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으로 술렁이는 3월,
걷기 좋은 봄날 산책길

 

사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싱그러움이 어울리는 ‘봄’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름과 겨울은 너무 덥고 춥다. 또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니깐 말이다. 3월은 꽃샘추위 탓에 날씨가 쌀쌀하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만큼은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앙상했던 가지 사이로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겨울 내내 숨을 죽이던 새순이 꽃봉오리를 피워 올려 그 찬란한 자태를 뽐낼 준비를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도 감상적으로 변한다. 할 일은 많고 주어진 목표도 열심히 지켜야 하지만, 인생의 참 멋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연이 주는 화려한 선물 앞에서 로맨틱한 감상에 빠질 줄도 아는 법이다. 꽃바람에 술렁이는 3월, 걷기 좋은 봄날 산책길을 알아봤다.

 

 

골목 속 숨은그림찾기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

 

강동역 4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가 우리를 반긴다. 강풀만화거리는 웹툰 작가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를 공공미술로 재구성한 곳으로,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강동구청, 핑퐁아트, 자원봉사자가 함께 모여 완성했다.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 네 편이 예술적 상상력과 만나 공공미술 작품으로 재탄생된 공간이다.

 

강풀만화 (2) 강풀만화 (5) 강풀만화 (1)

 

만화로 채운 벽화거리는 이 ‘순정만화’를 매개체로 사랑과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강풀만화거리는 총 52컷의 웹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상치 못한 곳들에 웹툰이 숨겨져 있어 숨은그림찾기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마을 골목길 마다 그려져 있는 벽과 상가, 집 대문과도 어우러지게 웹툰이 그려져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컷 마다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도 갖게 한다. 강풀만화거리에는 강동구에 거주하며 간직했던 강풀작가의 소소한 추억도 그려져 있는데, 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운치 있는 홍제동 개미마을

 

자연스러운 흐름, 사람냄새, 탁 트인 경치가 느껴지는 벽화거리를 만나고 싶다면 홍제동 개미마을 을 봄날 산책코스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다. 개미마을은 홍제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마을버스 7번을 타면 된다. 생각보다 가파른 동네이기 때문에 벽화관람은 종점까지 올라가 내려오면서 산책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마을버스 7번의 종점은 개미마을이자 인왕산 등산로 입구이다. 트레킹이나 등산을 좋아한다면 홍제역에서부터 걸어 올라가 벽화를 구경하며 산을 타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개미마을 (4) 개미마을 (3) 개미마을 (5)

 

개미마을은 210여 가구 42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곳이다. 6·25 전쟁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들어와 천막을 치고 생활하며 시작된 마을이다. 당시에는 ‘인디언촌’으로 불렸으나, 지난 1983년 ‘개미마을’이라는 정식 이름이 생겼다. 주민들이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개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벽화가 그려진 지 몇 해가 지나 색이 살짝 흐려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사람냄새 나는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오르막길에 위치한 덕분에 개미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전경이 기가 막힌다.

 

 

젊음과 열정, 홍대 벽화거리

 

홍대 근처를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홍대벽화거리. 과연 이곳이 벽화거리인가 싶을 만큼 홍대거리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강풀만화거리는 따듯한 메시지가, 홍제동 개미마을은 아기자기한 감성과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긴다면, 홍대벽화거리는 젊음과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이곳은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곳답게 틀에 갇히기보다 톡톡 튀는 감수성으로 꾸며진 벽화들이 돋보이는 거리다. ‘자신에 꿈에 대한 열정’, ‘끊임없는 도전 찬란한 미래’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담긴 그림부터 포스트잇 메시지들이 연달아 그려진 그림, 추상적인 느낌의 그림까지 무척 다양하다. 술집과 맛집들로 가득할 것 같은 홍대거리에도 이런 멋진 곳이 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자리한 벽화거리는 잠시 쉬어다 갈 수 있도록 꾸며놓은 휴게소 같은 느낌이 든다.

 

홍대벽화 (1) 홍대벽화 (4) 홍대벽화 (2)

 

홍대벽화거리는 지난 1993년 ‘거리미술전’을 계기로, 홍대 미대 학생들과 여러 작가들의 작업이 더해져 지금과 같은 벽화거리가 형성되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거리미술전’ 기간 동안에 이곳을 찾으면 벽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볼 수 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는 벽화거리인 만큼 혼자 걸어도 지루하지 않고 중간에 벽화와 조화를 이루며 곳곳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