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고급 호텔이라도 내 방에서 잠자는 것만 못할 테고, 집에서 먹는 밥보다 좋은 영양식은 없다. 집 떠나면 다들 고생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하긴 그 먼 여행지에서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 보단, 건강을 잃고 돌아오는 일도 부지기수였기 때문. 하지만 라오스에서만큼은 다르다. 그 나라, 그 도시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이 다가온다. 모든 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던데, 이 나라를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거짓말처럼’ 마음 속 시끄러운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져간다.
About Laos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에만 익숙했다. 한데, 지난해 방영된 TV속 세 청춘들의 모습이 몇 달간 눈에서 아른거리다, 배낭 메고 훌쩍 떠나보기로 했다. 그들처럼은 아니겠지만, 더 늦기 전 마지막 청춘을 누려봐야겠다는 조바심 정도였을까. 라오스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나이와 피부색, 국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부터 쉬어진다. 그래, 마음만 청춘이어도 상관없다. 자연과 문화를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열정 하나만 있다면 뭐든 오케이다.
동남아 최대의 관광도시 방콕만 가더라도 배낭을 짊어진 유럽인들의 모습과 쉽게 마주친다. 우리가 유럽 배낭여행을 가듯, 그들은 동남아 배낭여행을 갈망한다. 그중 라오스는 배낭족들의 성지나 다름없다. 다이내믹한 대도시로 날로 변모하는 라오스 인근 국가인 태국과 베트남. 그와 달리 시간이 멈춘 그 소박한 풍경과 순수하기만 한 사람들까지 만나다보면, 바쁜 일상 속에 놓쳐야했던 순수한 감성이 되살아나고 마음 속 병까지 어느 순간 위로 받는다. 그렇다보니 한때 <뉴욕타임즈>에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하기까지.
인도차이나 내륙의 국가여서 그런지, 라오스는 지금의 순박한 모습과 달리 격동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거쳐야했다. 통일된 왕조를 이루지 못하다 결국 세 개의 왕국으로 분열됐던 시기. 이후 주변국의 공격을 받아야했고 프랑스 식민지와 일본 점령기 그리고 전쟁과 공산화 과정을 차례로 겪어야했다. 라오스의 여러 시대상은 도시 곳곳을 두루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Vientiane
인천국제공항에서 라오스로 떠나는 두 직항 항공편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으로 향한다. 1563년 미얀마의 공격으로 루앙프라방에서 이곳 비엔티안으로 수도를 옮겨야했던 라오스. 지난해 tvN <꽃보다 청춘>들도 그러한 것처럼,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속살을 파고들기 직전, 잠시 거쳐야 하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이다. 다수의 여행자들은 공항만 이용할 뿐, 바로 다음 행선지로 향하기 바쁘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마냥 아쉬운 게 많다. 시내 중심가인 남푸(Nam Phou)를 중심으로 하루 반나절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부처의 사리가 안장되어 있는 탓루앙 사원(Pha That Luang), 불교 국가 라오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사켓 사원(Wat Sisaket), 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빠뚜사이 개선문(Patuxai)은 놓치지 말아야 할 핫 플레이스.
Plus Info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이후, 다양한 라오스 여행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되도록 친구, 가족 단위로 배낭여행을 추천한다. 현재 비엔티안으로 향하는 직항 항공편은 라오항공(www.laoairlines.co.kr)과 진에어(www.jinair.com)가 있다. 각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날짜 항공편을 조회해보자.
특히 저비용 항공사 진에어의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확인할 것. 날짜와 여행 기간에 따라 파격적인 가격의 항공권(슈퍼 세이브)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구입하는 비결은 신속한 여행 계획과 발 빠른 실천뿐.
게다가 유럽 배낭족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인 만큼, 유명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도 손쉽게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만족할 만한 숙소를 ‘누구나’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환전은 <꽃보다 청춘>처럼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선 라오스 돈으로 환전할 방법도 많지 않을뿐더러, 라오스 화폐 단위는 우리보다 크기 때문에 한꺼번에 환전한다면 보관도 힘들고, 계산도 힘들다. 각 도시의 투어 상품 예약도 미국 달러로 결제가 가능하니, 여러모로 미국 달러가 편리하다.
