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햇살과 함께 다가온 나들이의 계절, 봄이 되면 유난히 북적거리는 곳이 있다. 구수한 사람냄새가 그리운 현대인에게 인심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추억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사는 이나 파는 이나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는 이곳. 따스한 봄 향기와 함께 달려가도 좋을 종로5가 광장시장의 먹자거리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광장시장. 이름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활기
광장시장은 이미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활용되었고 이름만 검색해도 수만 개의 블로그와 관련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서울의 대표적인 맛집 집합체, 먹자거리 중 하나이다. 서울의 크고 작은 30여 개의 시장 중에도 서민의 맛이 고스란히 스며들어있고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은 1903년 동대문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여 동대문시장관리를 위한 광장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1일장, 5일장 등의 개장방식으로 운영되어 오던 시장과는 다르게 개장과 동시에 상설시장으로 운영한 현대시장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복, 커튼, 구제 의류 등의 직물 판매와 농수산물 중심의 상설 도.소매를 겸하고 있지만, 일명 ‘먹자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맛집 탐방 식탐가들의 필수코스로,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고 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시장의 활기가 더 살아나기도 했고 동대문, 인사동, 대학로 등 서울중심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인 맛집들로 가득 찬 ‘맛있는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무엇일까?
기다림 마저 맛있는 빈대떡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아, 이곳이 광장시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광장시장의 반장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빈대떡의 냄새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고소한 냄새를 따라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찾게 되는 빈대떡 가게들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너나 할것 없이 빈대떡부터 시작해야 하는 의무감이 들 정도의 유혹적인 냄새와 대형 전 틀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빈대떡들은 내가 광장시장의 빈대떡이요 하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그 맛을 입증이라도 하듯 가게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더군다나 주말의 오후라면 꽤 긴 줄을 서야 한다. 마치 코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냄새를, 아니 향기를 맡으며 기다려야 한다.
빈대떡인지 튀김인지 헷갈릴 정도의 많은 기름 속에서 부쳐진 빈대떡을 한입 맛보면 기다림도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게 된다. 더구나 맷돌로 갈린 녹두와 숙주를 듬뿍 넣어 넉넉한 기름 속에 익히다 보니 폭신함은 물론이고 그 맛 또
한 고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고소한 빈대떡의 맛은 막걸리를 부르기에 충분하므로 대낮부터 막걸리 한 잔 따라 마시는 장면도 이곳에서는 정겨운 예삿일이 되어 버린다. 포장도 가능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빈대떡은 방금 부쳐낸
빈대떡 맛과 비교할 수 없으므로 꼭 시장에서 맛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광장시장만의 합법적인 마약, 마약김밥
광장시장 대표 먹거리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이름도 유명한 마약김밥. 빈대떡만큼이나 여기저기의 많은 가게에서 자리 잡고 있는 마약김밥은 광장시장에서 맛보아야 할 필수 메뉴 중의 하나이다. 김밥을 파는 가게 곳곳에 원조라
는 글자가 쓰여 있지만, 딱히 진짜 원조 마약김밥을 찾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초 간단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손가락만 한 길이의 가는 김밥 안에 보일 듯 말 듯한 단무지와 당근이 전부이고 그 위에 깨가 뿌려져 있는,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게 생긴 것들이 가게마다 수북이 쌓여있다. 1인분에 김밥 8개와 소스 한 개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마약김밥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작은 비닐봉지 속에 들어있는 겨자 소스를 찍어 먹는 순간 코끝이 아려오는 알싸함과 함께 그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벌써 다음 김밥을 집게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간판에 쓰여 있듯
마약이라는 이름을 가진 광장시장의 이 김밥은 어릴 적 어머니가 조물조물 싸주신 김밥의 손맛을 기억하는 우리네의 미각 추억과 함께, 학교 앞 불량식품을 그리워하는 옛 향수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마약과 같은 파괴력을 지닌 명
물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한 맛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스 김밥이라고 불리었을 정도로 특별한 겨자 간장소스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처음 한두 입 정도는 ‘생 김밥’만 먹어보는 것도 마약김밥을 유니크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광장시장 먹거리의 떠오르는 대표주자 수수부꾸미
찹쌀 가루나 찰수수가루를 반죽하여 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납작하게 빚어 기름에 지진 떡인 부꾸미. 그 이름도 귀여운 수수부꾸미는 광장시장의 먹거리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별미 간식이다. 익숙한 듯하지만 거리의 노점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붕어빵과 호떡과는 다르게 좀처럼 쉽게 맛보기 어려운 간식으로 수수 맛과 팥 맛을 함께 즐길수 있는 든든한 디저트이다. 호떡이 익어 가고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철판에서 팥을 품고 질서정연하게 부쳐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침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식객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수수부꾸미의 가게는 주인장의 부치는 속도가 프로임에도 밀려드는 주문을 따라잡기는 여간 어려워 보인다. 사람이 몰리는 저녁이나 주말에는 결국 번호표까지 받아 들게 한다. 쫄깃쫄깃하면서도 기름에 지졌기에 바삭바삭한 주변 식감은 과연 일품이다. 광장시장의 수수부꾸미는 그리 달지 않으면서 수수의 고소한 맛과 팥의 은은한 달착지근한 맛이 어우러져 조용하고 부드럽게 미각을 간지럽힌다. 시장답게 두툼하고 큰 부꾸미를 받아들면 마치 옛 시장 안의 부자가 된 듯하다. 먹자거리의 후식 격으로 종이컵에 하나씩 담아 주기에 들고 다니면서 시장 안 이곳저곳을 쇼핑해도 좋다.
광장시장 먹거리 플러스
이 외에도 육회 골목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이미 광장시장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소고기 육회, 돼지코를 마주하며 먹는 팔뚝만 한 순대와 가래떡만 한 굵기를 자랑하는 새빨간 떡볶이. 섬세한 맛은 아니지만, 김치와 두부를 넣은 큼직한 만두와 시원한 멸칫국물이 잊고 지냈던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칼국수와 샐러드바 대신 나물바가 마련 되어 있어 주인장의 손이 훑어진 뒤 묽은 강된장을 올려 마무리되는 즉석 채소 비빔밥. 동그랑땡 이라 불리지만 고추장 양념을 듬뿍 뒤집어 쓴 동그란 육전을 숯불에 구워먹는 고추장불고기, 곤이(내장)와 알이 그득그득하게 담긴 얼큰한 소주 친구 대구탕 등이 광장시장 먹자거리를 찾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므로 광장시장에서 특별한 데이트를 즐겨보자.
출구정보 1호선 종로5가역 8번출구(광장시장, 종로4가 방면, 예지동)
데이트 코스 1호선 종로 5가역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제격이다. 먹자거리에서 거나하게 배를 채운 뒤 청계천을 거닐어도 좋고 창경궁,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쌈지길, 대학로 등으로 데이트 코스를 이어나가도 좋다.
서울광장시장(www.gjmarket.org)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예지동 6-1
전화번호 02-2267-0291
이용시간 평일 09: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