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친 길가 가로수의 비밀

‘가로 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가을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맴도는 이 노래.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우리 마음 속 깊숙한 감성을 자극하는,
당신이 오늘도 길을 걷다 무심코 한번쯤 지나쳤을 그 가로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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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을까

 

봄이면 초록의 새순과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꽃눈으로, 여름이면 푸르게 울창한 나뭇잎들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가을이면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맞아주는 가로수.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길가의 가로수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서 있는 가로수. 그런데, 가로수는 언제부터 그 곳에 있었을까?

 

 

최초의 가로수길

 

세계 최초의 가로수 길은 이란 차하르바그 거리이다. 사파비 왕조가 수도 이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한다. 차하르바그는 이란어로 4개의 정원이라는 의미인데 이 길은 천도를 결심하고 만들기 시작하여 수도를 이전한 1598년에 완공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능원 등 왕가의 묘소 주변에 대한 나무 기록은 있었으나 공식적인 기록은 고종 32년인 1895년 내무아문에 서 각 도의 도로좌우에 수목을 심도록 시달한 것이 최초의 가로수로 알려져 있다.

 

 

 

가로수는 단순히 관상용이다?

 

가로수의 기본 조건에 ‘아름다워야 한다.’, ‘낙엽이 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을 만큼 가로수는 그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봄이 되면 눈처럼 하얀 꽃송이가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걸어본 기억,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또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흐드러지는 가로수 길을 걸으며 연인과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로수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일까?

 

 

 

가로수야, 고마워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처럼 가로수는 관상용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가로수는 소음을 줄여주고 도심의 공기를 정화시키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길게 뻗은 가로수 길은 보이는 이들에게 쾌적함을 선물하는 것은 물론 양열을 흡수해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로수가 있는 도로가 없는 도로보다 평균 2.6도가 낮다고 한다. 도로변에 심은 가로수는 자동차 소음을 8% 가량 줄여주고 중금속이나 먼지까지 제거해 준다. 가로수가 없는 도로의 공기 1ℓ에는 먼지 알갱이가 1만~1만2천개가 들어있는 반면, 가로수가 있는 도로에서는 먼지 알갱이 수가 1천~3천개로 줄어든다고 한다. 가로수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은행나무의 경우 30년생 은행나무 1그루가 연간 14.2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소음과 매연, 먼지가 많은 도심에 유독 가로수가 많은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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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 어떤 것들이 있을까?

 

느티나무

 

가지가 넓게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무작정 퍼지지 않고 빈 공간 쪽으로 가지를 뻗고, 건물이 없는 공간으로 가지를 뻗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 속에 심기에 적당하다.

 

 

은행나무

 

병충해가 없고 모진 계절을 잘 견디는 나무로 단풍이 아름답고 잔손이 가지 않아 관리에도 좋다. 또한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복잡한 서울 도심에 많이 조성되어 있다. 도심은 자동차 매연 등에서 나오는 중금속이 많은데 은행나무는 이 중금속들을 빨아들여 자정작용을 한다. 또한 열매가 나지 않는 시기에도 인간은 맡을 수 없는 특유의 향을 풍기기 때문에 유해한 곤충을 막아준다.

 

 

이팝나무

 

전라도에서는 ‘밥태기’, 경기도에서는 ‘쌀나무’라고도 불리는 이팝나무의 꽃은 영락없이 수북한 살밥 모양새로 5월이 되면 하얗고 가느다란 꽃잎을 가득 틔우는 이팝나무. 봄날 이팝나무를 멀리서 보면 사발에 흰밥이 수북이 쌓인 것처럼 보인다. 나무 재료 자체를 약으로 쓰이기도 하여 남쪽지방에서 정원수로 심는 경우가 많다.

 

 

양버즘나무

 

우리가 흔히 플라타너스라고 알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가로수 나무로 많이 쓰인다. 매연에 강하고 토양을 정화시키며 하늘을 향해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도시 풍경을 웅장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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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로수길

 

담양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전라남도 담양군청 동쪽의 학동 교차로에서 금월교에 이르는 옛 24번 국도가 담양의 대표적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이다. 메타세콰이어 2000여 그루가 아름답게 서 있는 멋진 가로수 길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높이 30m 내외로 자라난 메타세콰이아들이 줄지어 초록빛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중간 중간 벤치와 원두막이 있어 천천히 쉬어가기 좋다.
메타세콰이아길은 산책만 가능하고 자전거나 자동차는 달릴 수 없다.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담양의 별미 한우떡갈비와 대통밥, 담양 한정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주소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학동리 578-4 전화번호 : 061-380-3154 입장료 : 1000원

 

 

 

청주 가로수길

 

청주IC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조성된 청주 가로수길. 전국의 진입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힐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1995년 57%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남긴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극중 최민수가 오토바이에 고현정을 태우고 시원하게 달리던 길이 바로 이곳이다. 약 6km에 걸쳐 1500여 그루의 양버 즘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잘 포장된 4차선 도로 양쪽으로 길게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터널처럼 보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청주 IC에서 복대동 가경천 ‘죽천교’까지 이어지는 6km의 도로

 

 

 

내장사 단풍터널

 

산 속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내장산은 곳곳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보물처럼 숨어있다. 특히 내장산 매표소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2.5㎞의 구간은 ‘내장산 오색단풍길’로 불리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빨간 단풍잎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단풍터널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슴속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