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만든 이유, 나라마다 다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릴 만큼, 의미 있는 날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부부의 날, 근로자의 날, 성년의 날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5월은 특정 존재에 대한 이유, 소중함, 의미를 되새기는 달인 것만 같다. 하지만 요즘의 어린이날 세태를 보면 단순히 이날이 부모에게서 선물을 받는 날로 치부되는 것만 같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어린이날이 제정된 의미와 유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한다면, 이날을 보다 의미 있게 기념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기념하고 있는 어린이날, 각 나라에서는 이날을 어떤 이유로 기념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어린 시절, 5월 5일만 되면 우리는 당연한 것처럼 부모님께 갖고 싶은 선물을 사달라고 졸랐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어린이날 노래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어린이날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손꼽아 기다렸다. 선물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그런 즐거운 날이었으니 말이다. 어른이 된 후부터는 어린이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졌다. 그러나 알고 보면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는 생각보다 진지하고 뜻 깊다. 이제라도 이날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꿈나무인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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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단어가 지닌 특별한 의미
한국의 ‘어린이’라는 단어는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일까.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선생이 따로 지칭하는 말이 없는 유년과 소년을 부르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또 이 말에는 어린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순우리말인 ‘늙은이, 높은이, 착한이’를 보면, ‘이’라는 글자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희승(李熙昇)이 엮은 <국어대사전(1981)>에 보면 어린이는 어린 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로 ‘나이가 어린 사람’이란 뜻이다. 즉, 어린이란 단어는 어린 존재에 대한 소중함과 인격적인 존중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어린이 인격의 소중함·민족의식 고취
사회복지학사전에서는 어린이날을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처음에는 5월 1일이었다. 3·1운동이 계기가 되어, 소파 방정환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불어넣고자 전개된 것이 바로 어린이날인 것이다.

1923년 방정환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가, 1927년부터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바꾸어 행사를 치렀다. 1939년 일제의 억압으로 행사는 중단되었고, 광복 후인 1946년 다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한국의 어린이날은 광복, 민족의식, 독립운동 등 역사적 의미가 깊게 담겨 있는 날이다. 광복과 함께 되찾은 날인만큼, 한국 사람이라면 어린이날의 의미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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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린이날
한국에만 어린이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세계 어린이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은 1925년 제네바에서 열린 ‘아동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World Conference for the Well-being of Children)’에서 제정되었다.
1954년부터는 유엔과 유네스코는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날(Universal Children’s Day)로 기념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어린이날이 8월의 두 번째 일요일이다. 1990년 이전까지는 어린이날이 8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었으나, 그 이후 8월의 두 번째 일요일로 변경되었다. 이슬람교를 깊이 믿는 나라들은 이슬람력으로 5월 5일인 7월 4일을 어린이날로 지낸다고 한다. 또 캐나다에서는 매년 11월 20일로 어린이날 법률이 제정되었고, 타이는 매년 1월 두 번째 토요일로, 총리가 보통 각각의 어린이날의 모토로 성명을 발표한다.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이 같은 나라도 있는데 가봉,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 카메룬, 차드 등이 있다.

 

어린이날이 두 번 있는 일본
일본에는 어린이날이 두 번 있다. 남자 어린이날과 여자 어린이날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남자 어린이날은 공휴일이지만, 여자 어린이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를 성차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근에는 남녀 구별 없이 경축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이에 대한 비판은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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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남자어린이날은 5월 5일로 고도모노히(子どもの日)라고 부른다. 이날은 ‘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라 불리는 잉어 깃발을 집 밖에 걸어 두는데, 이는 남자아이의 성장과 출세를 상징한다. 여기서 코이는 잉어를 뜻한다. 잉어가 용문의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된다는 중국의 전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진다. 잉어가 용이 되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풍습인 것이다. 이날 일본의 가정집에서는 남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사무라이 인형이나 갑옷, 투구를 장식하고 대나무의 잎이나 떡갈나무의 잎으로 싼 찹쌀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여자 어린이의 날은 히나마쓰리(ひなまつり)로 3월 3일이다. 이날 역시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날로, 여자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다양한 장식으로 꾸며진 인형과 과자, 떡, 복숭아, 복숭아꽃 등을 붉은 천으로 꾸며진 단상 위에 올린다. 축제 당일은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단상을 바로 우는 풍습이 있다. 이유는 단상을 늦게 치우면 결혼을 늦게 하거나 못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미국
미국에는 우리처럼 어린이날을 따로 기념하지는 않지만, 365일 어린이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종교계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두 차례 진행하는데, 5월 1일에는 청교도 신자들이, 6월 두 번째 일요일은 개신교 신자들이 행사를 진행한다.
6월 어린이날의 유래를 살펴보면, 1856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유니버설리스트 제일교회의 목사 레오날드(G. H Leonald)가 많은 어린이들이 착한 마음으로 교회에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아이들이 교회에 꾸준히 잘 나올 수 있도록 재미난 행사를 준비했는데, 이것이 시초가 되어 1883년부터는 전국적인 행사로 확장되었다.
이날 사람들은 교회 마당에 장미꽃, 과자, 맛있는 음식 등으로 테이블을 꾸미고, 찬송가를 다함께 부르며 케이크를 나눠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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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터키의 어린이날은 한국만큼이나 의미가 깊다. 독립기념일인 4월 23일이 터키의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매년 이날이 되면 터키정부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초청해 ‘세계 어린이날’ 축하 행사를 갖는다. 터키인들은 터키를 찾는 어린이들이 그들의 전통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그들의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터키의 건국을 주도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초대 대통령 ‘케말 파샤’의 묘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만돌린처럼 생긴 악기를 울리면서 어린이들은 춤을 추거나 행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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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네덜란드에서는 12월 6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있다. ‘성 니콜라스 날’이라고 불리는 이날 어린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어른들은 옛날 훌륭한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처럼 좋은 사람이 되도록 교훈을 전한다. 이날은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를 기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어린이날을 성탄절처럼 여겨, 학교와 집에서 아이들에게 초콜릿 등의 선물로 이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중국
중국에서는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린이날에는 휴교를 하는 초등학교도 있고,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전날 기념행사를 갖기도 한다. 또 등교를 하는 곳에서는 소풍을 가거나 오락 활동을 진행한다.
‘한 자녀 갖기’운동을 꾸준히 펼쳐 왔던 중국인들은 어린이날에 자신의 아이들을 꼬마 황제, 꼬마 공주라는 뜻인 ‘샤오꽁티(小皇帝)’, ‘샤오꽁주(小公主)’로 부르며 아이들에게 극진한 선물 및 이벤트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