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야, 납작 엎드려라!

삼복더위, 라는 말이 있다. 양력 7월에서 8월 사이 무더위가 가장 극심한 시기로 가을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이 기간에 더위 앞에 잠깐 엎드려 있다고 하여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복날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겐 닭 한 마리 푹 고아 먹는 날로 알려진 복날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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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중복, 말복

복날은 총 세 번 온다. 24절기 중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을 초복이라고 하며, 대략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에 온다. 이 시기는 소서와 대서 사이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보통 경일이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는데, 때때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여름철 중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로 삼복더위라는 말이 여기서 연유된다.

 

tip. 복날이 되면 풍년을 점친다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 또한, 벼는 이렇게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되므로 복날마다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또 복날이 지나야 비로소 벼가 제 몫을 하는 것이다.
한편,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피는데, 복날 날씨가 맑아야 대추꽃이 예쁘게 잘 피고, 대추열매가 잘 열린다. 그런데 비가 오면 대추꽃이 피기 어려워 대추농사가 흉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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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풍경

옛날 조상들은 복날이 되면 시원한 계곡을 찾아다녔다. 산간계곡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을 하고, 준비해온 참외나 수박 등 먹을 것들을 함께 나누며 무더위를 이겨냈다.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운 여름을 보냈다.
그러나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는 복날에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복날을 흉일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나 여행, 혼인, 치료 등을 삼갔다.

 

tip. 복날에는 목욕을 하면 안 된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설이 있어 옛날에는 복날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았다. 만약 초복 날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과 말복에도 목욕을 했는데, 이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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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특별 음식

복날에는 몸보신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장만해 먹는다. 예로부터는 특히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오는 복날의 모습이다. 이 밖에도 팥죽을 쑤어먹기도 했다.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옛사람들은 더운 여름에 팥죽으로 이열치열을 즐기곤 했다.

특히 삼복더위를 엎드리게 만들어버린다는 시원한 콩국수는 단백질의 집합으로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밤새 불린 흰콩을 맷돌에 갈아 만든 고소한 콩국은 더운 여름 별미 음식이다. 그리고 국수 한 줌을 쫄깃하게 삶아 콩국과 함께 담고, 오이를 채 썰어 듬뿍 올려 먹는 콩국수 한 그릇은 고기 대신 콩으로 단백질을 얻었던 옛날의 귀한 복날 음식이다.

 

tip. 옛날 삼복더위에 궁궐에서는?

조선 시대에 궁궐에서는 고위 관료들에게 무더위를 이기라는 의미로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고 한다. 빙표(氷票)라는 것을 주어 당시 얼음을 보관하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 가게 했는데 냉장고가 없는 그 시대에 한여름에 보는 얼음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하는,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