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옛말은 틀림없나 보다. 웃을 때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이 체내 면역체계를 강화해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웃음이 아닌 울음에도 치유효과가 있다고 한다. 강력한 감정이 불러오는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호르몬으로 눈물을 통해 배출·해소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힘들어도 웃어라’,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라’라고 했던 말이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논리였던 셈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감정 디톡스 ‘웃음치료’와 ‘울음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웃음치료, 넌 어디에서 왔니?
웃음치료란 ‘웃음’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경감하는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법이다. TV 속에 등장하는 웃음강의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지만, 의외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웃음치료이다. 최초의 웃음치료는 외과에서 시작되었다. 13세기 초 외과수술을 집도하던 일부 의사들이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웃음’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허버트 스펜서라는 사람이 긴장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웃음을 이용했고, 19세기 고트립 후펠란트는 소화력을 돕는 데에, 20세기 제임스 월시라는 의사가 내장 기관을 자극하는 방법의 하나로 웃음을 사용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웃음치료는 미국의 ‘Saturday Review’ 잡지사의 편집장이었던 노만 키즌스에 의해 비롯됐다. 노만은 강직성 척수염을 앓아, 매일같이 뼈와 근육이 굳어져가는 고통을 견뎌야 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통증이 줄어가는 체험을 한 것이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 부속병원 연구팀과 함께 웃음치료를 시작했고, 15분간 웃으면 2시간가량 통증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늘이 준 천연 항암제 ‘눈물’효과
나이가 들수록 스트레스가 많은 이유는 ‘눈물’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마음 놓고 울 수 있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면 아무데서나 울 수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날 때 눈물이 나는 것은 스트레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우리 몸의 방어기제다. 미국의 생화학자 빌 프레이에 따르면 눈물은 3종류가 있는데, 그 중 유일하게 뇌의 지배를 받는 ‘감정적인 눈물’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감정적인 눈물은 ‘카테콜아민(catecholamine)’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기는 물질로 반복적으로 분비될 경우 만성위염,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마음껏 울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 밖으로 배출돼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막 울고 난 뒤 기분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그것이다.
실제로 대암클리닉 이병욱 원장은 눈물이 ‘천연 항암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15년간 암 수술만 1,000여 건을 집도해온 그는 ‘분노, 미움, 원망, 슬픔, 절망과 같은 나쁜 감정들이 쌓여 마음의 독소가 되고, 이런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세포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이 원장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쏟아놓고 크게 울도록 하는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적 접근으로 치료와 치유를 병행한다고 전한다.
웃음, 눈물에서 나오는 건강 호르몬
이스라엘의 아사프 하로페 병원 연구팀이 시험관 시술중인 불임 여성 186명을 대상으로 웃음과 임신성공률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웃음치료를 실시한 그룹은 35.5%, 그렇지 않은 그룹은 19.3%의 임신 성공률을 보였다고 한다.
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달스트롬(Dahlstrom) 박사가 의대생 255명을 대상으로 분노수치와 사망률의 관계를 실험한 결과, 분노수치가 높은 그룹이 분노수치가 낮은 그룹보다 사망률이 7배 높고, 심장질환 환자도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람이 웃고 울 때는 체내에서 좋은 호르몬들이 방출된다. 통증을 줄여주는 엔도르핀, 엔케팔린, 세로토닌이 그것인데, 이 호르몬들은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없애주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를 활성화해 준다. 특히 엔케팔린은 모르핀보다 300배 강한 진통효과를 지닌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웃거나 울면 몸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특히 웃음은 침의 분비량을 증가시켜 소화를 촉진하고 식욕중추를 억제해 과식을 예방해준다. 심리적으로는 웃음이 사고의 유연성을 유지하게 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고 수용하는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