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몸에 좋거나 나쁘거나

 

매운 갈비찜, 낙지덮밥, 불닭, 홍짬뽕…. 듣기만 해도 군침이 날 정도로 맵고 칼칼한 음식들이다. 입안에 감도는 찌릿찌릿한 통증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러한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다.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 해소나 혈액순환, 식욕 촉진 등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과하게 먹으면 속 쓰림을 유발하는 등 위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매운맛의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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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

우리의 식탁을 보면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많다. 그만큼 매운맛은 우리 음식을 대표하는 맛 중 하나다. 물론 ‘매운맛’이라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매운맛은 엄연히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종종 매운맛이 주는 통증 혹은 희열(?)을 경험하기 위해 극도로 매운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매운맛의 고통을 통해 스트레스나 다른 것들을 잊거나 해소할 수 있어서 매운맛을 즐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이성적인 판단기능이 약화되는 반면, 감각영역과 감정영역, 경험을 기억하는 영역의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연구가 있기도 하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침과 섞여 감각세포인 미뢰로 전달된다. 미뢰는 혀 표면에 있는 버섯 모양의 돌기 속에 있는데, 이 미뢰가 쓴맛, 신맛, 단맛, 짠맛 등 4가지의 맛을 구별해 이에 대한 정보를 미각신경을 통해 뇌로 보낸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안의 감각세포들이 이를 통증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엔돌핀’을 만들어내고, 이때의 경험이 기억에 남으면서 매운 음식을 또 찾게 된다.

 

매웃맛테스트

 

매운 음식이 우리 몸에 주는 유익

고추의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캡사이신이 체내에 들어오면 침과 위액 분비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처음엔 식욕을 자극하지만 그 뒤에는 소비에너지 대사와 지방 분해를 촉진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캡사이신이나 고추 추출물은 소화기능을 돕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반 드링크류의 소화제에 함유되어 있다. 이외에도 캡사이신은 한방에서 발한과 식욕 촉진, 회충․요충의 구충제로도 쓰인다. 양방에서는 면역력을 높이거나 피부를 자극해 혈액 순환을 촉진시킬 때 사용하기도 한다.

 

 

매운 음식 섭취, 과하면 건강 해치기도

매운 음식처럼 위에 강한 자극을 주는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속 쓰림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속 쓰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68,192명)부터 2013년(101,140명)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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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쓰림은 식도염이나 위궤양, 위염, 임신 등에 의한 역류증,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위장의 운동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날 수도 있다.

매운 음식은 보통 짜다. 위가 약한 사람이나 위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과하게 매우면서 짠 음식을 자주 먹으면 위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매운맛의 농도가 너무 강하면 장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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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 년간 식품, 화장품 등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위해 평가를 수행해 온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매운 요리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위 점막이 손상되고, 속이 메스꺼워지며,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증상들을 초래하는 캡사이신의 양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히지 않았지만, 성인이 한 끼 식사에서 섭취 가능한 캡사이신의 양은 1킬로그램당 최대 5밀리그램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체중이 70킬로그램인 성인이 한 끼 식사에 섭취 가능한 캡사이신의 양은 최대 350밀리그램까지라는 얘기다.

앞서 캡사이신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는 했지만, 우리는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캡사이신’만 따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다. 매운 음식과 함께 밥이나 반찬 등 다른 음식을 함께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열량 섭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다이어트 효과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기 보다는 차라리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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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 적당하게 즐기자

사람마다 매운맛을 느끼는 정도나 위의 건강 상태가 다르다. 그러므로 앞으로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적당량을 섭취하도록 하자. 여기서 ‘적당량’이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단계의 매운맛과 양을 의미한다. 또한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만약 매운 음식에 중독된 상태라면 고춧가루 대신 겨자나 향신료를 활용해 요리하거나 한 끼 식단에서 매운 음식을 2개 이하로 줄이는 식으로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한 척도가 있다. 바로 스코빌 척도(SHU)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양고추는 약 5천~1만 스코빌이라고 한다. 이는 즐겨먹을 수 있을만한 매운맛이라고 한다.

 

부트졸로키아(Bhut Jolokia) 도셋나가(Dorset Naga)

부트 졸로키아(좌), 도셋 나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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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졸로키아(좌),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우)

 

하지만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라는 고추는 100만 스코빌이라고 한다. 청양고추보다 100배 이상 매운 셈이다. 만지기만 해도 손이 후끈거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고추를 이용해 테러 작전용 최루탄이 만들어질 정도라고 한다. 그 뒤를 이어 방글라데시의 도셋 나가는 87만~97만 스코빌, 인도의 나가 졸로키아는 85만 5천 스코빌, 멕시코의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는 57만 7천 스코빌이라고 한다. 이들처럼 캡사이신 농도가 높은 고추를 섭취하면 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