마냥 머물고 싶은 그 곳
방비엥 Vang Vieng
비엔티안에서 약 160km. 하지만 우리와 다르게 도로 상황이 좋지 않기에 소요시간만 버스로 4시간이다. 그렇다고 겁낼 것 하나 없다. 버스가 흔들려도, 좌석이 조금 불편해도 창밖 풍경은 그런 고통 따위는 단 번에 보상해줄 만큼, 넋 놓고 내다 볼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 비엔티안 중부 터미널, 따랏사오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8번 방비엥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
<꽃보다 청춘>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마냥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이곳은 한 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역사적인 장소도 없는 그저 작은 마을과도 같은 이곳. 왜 유럽 배낭여행자들은 열광할까. 방송에 나온 것처럼 저렴한 숙소와 그에 걸 맞는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기 때문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한데 그것은 그저 일부일 뿐이다. 젊은 청춘들이 부담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인 것도 맞고, 아름다운 산과 강을 배경으로 한 다이내믹한 카약킹과 튜빙을 할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방비엥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따로 있다. 대도시의 온갖 스트레스로 심신이 허약해져 찾아온 이들에게 충분한 ‘안식’을 내어주는 것이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 사이로 아침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저녁에는 환상적인 석양이 물들며 몽환적 풍광을 펼쳐 보이는 평화로운 산간마을. 그 속에서 때 묻지 않은 그곳 사람들과 몇 날 며칠 조용한 일상을 공유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미 나이 지긋한 유럽 여행자들은 길게는 한 달 이상 이곳에서 체류하고 있다 한다. 그들의 입에선 이구동성 같은 말이다. 방비엥은 세계 최고의 치유 도시였던 것. 유명한 관광지가 없다보니 아무데도 갈 필요가 없다. 워낙 저렴하다 보니, 돈 걱정도 필요 없다. 게다가 순수하고 정직하기만 한 사람들이다보니 흔한 여행지의 바가지 의심도 없다. 치기는 빠지고 낯선 여행자에 대한, 배려와 겸손이 묻어나는 그곳 사람들의 진솔함을 통해 따뜻한 세상과 만난다.
그러곤 자전거를 빌려 갈 수 있을 만큼 달려도 보고, 발길 닿는 대로 깨끗한 자연에 내 몸을 맡겨도 본다. 정말이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되레 집 같은 기분이 들면서 모든 환경이 내 몸에 꼭 맞게 익숙해져 있다. 만남이 힘인지, 아니면 여행의 힘인지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 또한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내어준 치유의 힘이 분명하다.
나도 청춘들처럼!
방비엥 즐기기 More Enticing+++
방비엥 쏭강(Song River)에서 카약을 타고 유유히 주위 풍경과 한 몸이 되는 것. 청춘들 중, 가장 막내인 바로도 카약에 몸을 뉘여, 순수하기만 한 방비엥의 하늘과 산을 올려다보곤 너무도 행복해했으니. 모터바이크, 버기카 등을 빌려 탐푸캄(Tham Phu Kham)으로 향한다면 요정들의 천연 수영장, 블루라군(Blue Lagoon)도 만날 수 있다.
01 카약킹 Kayaking
방비엥 현지 투어 여행사를 통한다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다. 그중 카약과 동굴탐험을 함께 할 수 있는 하루 투어가 일반적이다. 튜브를 타고 동굴 안에 들어서면 코끼리 모양의 자연 종유석상이 있다. 동굴 탐험이 끝나면, 런치가 제공되는데 TV속 청춘들도 맛있게 즐긴 꼬치 바비큐와 볶음밥 그리고 바게트 빵이 나온다. 오후에는 고대하던 카약 투어. 쏭강을 따라 유유자적 아름다운 자연과 한 몸이 될 수 있다.
02 쏭강의 강변 바 River Side Free Bar
유연석, 손호준, 바로가 방비엥에서 가장 들뜬 표정을 지어보인 곳! 쏭강을 내려오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강변 바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와 자연스럽게 조우하곤,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에 자연스러운 댄스파티로 이어지기도. 낮부터 술을 마시는 모습에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 방비엥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현지인을 생각해서라도 적당한 에티켓은 꼭 필요하다.
03 블루라군 Blue Lagoon
푸른 물빛을 띤 천연 연못. 방비엥 중심에서 약 6km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청춘들처럼 자전거나 버기카를 빌려야 한다. 개인적인 이동이 힘든 여성 여행자라면 현지 투어 여행사를 통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있는 블루라군 투어에 조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영복과 타월만 준비한다면 청춘들처럼 다이빙과 수영도 즐길 수 있다.
04 짚라인 Zip Line
방비엥의 숨겨진 보물로 불리는 천연 유이 폭포 인근에서 이뤄지는 짚라인은 나무와 나무사이를 스릴 있게 타고 내려오는 고공 와이어 줄 체험.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다. 안전장치와 특수 복장을 장착한 후, 진행되기에 사고의 염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정글을 누빌 수 있다.
