그 부분 때문에 아이가 영향을 받는다면 중재자, 즉 제 3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가족 간의 대화로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노력을 해보고 이후에도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5월이라 가족끼리 외식을 할 경우가 많은데 외부공간에서 소음 및 피해를 주는 아이들에게 훈육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훈육하는 경우 아이가 울거나 난동을 부리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인 부모들이 많더라고요.
큰 것을 얻으려면 작은 손해는 감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말귀를 못 알아듣는 2살 미만의 아이들은 달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말귀는 알아듣는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단호해야 합니다. 지침을 주어야 해요. “그건 안 되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하는데 부모들은 그러지 못해요. “우리 안 그러기로 했지?”라고 보통 하죠. 이것은 지침이 아니에요. 지침은 내가 싫어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 부모들은 처음엔 “우리 아들~ 오늘 그러지 않기로 했지요?”하면서 회유를 하다 계속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너! 혼난다!”라며 화를 내곤 합니다.
만약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다면 식당에 가기 전 미리 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디에 갈 건데, 거기서 떼를 쓰고 울면 더 이상 그곳에서 밥을 먹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집에 와야 해.”라고 말을 하죠. 그러면 정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작은 손해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하고도 음식이 아까워서 그냥 다 먹고 오곤 합니다. 금전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것이 아이에게 큰 가르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손해를 감수한다면 올바른 아이 훈육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가정의 달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About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자,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의 고민을 명쾌하게 풀어 주며 부모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공의, 서울삼성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임의 및 임상 교수를 거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 및 국제학회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및 유수 외국 대학과 국내 대학에서 초청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