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의 스낵컬처 사용법

 

바빠도 바빠도 너무 바쁘다. 학생 때는 ‘야자’로, 직장에서는 야근으로 눈 코 뜰 새가 없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여유로운 취미생활을 가질 시간은커녕 잠시 교외로 콧바람 쐬고 올 시간도 빠듯하다. 서글프다. 우리 현대인들은 과연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 같은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난 걸까? 분명 그렇진 않을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생겨난 신풍속이 있다. 바로 ‘스낵컬처(Snack-Culture)’. 스낵컬처는 짧은 시간 간편하게 소비하고 향유하는 문화를 뜻한다. 과연 우리는 이 새로운 풍속을 통해 진정한 문화인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스낵컬처, 시공간을 초월한 간편함!

이름 그대로다. 스낵컬처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 그야말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뽑아내는 것이다.
이 용어는 2007년 미국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가 패스트푸드와 SPA브랜드 등을 예로 들어 처음 소개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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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컬처가 인기를 얻은 데는 단연 스마트폰의 공이 크다.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가고 처리되는 시대, 경제난과 팍팍한 삶 속에서 물적·심적 여유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무한한 쉼터를 제공한다. 손바닥만 한 공간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손바닥 안에 펼쳐진 바다를 유영한다. 큰 맘 먹고 비싼 공연을 즐기거나 두꺼운 문학 서적을 읽을 필요 없이 그저 가벼운 ‘터치’만 하면 되는 간편한 세계다. 이 같은 초절정의 간편함이 바로 스낵컬처가 갖는 최대 매력이다.

 

 

작지만 강하다, 없는 것이 없다

스낵컬처 바람은 전 분야에 걸쳐 거세다.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웹뉴스, 팟캐스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웹툰은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감상할 수 있고 오락성이 뛰어나 독자층이 폭넓다. 댓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소통할 수도 있고, 최근에는 플래시 효과와 소리 등 특수효과를 넣어 몰입감도 대단하다. 인기 웹툰은 영화·드라마·책으로도 만들어져 멀티 콘텐츠로 성장한다.

 

Brunette teen using a tablet pc sitting on the floor in a living room

 

웹소설은 PC통신 시절의 인터넷 소설, 사이버 소설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이다. 요즘 심각한 출판 불황에는 아랑곳없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웬만한 문학작품이 초판을 소화하기에도 부족한 시대에 무협, 로맨스 소설 등을 써 억대 수익을 올리는 작가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웹드라마의 성장세도 놀랍다. TV에서 방영하는 1시간짜리 드라마도 길다고 느끼는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한 회 3분~15분으로 구성된 ‘미니 드라마’로 충분히 만족한다. 내용 전개가 빠르고 소재와 장르도 다양해 지상파 드라마보다 ‘꿀잼’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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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줄 알았던 뉴스나 교양도 간편하게 해결된다. 최근 언론사는 카드뉴스, SNS 뉴스, 짧은 동영상 뉴스를 통해 정보의 핵심만을 간추려 제공한다. 디자인과 이미지를 중시하기에 한 눈에 정보를 파악하기 쉽다. 팟캐스트 역시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즐비한 새로운 도서관이다. 미디어·정치·사회·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 들을 수 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기에 멀티태스킹에 안성맞춤이다.

 

 

자기 기준과 취향을 확립하라

스낵컬처에 대한 반감과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하며 깊이가 없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스낵컬처의 특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대인으로 하여금 생각하고 성찰할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낵컬처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진 않는다. 가볍고 통속적인 스낵컬쳐라 하더라도 지혜롭고 유익하게 향유하면 얼마든지 깊은 맛과 영양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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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컬처를 알맞게 활용하는 방법은 자기만의 기준과 취향을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다. 그저 자본이 쏟아내는 콘텐츠에 생각 없이 휩쓸리면 거센 바다 위에 떠다니는 ‘봉’이 될 뿐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가벼운 콘텐츠라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맥락화 하면 그 어느 고급 콘텐츠 부럽지 않은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짧고 가벼운 콘텐츠를 통해서도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의도적으로라도 성찰적 접근을 시도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스낵컬처 콘텐츠에 잘못된 정보나 유언비어가 섞여있을 수 있으니 꼭 출처를 확인하라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스낵컬처 시대는 ‘깊이에의 강요’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사이의 그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즐겁게, 그러나 너무 깊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게 양질의 문화와 콘텐츠를 향유하는 센스. 그게 바로 이 고달픈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