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투어]여유 묻어나는
연남동 골목 그리고 숲길

 

사람은 지치고 힘들 때일수록 자연과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기운을 내기 위해서다. 벌써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공부하랴, 일하랴, 다이어트 하랴, 지난 상반기를 숨 돌릴 틈 없이 보냈다면 이제 자신에게 조그마한 휴식을 선사할 때다. 진정한 휴식이란 준비도, 계획도 없이 훌쩍 떠나는 것 아닐까? 정처 없이 걷는 것이 때로는 최고의 휴식일 수 있다. 무작정 걷기 좋은 여름 산책코스로 연남동을 골라보았다.

 

여름은 더워서 산책하는 것이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덥다고, 땀 흘리는 것이 싫다고 실내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다. 모름지기 건강한 여름을 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해가 질 무렵,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행선지는 연남동. 연남동이야 특색 있는 카페, 공방, 식당들로 요즘 한창 뜨는 곳이지만, 최근 개방된 연남동 숲길은 아마도 다들 잘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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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남쪽이라 연남동

연남동은 북적거리는 홍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신기하게도 한적하고 조용하다. 연남동은 1975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새로 생긴 동이다. 서대문구 연희동 일부인 경의선 남서쪽 구역을 분리해 마포구에 편입시키면서 동명을 ‘연남동’이라고 지었다. 연희동의 남쪽이라는 뜻이다. 연남동 골목은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내리면 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골목 초입에 숲길이 생겼다. 이 숲길은 경의선 및 공항철도가 지하화 되면서 생긴 공간이다. 이 숲길 중 연남동~염리동 구간이 지난 6월부터 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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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생긴 작은 숲길, 옛 철도의 흔적

경의선은 1906년 개통되어 서울과 신의주를 이어왔다. 2005년 노선이 지하화 되면서 지상에는 옛 철길이 남게 되었다. 그동안 경의선 옛 철길 주변은 풀이 우거지고 관리가 안 된 채 남아 있었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던 이곳이 지금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인 선형 숲길공원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연남동 구간은 폐철길을 따라 은행나무길이 1㎞ 정도 펼쳐진다. 숲길 중간에는 흙길도 있고 실개천도 흐른다. 이 실개천은 난지도 제방을 축조하면서 1977년 사라진 세교천을 복원한 것이다.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에서 올라오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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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숲길은 걸을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걷는 초반에는 아담하고 짧을 것 같다. 걷다가 힘들 때 즈음 나타나는 벤치는 반갑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실개천과 인근 아파트는 나무들과 함께 긴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시원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숲길 주변이 주택가라 다들 조용하게 산책하는 분위기다. 이 숲길은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맑게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연남동 마을시장 ‘따뜻한 남쪽’

경의선 숲길을 걷다 우측으로 꺾어 골목을 걷다보면 ‘연남동 마을시장 따뜻한 남쪽’이 보인다. 마을시장은 보통 연남동 주민센터와 은행나무 어린이공원 옆 길공원 일대(성미산로 29길)이다. 길 건너편에서도 잘 보이도록 노란색 현수막을 걸어놔 찾기 쉽다. 연남동 마을시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시장이지만 왁자지껄하게 시끄럽지 않다. 시장 조성 취지가 상업적 목적보다 모두를 위해 열리는 공간을 지향했고, 행사가 주택가 근처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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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과 구매가 가능한 분야는 다양하다. 직접 만든 창작품과 음식, 재활용품, 직접 키운 식재료 등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어린이 시장도 있어 어린이들이 직접 참가해 판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날 골목투어에서는 캐리커처, 천연석고방향제, 압화를 활용한 엽서, 천연화장품, 수제 쨈과 음료, 구제 물건 등을 볼 수 있었다. 운 좋으면 체험프로그램이나 공연 등도 만날 수 있다. 연남동 마을시장의 자세한 일정은 블로그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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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마을시장 근처를 걷다보면 ‘동차밥’이라는 가정식 스타일의 밥집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공간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소박하게 꾸며진 인테리어가 정겹다. 동차밥은 주방장과 홀 담당자 2명이서 운영한다. 모든 재료와 소스를 직접 손질하고 만든다. 메뉴는 다양하다. 국내산 돼지고기 등심과 안심을 양배추와 함께 먹는 ‘동차밥돈까스’, 동차밥이 개발한 특제 소스로 만든 ‘데미소스볶음밥’, 싱싱한 생연어만을 올린다는 ‘동차밥 생연어덮밥’과 ‘생연어비빔밥’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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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이드 메뉴이지만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든 ‘동차밥손만두’는 만두만 따로 사갈 정도로 손맛을 인정받고 있다. 주중에는 튀김만두만 만들고, 주말에는 튀김과 찐만두를 함께 판다. 주말이면 고기 찐만두와 김치 찐만두를 반반 맛볼 수 있으니 이것도 챙기자. ‘결정장애세트’나 ‘여자놀이세트’, ‘반주하고싶은날세트’ 등 재미있는 세트메뉴도 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이다.
연남동 골목 투어가 살짝 아쉽다면 화교들이 하는 중국집이 모여 있는 연희동으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