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사동, 경복궁 등에 가면 심심찮게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한복을 입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곳곳을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름하여 한복 여행가 권미루 씨. 한복을 사랑하는 그녀는 9개국, 23개의 도시를 한복을 입고 여행하며 세계에 한복의 미를 알렸다. 추석을 맞아 한복 여행가 권미루 씨를 만나 한복의 매력,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게 된 계기 등을 들어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복 여행가로 활동을 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비영리단체인 한복놀이단의 3대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미루입니다. 원래 직업은 진로컨설턴트인데요. 외래교수로 대학에서 진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Q 한복을 입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복을 좋아하지만 비싸거나 입을 일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일상에서 한복을 선택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예전보다 한복의 입지가 좁아졌고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한복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은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복을 입지 않는 현실을 함께 안타까워하며 모임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우리가 직접 한복을 입어보자’하며 행사를 하나 기획했고, 제가 그 행사의 운영을 맡으며 한복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한복을 많이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 싶었어요. 당시 한복은 혼자 입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옷이었기 때문에 ‘한복놀이단’이라는 단체를 찾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한복을 계속 입다 보니 별로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몸에 익다 보니 여러 상황에서 입어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2014년부터 국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Q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는데, 그중에서 인상 깊었던 곳이 있다면요?
처음으로 한복을 일정 내내 입었던 나라가 이탈리아였는데 그곳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었어요. 막상 여행을 다니다 보니 제 몸에 딱 맞는 한복을 입고 고생을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한복을 입고 트래킹을 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불가능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한복이라 하면 바스락거리는 소재에 길이가 길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러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복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저는 한복을 입었을 때 활동이 편하도록 직접 디자인을 하고 면으로 제작해서 옷에 대한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트래킹에 성공할 수 있었죠. 한복을 입고 트래킹을 한 것은 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 위한 도전이었기도 합니다. 힘겹게 정상에 도착하니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성공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불가능할 거라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섰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Q 한복을 입고 여행은 물론, 버스킹, 사진전,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어요.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한복을 입고 즐거운 상황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로 인해 한복이라는 옷 자체에도 굉장히 빠져들었죠.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으면 즐겁고 신난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트래킹에 도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복에 갖고 있는 편견을 깨고 싶었던 거죠. 한복을 입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3대 단장으로 계신 한복놀이단은 어떤 단체인지 궁금합니다.
일종의 프로젝트 팀입니다. 1대 단장이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이 한복을 많이 입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플래시몹과 같이 한복을 입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한복을 입고 놀자’는 모토를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된 거죠. 그 정신을 이어받아 현재 ‘한복을 다 함께 입자’라는 홍보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복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젊은 사람들이 풀어나가는 한복 관련 프로젝트, 전통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복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편견을 깬 것이 한복놀이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복문화학회의 교수님과 함께 깊이 있는 지식을 다루는 세미나나, 직접 한복을 만들어 보는 공방, 플래시몹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다양한 방식으로 한복을 입는 문화를 섞어보고자 하는 단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요즘 인사동, 종로, 경복궁 부근 등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복이 유행이 되었다는 것에 남다른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왜 입었냐’는 불편한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니까요. 사람들이 한복을 많이 입는 것은 정말 좋아요.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부분은 대부분 한복을 입는 분들이 대여를 한다는 점입니다. 한복 시장이나 한복 문화가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한복을 예쁘다고 느끼면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진 아닌 것 같아요. 한복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한복이 단지 내가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날 입는, 인증샷을 찍는 용도가 아닌 내가 보관하고 싶고 갖고 싶은 가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한복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복이 사실 편한 옷은 아닙니다. 입는 과정도 복잡하고 입어야 할 것들도 많고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복을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복이 일상화, 대중화가 되려면 한복을 원형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저고리, 치마, 깃 등 하나하나 해체해 일상복과 접목시키는 것이 한복의 대중화, 일상화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중요한 것은 편리성을 추구하면서도 전통 그 자체의 것은 잊지 않아야겠죠.
Q 요즘 한복은 전통한복과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허리치마가 유행입니다. 그리고 철릭 원피스가 있어요. 철릭은 예전에 무관들이 걸치던 옷인데 그것을 변형해서 여성들이 입는 원피스 형태로 만든 것이죠.
전통한복에도 유행이 있어요. 예전에는 고름도 두껍고 길게 썼는데, 요즘엔 짧고 얇게도 많이 나오죠. 취향에 따라서 고풍스럽고 우아한 한복을 입고 싶으면 고름을 두껍고 길게, 경쾌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짧고 얇은 고름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은 한복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유되고 있어서 예쁜 배색도 잘 찾을 수 있죠. 요즘엔 파스텔 톤의 색상이 많이 쓰이고 있어요.
남자 한복도 변화가 뚜렷해요. 예전에는 신랑 한복이라 하면 저고리, 바지, 배자가 끝이었는데 요즘엔 조끼와 같이 도포 위에 입는 답호나 두루마기를 추가하는 분들도 많아요. 예전보다 다양한 형태의 한복을 입으려는 시도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 좋습니다.
Q 권미루 씨에게 한복이란 무엇인가요?
한복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삶을 찾은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죠. 저는 한복을 입으면서 힐링한다고 표현하는데요. 한복을 입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하나하나 천천히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성찰, 통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한복 치마 같은 경우 통이 넓어서 옷깃이 잘 스치게 되죠. 한복이 사람을 만나게 해 주는 메신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Q 추석을 맞아 한복 스타일링 팁 조언 부탁드립니다.
배색의 경우 추석 차례상의 올리는 음식 색으로 맞춰보면 어떨까 해요. 명절은 어른들이 함께 계시는 자리이기 때문에 너무 짧은 치마보다는 발목 정도 길이의 치마와 저고리는 몸판 중간 정도 오는 옷으로 준비하시면 예쁠 것 같습니다. 남자분들은 답호를 입어 저고리와 바지 위에 자락을 휘날리며 멋을 뽐내도 좋을 것 같아요.
장신구는 매듭으로 만든 노리개라던지, 꼭 전통적이지 않더라도 한복과 어울릴 수 있는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좀 더 멋스럽게 한복을 입을 수 있답니다. 꽃신이나 갓신도 준비해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한복을 갖춰 입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물론 요즘은 전통한복뿐만 아니라 생활한복도 예쁘게 많이 나오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입으시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일반 셔츠에 허리치마를 입는다거나 남성분들은 저고리에 청바지를 입는 등이 있겠죠.
올 추석에는 한복을 갖춰 입고 한복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절 잘 보내세요!
*About 권미루
한복 여행가이자 한복놀이단 3대 단장. 한복을 사랑하고 한복을 입을 때마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한복을 입고 버스킹을 한다던가, 한복 여행 사진 전시회를 열고, 한복 여행과 관련한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가치를 알았으면 하는 한복 문화 향유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