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내음 가득한 6월의 국내여행코스

선선한 여름 바람이 분다. 꿉꿉한 바람도 아니고, 살짝 맺힌 땀방울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그런 바람이 분다. 이런 좋은 날씨에 아무데도 안 가고 그저 흘러내리는 땀만 닦아낸다면 좀 아쉽지 않은가? 어디 멀리 갈 필요는 없다. 곧 다가올 휴가철 워밍업을 하듯 주말에 잠시 떠나자. 6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그대를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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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곶자왈 길 (올레 11코스, 14-1코스)

뜨거운 태양도 이곳에선 보기 힘들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숲인 곶자왈 숲은 촘촘한 정글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어느새 산속을 탐험하게 된다. 머리 위에 뜨거운 태양이 떠 있는데도 주변은 약간 어두운, 말 그
대로 정글 숲에 있다고 보면 된다. 바람이 한 점 불어오면 그때부터 걸어보자. 곶자왈 길로 많이 알려진 제주 올레 11코스와 14-1코스는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속을 걸어가는 길이다. 어느 순간, 산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등 다양한 식물과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독특한 꽃과 식물에 눈이 간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정글처럼 촘촘하게 엮인 숲인 만큼 곶자왈 내부로 들어가기 전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첫 번째, 휴대전화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두 번째, 독초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세 번째,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둘 이상 함께 들어갈 것이다. 곶자왈 숲으로 들어가기 전 작은 팻말이 세워져 있으니, 한 번쯤 확인하고 들어가면 좋다. 곶자왈 숲의 매력은 끝이 없다. 특히 제주 올레 14-1코스 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이 곶자왈 지대인데, 그 숲을 한없이 헤쳐나오다 보면 사람 몸이 겨우 빠져나올 만한 작은 공간을 통해서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을 볼 수 있다. 이 곳이 바로 오설록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동굴을 지나고 나니,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 듯하다. 끝도 없이 펼쳐진 녹차밭 한쪽 구석에서 만화캐릭터처럼 짜잔, 하고 등장해보자. 초록빛 물결이 가득한 제주도 곶자왈에서 당신의 6월을 싱그럽게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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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나들길 (6코스, 8코스)

늘 보러 가고 싶지만,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 곳이 바로 바다다. 특히 6월의 바다 표면은 따뜻하지만, 그 속은 무척이나 차가워서 해수욕을 하다가는 감기 걸리기에 십상이다. 그렇다고 바다만 계속 보고 있으면 약간 지루함이 생
긴다. 그렇다면 바다를 계속 바라보면서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해안가만 계속 걸으면 재미없다. 볼 것도 보고, 먹을 것도 먹고, 즐길 것도 즐기고 싶다. 그렇다면 강화도 나들 길로 떠나자. 특히 강화도 나들길 8코스는 강화도 남단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데, 눈앞의 섬과 산과 바다가 오밀조밀 어우러져 한폭의 동화 같은 기분이다. 한쪽으로는 새파란 바다를, 한쪽으로는 초록빛 숲을 느끼며 걸어가는 기분은 최고의 낭만이다.
오밀조밀하게 꾸며진 해안가 오솔길에는 아이가 흘리고 간 운동화 한 짝 놓여 있을 것만 같다. 조개껍데기가 한가득 버려져 있는 한쪽 귀퉁이에서 바다를 즐기자. 화려한 감상보다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가는 휴식이 필요하다면 6코스도 좋다. 호젓한 산길을 이어가며 강화도의 논길 사이를 걷는 길이다. 수많은 탑이 들어선 공원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 작가의 쉼터라고 불리는 사색의 자리도 있다. 강화도 나들길에서 당신의 6월을 아로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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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옛길

하이힐을 벗고 발을 시원하게 마사지 해주고 싶다면 흙길을 밟아볼까? 문경 옛길에는 고운 흙이 깔린 흙길이 있다.흙길을 따라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다 보면 발 사이사이 느껴지는 간지러운 흙들이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손으로 다듬은 듯한 절묘한 기암절벽을 굽어보며 걷는 것도 독특한 즐거움을 준다. 시가 있는 옛길에서는 시를 한번 읊어보는 것도 좋고, 장원급제길을 걸으며, 승진을 빌어 보는 재미도 느껴보자. 무조건 걷기보다는 옛날 선비들이 장원 급제를 꿈꾸며 걸었던 그 길을 상상해보면서 걷는 것도 즐겁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산이 없는 바다보다는 물이 없는 산보다는 물과 산이 동시에 있는 시원한 계곡이 최고다. 문경 옛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폭포 소리, 정다운 산새 소리가 가득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싱그러운 자연을 마음에 머금는 기분이다. 또한, 레일바이크와 패러글라이딩 등 당신의 마음을 익사이팅 하게 해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신선이 머물 것처럼 아름다운 선유동과 용추계곡, 강변에 펼쳐진 진남숲도 놓쳐서는 안 될 곳들이다. 발바닥 한가득 흙을 묻히고는 문경의 고운 폭포에 발을 담가 씻어 볼까? 당신의 여행의 풋풋함을 더해줄 것이다.

 

 

풋풋한 내음 가득한 국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