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는 일상으로의 초대

국가 대표 플로리스트 김은영 씨

 

봄의 시작 3월. 얼어붙은 흙 에서 새싹이 돋고 나뭇가지 에서 꽃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꽃의 계절에 세계에서 가장 꽃을 잘 다루는 그녀를 만났다. 2013년 국제기능 올림픽 화훼장식 금메달리스트 김은영 선수(23). 1년 365일 수많은 꽃을 만지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꽃과 함 께하는 일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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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인생을 건 23살

 

그녀는 마치 ‘플로리스트계의 김연아 선수’ 같다. 중학교 2학년 어린 나이에 꽃을 다루기 시작해 ‘기능올림픽 메달’ 을 목표로 한 길만을 달렸고, 22살에 그 꿈을 이뤘다. 국제기능올림픽은 세계월드컵과 함께 화훼장식에서는 톱클래스에 속하는 대회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6명의 국가대표를 출전시켰고 (2년에 한 번 개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땄다. 그중 김은영 선수가 딴 것은 두 번째 금메달이다. “한 선수가 단 한 번만 출전 할 수 있고, 22세의 연령제한까지 있어 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학교까지 휴학하고 매진했죠.

그래서인지 솔직히 메달을 딸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경쟁은 치열했다. 17개 참가국 중 화훼문화권인 유럽 에서만 10개국이 출전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부터 10년간 이어오던 채점 원칙이 작품제출에서 현장채점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이전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올림픽을 석권 하던 유럽이 긴장했던 것. 이처럼 쟁쟁 한 선수들과 견제 속에서 당당히 따낸 금메달이라 그 의미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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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삶을 장식하다

 

김은영 선수는 꽃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의 권유로 어릴 때부터 꽃을 만졌다. 꽃을 다루는 솜씨를 지켜본 어머니는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때부 터 9년 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화훼장식을 배우기 위해 서울 에 올라갔고, 수원농생명과학고를 거쳐 지금의 경희대학교 조경디자인과로 진 학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를 두고 한 길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친 구들이 놀 때 꽃꽂이를 하러 돌아와야 했던 고충’은 사춘기 소녀에게 꽤 힘든 결정이었다. 플로리스트로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것 역시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었다. “꽃은 무겁고 장식은 힘이 많이 들어요. 체력이 필수니까 늘 건강 보조제를 입에 달고 살았지요. 합숙 훈 련할 때는 매일 아침 최소 10바퀴 달리 기가 필수였고요.” 콤플렉스인 색상 조 합을 훈련하기 위해 수 만장의 사진과 색상 관련 책자만 보고 산 적도 있다. 와이어를 만지다 상처를 입는 일은 비일 비재했다. 지역 예선에서조차 연거푸 떨어지고 슬럼프가 와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웠던 시절도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겨 울을 이기고 마침내 봄꽃을 틔운 나무 들처럼.

 

 

 

향기나고 하늘 거리는 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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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꽃을 물었더니 프리지어,장미, 글로리오사라고 대답했다. 향기 나는 꽃, 하늘거리고 연약한 꽃이 예뻐 보인 다고 말하는 얼굴에는 승부사 국가대표 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 23살, 그녀의 다음 꿈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꽃 외에도 식물을 좋아해서 조경과 화훼를 접목해 환경디자인 분야에 도전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꽃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고 요.” 그녀가 본 유럽은 꽃의 왕국이었 다. 영국에서는 집들이 때 항상 꽃을 사가고, 가정집 뿐 아니라 음식점에도 식탁 위에 꽃이 요리처럼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프러포즈할 때나 특별한 날만 꽃다발이 등장한다. “제 친구 중에도 꽃보다 명품을 사겠 다는 애들이 적지 않아요. 하지만 문화 라는 건 바뀌는 거잖아요? 전에는 커피 한 잔에 수천 원 쓰는 일을 생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요. 우리 나라도 꽃과 함께하는 일상이 자연스 러워질 때가 올 거라 믿어요.”

 

 

 

 

 

김은영 선수가 알려주는 꽃다발 보관법

 

“졸업, 입학, 생일, 프러포즈와 같이 뜻깊고 중요한 순간에 꽃다발 많이 받으시죠? 그 싱싱한 감동을 오래 보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매일 물을 갈아주는 것’이랍니다. 물속에서 세균이 번식해서 꽃이 시들어가기 때문인데요. 꽃집에서는 ‘수명 연장제’를 사용하지만, 가정에서 는 락스 한 방울을 넣어 세균 번식을 막아줘도 생생한 꽃을 훨씬 더 오래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