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배순탁이 추천하는 달콤쌉싸름 ‘초콜릿 뮤직’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고 있다.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내 기억에,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남자들 사이에서 약간의 자존심 싸움을 동반했다. 내가 받은 초콜릿이 내 동성 친구의 것보다 적은 것을 알고는 좌절 모드에 휩싸였던 추억,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거라고 위로해본다. 그러니 기억해주기를. 나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초콜릿을 즐기지는 않지만, 밸런타인데이 때 누군가 초콜릿 선물을 하면 거절하지 않는 따뜻한 남자다. 그런고로, 내가 경험한 밸런타인데이의 슬픈 역사가 누군가에게는 반복되지 않도록, 초콜릿 뮤직을 쭉 골라봤다. 초콜릿과 함께 이 곡을 ‘컬러링’ 같은 형태로 선물하면, 효과만점일 것이다.

 

 

13_2

 

Chocolate / The 1975

최근 팝계에서 초콜릿하면 바로 이 곡이다. 뭐랄까. 초콜릿하면 떠오르는 어떤 대표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느낌마저 드는 까닭이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 밴드 ‘The 1975’가 발표한 이 곡은 발표 당시 영국 차트에서 19위에 오르며 인기를 모았다. 물론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했을 만큼, 국내에서의 팬층도 제법 탄탄한 밴드다.

멤버들에 의하면 이 곡은 ‘보편적인 사랑 노래’라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너무 뻔한 코드는 어떻게든 피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 공간감 넘치는 일렉트로 비트와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식상하지 않은 인상을 던지면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펀치 라인이 명징한 멜로디 라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이지,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 터지는 노래’다.

 

 

13_3

 

Chocolate Love / f(x)

이 곡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S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적인 걸 그룹인 소녀시대와 에프엑스가 이 곡을 ‘따로’ 발표한 것이다. 물론 각각의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소녀시대가 복고풍의 팝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에프엑스의 것은 상대적으로 번쩍거리는 이미지의 일렉트로닉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13_4

 

초콜릿 / 마리오, 케이윌

두 남자 가수가 초콜릿과 같은 사랑을 노래한다. 힘이 넘치면서도 섬세하고, 섬세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친다. 이 곡의 가장 큰 장점은 리듬과 멜로디의 안정적인 동거다. 전자 비트는 과하지 않은 속도와 강도로 반복되고, 그 위를 케이윌의 보컬과 마리오의 랩이 교차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마치 ‘잘 빠진 팝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13_5

 

With Chocolate / 브라운 아이드 소울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하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그룹에게 ‘초콜릿’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노래 하나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막내 성훈의 솔로와 아름다운 하모니로 듣는 이들에게 초콜릿을 귀로 먹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청각의 미각화라고나 할까. 이게 모두 환상적인 멤버들의 가창력 덕분일 것이다. 그대, 낭만적인 밸런타인데이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선택은 바로 이 곡이다.

 

 

13_6

 

Chocolate High / India Arie Feat. Musiq Soulchild

초콜릿은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피부색’을 뜻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에릭 베네(Eric Benet)가 부른 ‘Chocolate Legs’처럼, 특히 피부가 아름다운 흑인들에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디아 아리와 뮤지크 소울차일드가 모두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 곡 제목의 ‘초콜릿’을 위와 같은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곡에서의 초콜릿 역시 지금까지 소개한 4곡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마치 초콜렛에 중독(High)된 것처럼 너의 사랑 없이 나는 살 수 없어요.”라는 노랫말인 것이다. 남녀 흑인 음악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화음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초콜릿 혼성 듀엣’의 최고 명곡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