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키겠소이다! 잡상(雜像)

경복궁, 창경궁 등 고궁 나들이를 하기 좋은 계절이다. 고즈넉한 궁궐을 천천히 걷다보면 살아있는 우리의 옛 역사와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고궁을 찾는 이들도 많다. 잔잔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고궁을 산책하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추녀마루 위에 줄지어 조그맣게 세워져 있는 인형들. 생각해보니 어느 궁에서든지 저런 인형들을 본 것 같다. 사람 같기도 하고 얼핏 동물 같기도 한 저 인형들 · · ·. 왜 그곳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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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이란?

 

목조건축의 추녀마루에 장식하는 작은 짐승의 형상, 바로 잡상(雜像)이다. 흙으로 여러 가지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 추녀마루 위에 세운 것인데 화재를 예방하고 액운을 막는 주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로 궁궐이나 도성의 성문, 왕릉의 정자각, 종묘, 성균관 등 왕실과 관련된 건물에 있는 것이 특징인데,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나쁜 기운을 막는 의미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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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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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궁마다 그 종류와 개수가 다르다

 

추녀마루 위의 잡상 개수는 궁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숭례문은 9개, 창경궁 홍화문은 5개, 창덕궁 돈화문은 7개, 수원 팔달문은 4개, 창덕궁 인정전의 9개, 경복궁 경회루는 11개, 경복궁 동십자각은 5개, 덕수궁 중화전은 10개의 잡상이 존재한다. 이는 각각의 건물을 지을 당시 건축 균형미에 맞춰 임의로 잡상 수를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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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즐겨보자~ 잡상 이름대기!

 

조선시대, 새로 발령을 받아 궁궐로 첫 출근하는 관리는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고 한다. 바로 고참 앞에서 궁궐 지붕 위 잡상의 이름을 순서대로 단번에 외워야 했던 것! “대당사부, 손행자, 사화상, 이귀박 …….” 아이들에게는 자칫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잡상. 조선시대 궁궐의 신고식처럼 아이들과 재미있게 잡상 이름 대기 놀이를 해 보는 건 어떨까? 궁마다 잡상의 개수와 종류가 다르니 여러 궁을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잡상에 대해 알아나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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