Stay in Vang Vieng
리버사이드 부티크 리조트 Riverside Boutique Resort
라오스 여행 중 가장 많은 일정을 보내게 되는 방비엥. 그렇다보니 숙소는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쏭강의 리버뷰 숙소를 찾는데, 다른 도시에 비해 가격이 참 착한 편.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면 룸 컨디션과 부대시설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그렇다보니 여행자들 사이에선 리버사이드 부티크 리조트가 대세이다. 아고다 등 유명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도 방비엥 숙소 인기 검색에선 언제나 최고 상위 위치. 게다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라오스 전체 호텔 중 만족도 2위에 선정되기까지. 쏭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주위엔 아름다운 산들이 병풍 치고 있는 이곳. 수영장과 조식이 훌륭하며, 총 34개 객실 마다 전용 발코니가 있어 각기 다른 환상적인 전망을 누릴 수 있다. 다이내믹 액티비티 이후, 힐링과 휴식은 당연히 필요하다. 자연을 벗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www.riversidevangvieng.com)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다시 라오스의 산길에 몸을 맡긴다. 이번엔 거리가 더 멀어 6시간쯤 달려야만 다다를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피곤할 법도 한데, 도시가 안기는 또 다른 포근함이 온 몸을 감싼다. 전통 건축 및 라오 족의 도시 구조 등이 높이 평가돼, 지난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져오는 건축물과 놀라울 만큼 잘 보존된 도시를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정감 가는 건, 이곳 또한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함께 순수하게 살아가는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아닐까. 이 도시만큼 평화롭고 느긋한 곳도 없다는 느낌을 수 없이 받을 정도였으니. 특히 이른 새벽 이뤄지는 탁 밧(Tak Bat)에 참여하다보면, 종교를 떠나 커다란 깨우침을 얻게 된다. 이 또한 치유 여행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의식이다. 루앙프라방 이름 자체도 왠지 모르게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 대도시의 찌든 때를 하나씩 벗어던지면, 건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게다.
나도 청춘들처럼!
루앙프라방 즐기기 More Enticing +++
01 탁밧 Tak Bat
평화롭고 느긋한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하루를 가장 먼저 여는 곳이 루앙프라방이다. 새벽 5시부터 사원 앞에 일렬로 모여 앉기 시작하는 사람들. 불교가 종교일리 절대 없어 보이는 파란 눈의 여행자들도 어색함을 뒤로 하고 진지한 얼굴로 그들의 행렬에 동참한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과일이나 찹쌀밥 카오니아우(Khao Niaw)가 들려있다. 공양에 나선 스님들에게 건네기 위함이다. 하지만 스님들은 자신들이 받은 공양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시 덜어내는 모습. 구걸도 아니고, 동정도 아니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공유이다. 청춘들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지켜봤을 정도로, 여행자 모두 그 행위에 순간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 이른 시간, 의식과도 같은 행렬 속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열 수 있다.
02. 쾅시 폭포 Kuang Si Waterfalls
루앙프라방 중심지역에서 동쪽으로 32km. 방비엥의 블루라군보다 더 많은 요정들이 살 것만 같은 환상적인 물빛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껏 고조시킨다. 계단처럼 보이는 굴곡진 석회암 지형에 에메랄드 빛 물이 차례로 쏟아지는 폭포수. 크고 작은 폭포들은 더위에 지친 여행자들을 바로 물속으로 이끌기 충분할 정도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커다란 나무에 줄을 매달곤 타잔처럼 다이빙하는 여행자의 모습에선 흥겨움이 절로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한 순간에 친구가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포토에세이 Photo Essay
01. 연간 50만 명이 찾고 1995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루앙프라방. 이른 새벽 탁밧으로 모든 여행자들은 가진 것을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
02. 석회 성분 때문에 에메랄드 빛을 내는 쾅시폭포는 루앙프라방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스폿이다. 신비로운 물빛 속으로 다이빙하려는 수많은 여행자의 긴 행렬. 그리고 크고 웅장한 폭포의 위용은 신이 내어준 최고의 선물.
03. 라오스 현지인 보다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로 늘 인산인해인 쾅시폭포. 그곳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꽤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며, 폭포의 물소리를 듣는다. 주위 아무런 잡음이 들리지 않는 폭포 소리는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준다.
04. 라오스 전통꼬치구이는 현지에서 ‘삥’이라고 한다. 주로 닭고기와 생선이 많은데, 그 맛도 담백하다.
05. 프랑스 식민지를 거쳐서인지 라오스에선 바게트를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돈으로 2천 원 정도면, 신선한 내용물이 푸짐히 들어간 바게트를 맛 볼 수 있고, 전통 라오스 건강식도 즐길 수 있다.
06. 유럽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라오스 체류를 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건강을 찾고 싶었다던 한 중년 남성. 아토피로 오랜 시간 고생하는 아이와 장기간 라오스 여행 중인 젊은 부부까지 사연도 다 제각각이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치유’였다.
07. 우리가 보기엔 가난한 삶이 분명한데, 라오스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여행자를 반긴다. 느림의 미학은 천혜의 자연에서 오는 듯 했고, 그 자연을 꼭 닮은 순수한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행복지수를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