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 걷고 싶다
‘로맨틱한 꽃길’

 

가을이 단풍으로 그윽한 계절이라면, 봄은 활짝 핀 꽃들로 화려한 계절이다. 꽃샘추위를 이겨낸 꽃들이 꽃봉오리에서 터져 나와 저마다 초록으로 물든 산과 들에 오색 수를 놓는다. 보드라운 봄 햇살과 살랑 불러오는 봄바람에도 꽃내음이 가득하다. 완연한 봄을 맞은 4월의 꽃길을 걸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활짝 피워보자.

 

 

새하얀 꽃비의 낭만 ‘진해 벚꽃길’

‘4월’ 하면 생각나는 꽃은 단연 벚꽃이다. 특히 창원 진해는 세계 최대 벚꽃축제 ‘진해군항제’가 열릴 만큼 해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한다. 일 년 중 단 며칠만 허락된 절경이기에 4월 초 진해의 벚꽃길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진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황산 공원의 365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하얀 벚꽃 물결에 마음까지 깨끗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경화역은 진해역과 성주역 사이에 들어선 역으로, 이름만 남고 역사 건물은 없어져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약 800m 정도 되는 벚꽃 터널 사이로 기차가 들어오는 인상적인 모습에 관람객들에겐 최고의 사진 촬영 장소로 손꼽힌다.

 

진해 경화역벚꽃

경화철길변

 

여좌천 벚꽃길은 장복산에서 발원해 진해만으로 흘러가는 하천을 따라 늘어선 길이다. 좌우에는 산책하기 좋도록 데크가 가지런히 깔려있다. 군데군데 다리가 놓여있는데 그중 로망스 다리는 MBC 드라마 ‘로망스’에 등장한 다리로, 꽃비 내리는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축제 때에만 개방이 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의 벚꽃나무들은 유난히 꽃망울이 풍성하고 화려하다. 진해여중 앞에서 북쪽의 주차장에 달하는 1.5km의 벚꽃길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면 결혼에 도달하게 된다고 해 ‘혼례의 길’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위치_경남 창원시 진해구 통신동 중원로터리 및 진해 일대

 

 

눈부신 황금물결 ‘낙동강 유채꽃길’

들에서 올라오는 샛노란 봄, 유채꽃이 황홀함을 선사하는 매년 4월 중순이면 창녕군 남지읍 낙동강 유채 단지에서 ‘낙동강유채축제’가 개최된다. 창녕 낙동강 둔치는 낙동강 유역 중 유일하게 제방이 없는 곳으로, 홍수 시 민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반복돼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470여 가구를 이주시킨 뒤 제방을 쌓았다. 당시 제방을 축조하고 남은 부지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했다. 지금은 끝없는 유채 밭과 자전거 길을 따라 3km 거리에 있는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억새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의 절경을 배경으로 황금빛 유채꽃의 향연이 한눈에 펼쳐진다.

 

유채축제1-

유채풍경(전경)0

 

해마다 황금물결을 이루는 유채꽃과 낙동강의 푸른 물결이 어우러져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자그마치 60만㎡의 유채꽃 밭을 거닐며 사진을 찍으면, 그 어느 곳에서도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유채꽃은 개화기간이 길어 축제 기간 이후에도 꽃을 만끽할 수 있다. 유채꽃 감상과 함께 세계적인 내륙습지인 우포늪과 국내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곡온천을 함께 즐기면 더욱 좋다.
위치_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835-25 남지체육공원

 

 

진분홍빛 꽃불 ‘지리산 바래봉 철쭉길’

해마다 4월 말에서 5월 중순이면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지리산 바래봉에는 붉은 철쭉이 수줍게 피어난다. 사람 허리 정도 높이의 철쭉이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데,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가꿔놓은 듯 정갈하기까지 하다. 이 철쭉길은 1970년대, 이 일대의 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겨놓고 잡목과 풀을 모두 뜯어 먹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철쭉이 피어오르는 시기가 되면 ‘바래봉 철쭉제’가 개최되며, 관광객들은 등산로를 따라 붉게 피어오르는 철쭉들과 나란히 걷는다.

 

철쭉(팔랑치)

철쭉

 

철쭉을 감상하고 산행을 즐기며 인근 드넓은 목장 용지의 아름다운 경관에 푹 빠지면 하루가 저무는 줄 모를 정도다. 지리산 철쭉은 특히 꽃잎이 크고 색이 곱기로 유명하다. 봄이 깊어질수록 초록으로 뒤덮인 웅장한 지리산 자락과 소담하게 자리 잡은 진분홍빛 철쭉이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떨어진 팔랑치 구간으로, 5월 중순이 되면 정상 부근까지 철쭉꽃이 만개해 온 산을 뒤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위치_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 바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