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4월, 숲에서 마음을 치유하다

 

식목일(植木日)이 있는 4월은 나무를 상징하는 달이다. 식목일은 애림의식을 높이고, 산지 자원화를 위해 국민 모두가 나무를 심는 날이다.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州)에서 이뤄졌다. 산림이 헐벗은 것을 본 한 개척민이 산림녹화운동을 전개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 네브래스카주는 이 운동을 처음 전개한 J. S. 모턴의 생일인 3월 22일을  나무의 날(Arbor Day)로 정해 식목행사를 치르고 있다. 자연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봄, 온 산이 파릇파릇한 신록으로 물드는 생동의 계절을 맞아 숲이 주는 선물인 ‘산림 치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탁한 공기로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나 산으로 가기만 해도 주변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가슴은 탁 트이고 폐는 상쾌해진다. 사람들은 모른다. 깨끗한 자연의 소중함을 말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 봄,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꽃놀이와 등산, 산림욕을 떠나는 것도 어쩌면 다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나무가 울창한 숲을 찾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치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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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연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이자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E. Wilson)은 ‘바이오필리아’라는 이론으로 인간 안에는 생명에게 이끌리는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Bio-(생명)’와 ‘-philia(좋아함)’가 합쳐진 말이다. 이 조어는 생명을 좋아한다는 의미로 번역될 수 있는데, 생태용어사전에서는 자연을 좋아하는 생명체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소양으로 쓰인다.

책에서 윌슨은 바이오필리아를 ‘생명 사랑’이란 표현으로 통일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에는 생명을 사랑하는 경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는 선택과 행동에 아주 강력하게 영향을 준다. 즉, 그는 사람의 세포 속에는 오랜 진화를 통한 자연애가 잠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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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환경심리학자인 캐플란(Kaplan)은 현대인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장소로 ‘숲’을 꼽는다. 그의 집중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ve Theory)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늘 집중해서 활동해야 하는 일상을 보내며, 이로 인해 쌓이는 피로는 반드시 회복과정을 거쳐야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원기 회복의 장소로 적합한 곳은 ‘아름다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적절한 면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는 이 네 가지의 특성을 지닌 장소가 바로 숲이며, 숲이 스트레스 해소의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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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만 존재하는 5가지 치유인자

산림치유는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정신적 건강의 유지를 돕는 활동이다. 산림(山林)은 경관(景觀),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햇빛과 같은 치유인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5가지 치유인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첫째, 산림의 경관이 주는 효과는 산림을 이루는 녹색에 있다. 녹색은 눈의 피로를 풀어 주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색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해 계절마다 산림의 경치가 달라진다. 이러한 산림의 시각적인 변화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며, 사람의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피로감을 덜어 주는 효과가 있다.
둘째, 숲에서 나는 신비의 물질인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과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생성하는 화합물이다. 산림 내 공기에 존재하는 휘발성의 피톤치드는 인간의 후각을 자극해 마음의 안정과 쾌적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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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음이온은 일상생활에서 산성화되기 쉬운 인간의 신체를 중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 산림의 호흡작용, 산림 내 토양의 증산작용, 계곡 또는 폭포 같은 쾌적한 자연 주변에 많은 양이 존재한다.
넷째, 숲 속의 소리이다. 산림에서 발생되는 소리는 인간의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white noise)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소리는 계절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는데, 봄의 산림이 가장 안정된 소리를 발산한다고 한다.
다섯째, 산림에서 쬐는 햇볕은 도시와는 다르다. 산림의 햇빛은 피부암, 백내장, 면역학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UVB)의 차단효과가 뛰어나다. 햇볕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 및 치료 방법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햇볕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세포의 분화를 돕는 비타민D 합성에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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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산림테라피 ‘크나이프요법’

산림치유에 대한 효과와 관심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높아지고 있지만, 독일은 오래전부터 산림치유요법이 체계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독일 산림치유요법의 선진사례인 ‘크나이프요법(kneipp’s therapy)’은 약 120년 전, 붸리스호펜 마을의 가톨릭 사제였던 세바스챤 크나이프(1821~1897)가 청년시절에 걸렸던 결핵을 냉수욕 등으로 완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창된 것이다. 크나이프 보양지는 독일 전국에 64개소가 있다. 크나이프의사연맹이 조사와 설계를 시행한 산림산책 코스도 있다. 코스 거리는 2~10km, 코스의 고저차는 10~50m로, 각각 2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나이프 보양지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보양숙박시설에는 의사의 상근이 가능하고, 사회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건강보험회사가 체재를 결정한 경우, 체재비와 의료비의 대부분이 보험으로 지불된다. 특히 독일에서는 4년에 한번 3주간의 보양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이 요법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크나이프 요법의 발상지인 현재의 바트 붸리스호펜에는 연간 약 100만 명이 보양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