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떠난 제주도
그리고 푸른 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것이 있다. 친구나 연인,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인생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자신을 벗 삼아 혼자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노래 가사에서처럼 그렇게 밤이 푸르다는 제주도로 말이다. 여름 내내 수고한 당신, 8월에 훌쩍 떠나라. 발길 따라 떠나는 제주도 여행을 말이다.

 

여름휴가는 즐기고 싶다. 허나 마땅히 함께 갈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열심히 달려온 자신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나는 소중하니깐 말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휴식은 지쳐있는 자신을 위로하는 데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지만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 홀로 여행지로 제격인 제주도로 떠나보면 어떨까? 제주도는 유난히 혼자 여행을 즐기는 이가 많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도 활성화 되어 여행지에서 보내는 밤도 적적하지 않다. 혼자 여행 온,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또 어떠랴.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바람결에 날아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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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만나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어느새 제주도공항에 도착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 즈음 비행기 안에서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보면 푸른 제주도 바다와 아기자기한 집들이 반긴다.
제주공항에서 월정리까지는 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한 곳인데, 공항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차 없이도 월정리까지 이동이 수월하다. 70번이나 100번을 타고 10~15분을 달리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1번을 갈아타고 버스 차창 밖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월정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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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해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월정리’

월정리해변 쪽으로 걷다보면 바다냄새와 아기자기하게 집을 두른 낮은 돌담이 보인다.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와 음식점들도 서정적인 정취가 느껴지도록 꾸며놓았다. 월정리는 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해변마을이다. 월정리는 조개껍질로 된 청정 해안을 끼고 있으며,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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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로 걸어가니 푸른 바다와 새털 같은 구름이 그려진 하늘이 묘한 매력을 풍긴다. 사람이 번잡한 해수욕장보다 운치 있고 여유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바다 풍경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월정리 해변에는 음료를 마시며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테라스와 옥상, 통유리를 활용해 제주도다운 카페의 개성을 살려 꾸며 놓았다. 월정리해변의 카페길은 나무의자로도 유명하다. 한 카페에서 시작했던 것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접 잡은 오징어도 말려서 판매한다. 몸통부분보다 다리부분이 훨씬 맛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시원한 맥주와 함께 씹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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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숲, 사려니숲길

제주도는 바다만큼 숲도 푸르다. 섬 안에 숨어있는 숲길인 ‘사려니숲길’은 이름처럼 신비롭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도 불린다.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나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제주 방언이다. 서귀포시 사려니오름에서 물찻오름을 거쳐 제주시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약 15㎞의 숲길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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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방이 푸르러 삼림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키가 큰 나무들로 가득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전형적인 온대산림지역으로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의 천연림과 조림된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숲길 곳곳에는 중산간 목초지에는 목장 경계용 돌담인 ‘잣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 제주의 산림목축문화를 볼 수 있다. 숲속의 고요함을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할 시간을 원한다면 이 숲길을 빼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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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작품, 남원 큰엉과 한반도

월정리와 사려니숲길이 섬세하고 서정적이라면, 남원 큰엉은 선이 굵고 웅장하다. 큰엉의 ‘엉’은 ‘엉덕’의 줄임말이다.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이나 굴’ 또는 ‘언덕’을 의미한다. ‘큰엉’이란 이름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일종의 해식애(海蝕崖)이다. 화산활동의 결과로 흘러내리다 퇴적된 현무암질 용암층이 해식작용을 거처 형성된 곳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품인 만큼, 높이 30m, 길이 200m에 달하는 기암절벽과 굴의 웅장함은 탄성이 절로 일게 한다. 절벽은 바다를 향해 외치는 것 같은 형상이고, 파도는 절벽을 향해 쉴 틈 없이 부딪힌다. 반대편으로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은 대조적으로 고요하다.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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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엉에는 해안절벽을 따라 2㎞의 산책길, 전망대 등이 있다. 올레길 5코스 중간쯤인 큰엉 산책로를 걷다보면 사방이 나뭇가지로 뒤덮인 평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정면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산책로를 둘러싼 나뭇가지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들어가는 길목에서는 지나치기 쉽고 나오는 길목에서 발견하기 쉽다. 큰엉의 잔재미를 주는 곳이 바로 이 한반도 모양의 숲길인데, 이것을 발견한 사람의 눈썰미도 대단하다.

 

예전보다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제주도는 여행자들에게는 ‘한적한 쉼터’이다. 바글바글한 인파와 화려한 비키니,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된다면 ‘여백의 미’가 존재하는 제주도로 떠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