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울해!”, “자도 자도 피곤하네!”
요즘 부쩍 우울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한 번 쯤은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겨울철은 추위와 일조량 감소 등으로 계절성 우울증이 나타나기 쉬운 때다. 동면 하는 동물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고 무기력해진다는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파헤쳐보자.
겨울과 우울증…무슨 관련 있나?
계절성 우울증은 사계절에 모두 나타나지만 가을, 겨울철에 특히 자주 발생한다. 뇌 시상하부의 온도 조절 능력이 다소 낮은 사람은 계절의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통칭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09년(69,071명)부터 2013년(77,149명)까지 최근 5년 사이 11.7% 증가했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계절성 우울증은 햇빛의 양이나 일조시간과 관련이 깊다. 이는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보통 일조량에 비례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엔도르핀과 같이 뇌 시상하부 중추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로, 심신의 안정을 돕고 기분을 좋게 해준다. 소화작용을 조절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억제해 주기도 한다. 이 세로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어야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일조량이 줄면서 그에 따라 세로토닌 분비량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추위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들고, 체내 에너지 또한 부족해지기 때문에 우울감이 더 커질 수 있고, 개인의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우울증의 정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경우, 불안감을 크게 느낀 경우도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 증상
□ 무력감을 느낀다.
□ 많이 먹게 된다.
□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 몸이 늘어지는 느낌이다.
□ 잠을 많이 잔다.
□ 잠을 충분히 자도 졸리다.
□ 아침에 바로 일어나기가 어렵다.
□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감퇴된다.
□ 머리가 아프다.
□ 위경련이 일어난다.
햇볕만 쬐어도 우울감이 줄어든다?
세로토닌 분비를 늘려 우울증을 물리치려면 밖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에 노출되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킬 방법은 없나?
햇볕을 쬐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그 대안으로 비타민D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는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햇볕 비타민’으로도 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조지아 대학의 앨런 스튜어트 박사는 비타민D가 세로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며, 이러한 비타민D가 결핍되었을 때 계절성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고등어나 참치, 계란 노른자, 우유 등을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 좋다.
해산물과 견과류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도 비타민D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시금치나 고구마 등의 섬유질 음식을 섭취하면 장 활동이 활발해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탄수화물 섭취 욕구가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욕구에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단백질이나 혈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섭취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방법은 없나?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드는 법! 스트레칭이나 요가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면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늘 시간에 쫓겨 산다. 점심식사 마저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때우거나 거르기도 한다. 하지만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울할 때 마시는 술은 독?
“맨날 술이야. 난 늘 술이야”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술로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이 많다. 실연의 아픔은 술로 달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울증은 달랠 수 없다. 오히려 과도한 음주는 우울증을 악화시킬 뿐이다.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면 뇌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술을 섭취하면 뇌세포가 급속도로 알코올에 마비되어, 뇌 기능이 더욱 저하된다. 덩달아 우울증도 심해진다. 당장은 알코올의 효과로 우울감은 잠시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우울감은 더 심해지게 된다. 그 결과 자꾸 술에 의존하게 되어 알코올 의존증에 빠질 수도 있다.
굳이 치료 받아야 하나?
계절성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이다. 따라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이 질환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항우울제 투약을 통한 약물치료를 받거나 일정 기간 동안 광선요법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