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나 조건보다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만 있으면 된다. 소개팅이나 미팅 같은 인위적인 만남 말고 우연히 길을 걷다 스친 사람과의 로맨스를 꿈꾼다. 누구나 한 번은 어렸을 적 이와 같은 꿈을 꾸지만 성인이 되어 인생의 노곤함을 겪다 보면 사랑도 연인과의 만남도 귀찮아 지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만남도, 지인을 통한 만남도 여의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스스로 만남을 주선하는 셀프 소개팅족들이 생겨났다.
영화 <동감>이나 <접속>을 혹시 아는가?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서로의 외모나 조건을 잘 모른 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대화를 하다 상대방에게 빠진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 <접속>은 전도연과 한석규가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이버 연애를 한다는 설정으로 히트를 쳤었다. 이렇게 온라인 채팅을 통한 만남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스로 소개팅을 주선하는 시대가 되었다.
스스로 소개팅을 주선하는 사람들
현재 스마트폰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셜 데이팅 앱은 ‘이음’, ‘정오의 데이트’, ‘꽃보다 소개팅’ 등 다양하다. 이음과 정오의 데이트의 경우 지난 2010년에 론칭해 약 110만 회원의 회원 수를 보유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앱을 통해 각각 100명이 넘는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현재 안드로이드 구글 앱스토어에 등록된 소개팅 앱은 약 200여 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 프로필을 등록하면 된다. 나이, 혈액형, 지역, 종교, 소속 등 기본 사항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키워드와 사진 등을 등록하면 누구나 소개팅 앱에서 활동할 수 있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조건 등으로 매칭이 되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의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소셜 데이팅 앱의 장점은 주선자를 의식하지 않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고 간편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계속 소개받을 수 있다는데 있다. 또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도 적다.
동영상으로 외모 먼저 확인하는 소셜 데이팅
소개팅 앱에 대한 꾸준한 반응에 힘입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 앱들도 등장하고 있다. ‘메이저’의 경우 특정 스펙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고 ‘크리스천 데이트’는 기독교인을 위한 만남 앱이다. 종교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정오의 데이트’는 기존 사진으로만 이성의 외모를 확인할 수 있던 방식에서 동영상 프로필 기능을 추가했다. ‘마카롱’은 이성과 연결 전 간단한 게임을 통해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텔레파시 게임을 통해 사전에 미리 작성한 질문에 상대방이 같은 대답을 하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편한 만큼 위험한 데이트
소개팅 앱의 장점은 중간에 거치는 과정을 생략하고 간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앱인 만큼 등록된 정보가 허위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순수하게 좋은 인연을 만나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났다가 성폭행이나 다단계 등의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개팅 앱을 이용해 본 500명 사용자 중 49.8%(249명)가 소개팅 어플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내용은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24.4%)’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금전 요청’(10.2%) 등이었다. 응답자 중 38.4%(192명)은 타인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 입력 정보는 ’직업(15.4%)’이나 ‘학력(12.4%)’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소개팅 앱을 악용하는 행위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앱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해온 20대 여성에게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이처럼 소개팅 앱은 편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지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약점을 지닌다.
당신은 인연 만들기에 있어 능동적인가, 수동적인가? 소개팅 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가만히 앉아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찾아 나서는 사람이 있다. 반면 모바일을 통한 만남에 대한 걱정, 위험성 등으로 꺼리는 사람도 있다. 인연, 사랑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만약 각자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인연이 곧 나타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