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계절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화사함만으로도 특별하다. 하지만 아름답고 좋은 것은 빨리 지나가는 법.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쾌청한 하늘과 포근한 날씨는 이내 사라진다. 너무나도 멋진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느릿느릿 걷고, 보고, 느끼기 좋은 뮤지엄 나들이를 떠나보자. 달동네, 영화, 커피 등 색다른 문화요소를 테마로 한 국내 이색 박물관들을 소개한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인천광역시 동구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60~70년대 우리나라 달동네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가난을 굳이 학습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박물관에 꾸며진 정겹고 끈끈했던 달동네의 풍경을 보다 보면 역사 뒤로 사라져버린 우리의 것, 우리 문화를 깊이 있게 되돌아볼 수 있다.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뜻의 ‘달동네’는 본래 ‘달나라 천막촌’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도심에서 쫓겨난 판자촌 주민들이 임시 천막을 치고 살아 밤에 누우면 달과 별이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한때 만수산, 송림산으로 불렸던 이곳 수도국산(水道局山) 역시 한국전쟁으로 건너온 피난민들, 산업화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비탈에 모여 모둠살이를 하면서 형성된 달동네이다. ‘수도국산’이라는 지명은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의 배수지가 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달동네의 일상이었던 공동수도, 공동화장실, 연탄 갈기, 옛날 교복 입어보기 등 근•현대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 홈페이지_www.icdonggu.go.kr/museum
* 위치_인천광역시 동구 솔빛로 51
낭만이 있는,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
커피 마니아라면 남양주에 위치한 ‘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총 5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독특한 박물관은 북한강을 마주하고 있어 꽤 낭만적인 견학이 가능하다.
제1관 커피역사관에서는 동서양의 커피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와, 커피 재배조건 및 커피 관련 유적이 전시되어 있다. 제2관 커피의 일생에서는 원두 파종부터 생두의 제조과정 및 세계 각국의 생두 품종에 이르기까지 커피 유통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3관 커피의 문화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 관련 골동품과 커피와 예술의 만남을 기념하는 역사적 인물 및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4관 미디어자료실에서는 직접 내린 커피를 시음하며 130년이 넘은 우리나라 커피보급의 역사를 시청할 수 있다. 커피 시음은 전문 바리스타가 원두를 알맞은 크기로 가는 것부터 취향에 맞게 커피 내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므로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제5관 커피 재배온실에서는 커피 묘목의 떡잎부터 커피 열매까지 커피나무의 전 생장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박물관 1층에는 26종의 커피와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다.
* 홈페이지_www.wndcof.com
* 위치_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로 856-37
삶과 예술의 콤비네이션,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만화유산을 전승하는 뮤지엄이다. 한국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와 분기 또는 월별로 기획되는 기획전시가 열린다. 상설전시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대표작가인 ‘이이남의 작품세계’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작품들의 ‘명장면 전시관’이 있다. 또 <수호지>, <삼국지>, <일지매>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남긴 故고우영 선생을 기념한 ‘고우영관’, 4차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4D상영관’, 디지털 패널을 통해 만화를 그려볼 수 있는 ‘체험존’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밖에도 오는 7월 8일까지는 故김원빈 작가의 <주먹대장> 특별전이 열린다. 이는 개작과 재연재가 여러 번 됐을 만큼 오랜 사랑을 받아온 작품으로, 태생적으로 신비한 능력을 가진 커다란 오른손을 갖고 태어난 주인공이 고난과 좌절을 딛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인이 된 김원빈 작가의 습작 및 개인자료들을 전시해 작가의 섬세한 화풍과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 홈페이지_www.komacon.kr/comicsmuseum
* 위치_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1
한국 영화의 모든 것, 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박물관은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영화사의 정립 및 보존을 위해 설립한 곳이다. 190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한국영화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시간여행’,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을 통해 사회문화사를 짚어보는 ‘여배우 열전’, 30년대 대표 극장 원각사를 모델로 한 ‘무성영화극장’, 한국영화에 대한 깊고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기획전시 등 한국영화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달 26일까지는 초창기부터 2012년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100선 포스터 전시 <청춘의 십자로>에서 <피에타>까지」가 전시된다. 한국장편영화 101편 중 유실된 12편을 제외한 총 89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이 전시는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을 비롯해 한국영화의 부흥기였던 1950~60년대, 영화산업의 쇠퇴기인 70~8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 감독들이 대거 등장한 1990년대, 한국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2000년대 등 한국영화의 100년사를 심도 있게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이다. 선정된 한국영화 100선은 시대별, 감독별, 배우별로 전시․구성되어 있으며, 상위 9위까지는 작품을 공개해 역사적 자료로 제공 중이라고 한다.
* 홈페이지_www.koreafilm.or.kr/museum
* 위치_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