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민 사진가에게 듣는
‘여행지에서 폰카 잘 찍기’

 

요즘은 여행을 갈 때 카메라를 챙겨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데다 언제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사진을 바로 올릴 수 있는 편리함이 있어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따로 조작법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요령을 익힌다면 더욱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바른 그립과 자세로 흔들림을 줄인다

사진을 찍을 때는 스마트폰의 아래 부분이 아닌 중간쯤을 감싸 쥐듯이 잡고, 팔꿈치를 몸통에 붙이면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셔터를 누를 때 잠시 숨을 멈추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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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 쥐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립(왼쪽)과 너무 아래를 잡아 불안한 그립(오른쪽).

 

 

초점이 또렷하면 사진이 좋아진다

멋진 광경을 접하면 스마트폰을 꺼내고, 바로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손가락을 한 번만 더 움직여 보자. 화면 속에 보이는 광경 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면 노란 줄로 표시된 네모 상자가 나타나며 거기에 초점이 잡힌다. 이때 셔터 버튼을 가볍게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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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달리한 촬영의 예. 자동차 유리창에 눈이 내려 얼어붙어 있는데 녹아 있는 구멍에 맞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왼쪽 사진은 가운데 바깥 경치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초점을 맞췄고, 오른쪽은 둘레에 쌓인 눈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진의 밝기를 조절해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초점과 노출(화면의 밝기)이 연동되어 있다. 화면에서 밝거나 중간 정도 되거나 어두운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면 초점과 노출이 동시에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보기 좋다고 판단될 때 셔터를 누르면 원하는 광경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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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사진을 찍다 보면 신비로운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안면도로 가는 길에 소나무가 멋져서 찍으려는데 마침 하늘은 장엄하고 한 무리의 새떼까지 날아들었다. 운전을 하다 차를 급히 세우고 내리자마자 찍었는데 운 좋게도 초점과 노출이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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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찍고 나서 노출을 달리하면 어떨까 싶어서 나무 아래 어두운 곳을 눌렀더니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아지면서 꽃밭이 보였다. 대신 하늘의 석양과 다채로운 구름의 움직임은 사라져버렸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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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진보다 더 어두운 곳을 눌렀더니 하늘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대신 나무의 형상만 두드러졌다. 이 또한 나쁘지 않아 흑백으로 변환했더니 보기에 괜찮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격자를 사용해 수평과 수직을 맞춘다

수평과 수직이 잘 맞춰진 사진은 안정감을 준다. 특히 풍경 사진의 경우는 수평과 수직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설정에서 ‘격자’ 또는 ‘안내선 표시’를 활성화시키면 촬영 화면에 가로세로로 줄이 나타나며 9개의 구획이 생긴다. 이를 이용하면 주요한 피사체를 가로세로의 교차선에 위치 짓는 ‘3분할 구도’를 잡는데도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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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와 세로 구도는 피사체에 따라 달라진다

풍경 사진은 주로 가로 구도가 많지만 나무나 건물 등 상하로 긴 피사체를 담기 위해서는 세로 구도도 필요하다. 어떤 구도로 찍어야 할지 판단이 안 들 때는 둘 다 찍고 나중에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아래 사진의 경우는 풍경을 찍은 것이지만, 같은 빛깔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강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로 구도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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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한강의 지류인 탄천(炭川)의 우리말은 ‘숯내’ 또는 ‘검내’다. 이름대로라면 검은빛 혹은 잿빛이어야 하는데, 이런 풍광을 보노라면 남천(藍川) 혹은 쪽빛 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해가 떨어진 직후의 하늘과 물, 天과 川은 닿았고 닮았다.

 

 

좋은 화질을 위해서는 기본 카메라로 찍는다

앱과 SNS에서 제공하는 촬영 기능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카메라에 비해 대체로 화질이 떨어진다. 여행에서 멋진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크게 인화하려고 하면 용량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기본 카메라로 찍어 원본은 보관하고 후보정이나 편집 등 후반 작업에 앱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창민 사진가가 알려주는 여행 사진 팁 Q&A

Q. 일상 사진과 여행 사진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A. 풍경과 옷차림, 그리고 기분이 달라진다는 점 말고 특별한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행지에서는 사진을 훨씬 많이 찍게 되니 충전 케이블을 챙기거나 보조 배터리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풍경과 인물, 둘 다 살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A. 풍경 속에 인물을 넣으면 둘 다 살기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진이 될 위험이 오히려 높습니다. 풍경이면 풍경, 인물이면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풍경 속에 인물을 꼭 넣고 싶으면 인물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인물을 살리고, 배경은 조금 희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인물 사진을 모델처럼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면 어떤 포즈가 적당할까요?

A. 피사체를 앞에 두고 ‘하나 둘 셋’하면서 찍는 인증 샷은 최소화하십시오. 꼭 찍어야 한다면 ‘셋’에 찍지 마시고 ‘둘’에 찍어서 의외의 표정과 몸짓을 포착하거나, 연사 기능을 이용해 여러 컷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또한 동행인께서는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 등 가까운 사이이므로 미리 아무 때나 찍겠다는 동의를 얻고 나서 뒷모습 등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포즈를 마구 찍어보세요. 단, SNS에 올릴 때는 동행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허락을 꼭 얻어야 의가 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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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행지에서는 아무래도 늦은 시각까지 추억을 쌓고자 합니다. 어두울 때 폰카로 사진 찍는 데 애로사항이 많은데요.

A. 스마트폰의 플래시 기능이 좋아졌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가능하면 좀 어둡더라도 플래시 없이 찍고 나서 편집 기능을 이용해 밝게 보정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플래시로 찍은 경우에는 흑백으로 변환해 보시면 평소와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Q.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 사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먹음직스럽게 찍는 법이 있을까요?

A. 빛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찍는 게 좋겠지요. 음식 위에 비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그림자를 피할 수 있는 각도를 잘 찾아, 최대한 음식에 근접해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A.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최대한 여러 상황을 많이 찍고, 가급적 지우지 말고 갖고 오세요. 여행지에서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진도 돌아와서 정리하다 보면 좋아 보이는 사진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은 인화를 하거나 앨범을 만들어도 좋고, 액자에도 넣어두면 추억이 훨씬 오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