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다. 이 환상적인 휴가철의 백미는 역시 여행이 아닐까. 여행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목록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심지어 음악듣기가 취미가 아닌 사람들도 “여행에는 음악이지”하면서 음악을 챙기는 경우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긴, 여행을 가서 끝내주는 풍광을 눈앞에 뒀는데, 음악이 없으면 뭔가 허전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여행의 가장 멋진 동반자라 할, 음악들을 쭉 골라봤다. 내일부터 휴가라면 지금 당장 챙기시라.
로시난테 / 패닉
내가 여행갈 때 반드시 챙겨가는 곡이다. 여행과는 아무 관련 없지만, 곡의 구조와 가사가 즉각적으로 여행을 연상시키는 까닭이다. 결정적인 부분은 후렴구다. 멋들어지게 “라라라”를 흥얼거리던 이적은 “휘날리는 갈기 날개가 되도록” 달려보자며 듣는 이들을 부추긴다. 아아. 이 노래를 듣고 뛰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참아냈던가. 여행 중 쾌청한 날에 자전거나 기차를 타고 이 곡을 들으면 정말이지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푸른밤 / 성시경
이 곡은 들국화의 멤버였던 최성원의 곡이 오리지널이지만, 좀 더 친근한 성시경의 커버 버전을 선택했다. 요즘 제주도가 난리가 아니라고 한다. 가뜩이나 제주도가 대세였는데, 이런저런 방송에서 이 섬을 조명하면서 “이제 제주도는 예전의 제주도가 아니다”라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릴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매력, 아직은 유효하다고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 매력을 이 곡과 함께 하면, 좋지 아니한가?
여행 / 전람회
전람회 1집 수록곡이다. 그들의 풋풋했던 초기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장르적으로는 ‘스윙 재즈’에 해당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브라스 파트가 강조되어 있어서 흥겹고 시원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실제로도 김동률은 여행을 자주 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곡 외에 ‘출발’이라는 그의 노래도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케이스다. 결국 ‘여행이 명곡을 만든다’라고도 볼 수 있겠지. 무엇보다 “창밖에 쏟아지는 햇살 따라 어두운 내 작은 방을 나서면 기차에 설레는 내 마음을 싣고”라는 노랫말이 있으니까, 기차로 여행할 때 감상하길 바란다.
공원 여행 / 페퍼톤스
크흑. 남들 다 물 건너 여행 떠났는데, 나만 혼자 집이라니, 하고 한탄할 분들을 위해 선택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공원 여행도 얼마든지 여행이 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모두 ‘우리 동네’라고들 쉽게 말하지만 동네의 구석구석까지 다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현대인의 생활 패턴이 갈수록 단순화, 직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행가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면 이 음악을 벗 삼아 동네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어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전에 없던 신선한 활력소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