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있는 스트레스는 오만가지 질병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물론 스트레스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자극이 되는 스트레스도 있다. 늘 받고 사는 게 스트레스라지만, 한번쯤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가지의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크게 부정적 스트레스인 ‘디스트레스(distress)’와 긍정적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eustress)’로 구분할 수 있다.
‘세상에 좋은 스트레스가 어디 있어?’라고 할지 모르지만 분명히 있다. 당장 고민되고 부담돼도 이를 뛰어넘으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유스트레스다. 또한 유스트레스로 인한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삶의 활력을 불어 일으키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떤 과제를 해결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 내일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그것이다.
반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극복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우울감과 불안감을 준다면 그것은 디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고부갈등이나 상사와의 잦은 마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듯 스트레스는 우리 생활에 늘 긍정적인 자극과 부정적인 자극을 함께 안겨준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유스트레스로 인지할 수 있고, 디스트레스로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스트레스 요인이 생기면 그것이 극복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가름해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생산적인 결과와 성공, 행복을 얻을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두통과 고혈압 등의 증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트레스로 인한 악영향들
디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걱정과 근심, 불안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이런 증상들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디스트레스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워지면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는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문제이지만,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리적 요인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앓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신체형 장애’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스트레스가 근골격계,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소화불량, 두통,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식으로 검사를 받으면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신체형 장애에 해당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신체형 장애 진료인원은 13만 7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5년간의 성별 진료인원을 비교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4년 여성 진료인원 중에서는 40대 이상이 전체의 8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대 여성들이 가정의 대소사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외모가 중요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폭식증(신경성 과식증) 등 음식 섭취와 관련된 신경성 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거식증에 걸리면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계속 살을 빼려는 행동을 보이고, 폭식증에 걸리면 과식이나 폭식을 한 후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억지로 구토를 하거나 이뇨제를 먹는 행동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거식증 진료인원은 총 3,214명으로, 이중 여성은 76.9%(2,471명)를 차지했고 남성은 23.1%(743명)에 그쳤다. 폭식증의 경우도 비슷했다. 2013년 전체 진료인원 3,270명 중에서 여성은 88.9%(2,907명)이었는데 반해, 남성은 11.1%(363명)이었다. 거식증과 폭식증 모두 여성 진료인원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은 것. 이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날씬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풍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과도한 디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렇듯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걸리기 쉽고, 보유 질병이 있다면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나의 스트레스 수치는?
평소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 문항을 보고, 최근 한 달 동안 어떤 문항에 얼마나 해당되었는지를 확인해 점수를 더해보자.
점수를 더한 결과, 합계가 13점 이하라면 정상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스트레스 요인 자체가 가볍거나 본인이 이를 유스트레스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14~16점이라면 이미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상태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디스트레스로 인한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17~18점이라면 정신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며, 19점 이상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① 규칙적인 생활습관 들이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흡연, 과식, 과음, 불면 등의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된다. 이는 정신 건강 뿐 아니라 신체 건강까지 망치는 지름길이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6~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일주일에 최소 3일 정도는 30~60분 정도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 건강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다.
② 복식호흡․명상하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복식호흡을 해보자. 숨을 깊이 들여 마시면 폐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다시 숨을 천천히 내쉬면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켜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뤄진다. 그러면 몸이 이완되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쉬워진다.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명상을 하면서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해 집중해 차분히 생각하면 디스트레스가 유스트레스로 전환될 수도 있고, 현재 심경을 돌아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도 있다.
③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스트레스 요인을 피할 수 없을 때, 자책을 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다 보면 자칫 우울감에 빠질 수 있고, 디스트레스가 심화될 수 있다. 감정을 정리한 후에 현재의 불편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뒤 침착하게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면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