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보다도 더 무서운 벌
지난해보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와 마른장마 등으로 전국적으로 온도가 높아지면서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벌집이 공원과 가로수, 아파트 베란다, 보일러실 등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푸른 초원에서 꽃에 앉아 꿀을 빨아 먹는 예쁜 모습을 상상했던 벌이 내 집 앞에 수백 마리가 집을 짓고 간다면 이보다 큰일은 없는 법. 일부에서는 뱀보다 더 벌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벌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벌은 왜 독침을 쏠까?
벌은 침입자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침을 쏘게 되어 있다. 여왕벌, 유충, 군체 전부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말벌류는침이 목표물에 꽂힌 뒤 다시 빠질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꿀벌류는 쏘는 순간 침에 연결된 내장이 터져서 죽게 된다. 벌의 목표물이 되지 않으려면 화려한 색이나 원색 계열의 옷이나 화장은 피하는 게 좋다. 벌은 냄새와 색에 반응하기 때문에 꽃으로 착각할 만한 색을 피하는 것이 좋고, 단 내가 나는 청량음료, 꿀, 향수, 화장품 등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벌이 가까이 접근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쫓으려 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피하거나,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목표물을 찾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벌은 이동 중인 사물을 적으로 인식하고 쫓기 때문에 수건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면 벌을 더 자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벌에 의한 교상
벌에 의한 교상이란 다발성 독침에 의한 독성반응이나 독침 또는 교상에 의한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가려움, 통증, 붓는 등의 가벼운 증상, 심하게는 응급상황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벌의 독침 중에서는 꿀벌과 땅벌의 침이 상대에게 자상을 입힌 후 몸체와 분리되기 때문에 오직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어 가장 유순하다. 특히 자극을 받았을 때만 침을 쏘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말벌의 경우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쏠 수 있는 종류가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벌쏘임 환자 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벌 쏘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2009년 9,609명, 2010년 11,145명, 2011년 9,665명, 2012년 16,293명, 2013년 13,232명으로 5년 사이 약 3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을 기준으로 남성이 68.9%, 여성이 31.1%로 주로 벌목을 담당하는 남성에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 중 가장 위험한 벌은 ‘장수말벌
해마다 가을이면 말벌에 쏘여 병원 신세를 지거나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말벌 중에서 가장 위험한 벌은 ‘장수말벌’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장수’라는 이름은 그 무리의 곤충 중 가장 큰 종류에 붙여지는데, 장수말벌의 여왕벌이 4.5~5 cm, 일벌은 2.5~4 cm, 수벌은 3~4.5 cm 정도로 다른 말벌들까지 살상할 수 있는 강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어떤 곤충도 씹을 수 있는 턱과 단단한 이빨, 몇 번이나 쏠 수 있는 독성이 강한 날카로운 침, 게다가 장수말벌의 외피는 갑충류에 필적할 만큼 단단해 어지간한 공격으로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끈기 있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삼은 목표물은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둥지와 5~6 m 거리에 있는 것은 위협 물로 간주해 공격하는 습성으로 벌집을 건드리지 않아도 쏘일 수 있다. 사람이 쏘였을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의식을 잃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벌집을 발견하면 먼 곳으로 돌아가거나 119에 신고해 제거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방법
벌에 쏘였다면 환자를 가장 먼저 벌이 없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 후 평평한 곳에서 환자의 피부에 벌침이 박혀 있는지 살펴보고, 침이 남아 있다면 신용카드 같은 납작한 것으로 피부를 밀어내면서 벌침을 제거해야 한다. 벌침을 빼기 위해 핀셋이나 손으로 무리하게 시도하면 벌침 끝 부분에 남아있는 벌 독이 몸 안으로 더 들어갈 수 있으니 한 번에 완전히 빼내야 한다.
침을 제거했다면 벌에 쏘인 자리를 비누와 물로 깨끗하게 씻어 2차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이후 얼음찜질을 15~20분간 시행하여 붓기를 가라앉히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위치하도록 하면 독소가 심장으로 유입되는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다. 쏘인 부위에 약간의 통증과 가려움만 있다면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도움이 되고, 벌에 쏘인 후 몸이 심하게 붓고, 가려움증, 식은땀, 호흡곤란, 구토, 경련 및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난다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에 한해 쏘인 부위에서 약 10 cm 정도 상방(심장에 가까운 쪽)에 폭이 넓은 헝겊이나 2 cm 이상 폭으로 된 끈으로 피가 통할 정도로 묶어두면 독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질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무것도 먹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