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투어] 이태원 경리단길
이국적인 거리를 걷다

 

가끔은 헷갈렸다. 이태원이 한국이라는 사실이. 한국인보다 외국인들로 가득한 거리,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 언젠가부터 이태원은 어색한 동네가 아닌 이국적이고 다양한 맛집들로 가득한 거리가 되었다. 식사부터 디저트, 커피, 가볍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Pub)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직까지 이태원이 어색하고 낯설다면, 저녁이 아닌 낮에 이태원 경리단길을 걸어보자. 이국적인 골목의 분위기 덕분에 한국이지만 외국을 여행하는 기분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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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말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위해 용산에 군사기지를 두었다. 용산은 한강의 물길이 닿는 교통의 요지로 한양의 관문 역할을 했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용산에 주둔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태원은 이국적인 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평택으로 미군이 대거 이전하였지만 말이다. 한국이지만 한국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드는 거리,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이국적인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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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중앙경리단’이 있던 자리라 이름 붙여진 경리단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그 뒤로 육교가 보인다. 육교를 건너 내려가면 경리단길이 시작된다. 막연하게 들으면 경리단길은 왠지 아기자기한 느낌의 어감을 준다. 하지만 경리단길의 뜻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다. 경리단길은 2012년 국군재정관리단으로 통합된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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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아이스크림 위에 츄러스를 꽂아주는 츄러스집이 보인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디저트 메뉴다. 갓 구운 츄러스와 농도 짙은 아이스크림과의 조화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골목길 초입부터 사람들이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기 때문이다. 이름도 ‘스트리트 츄러스’인데 츄러스를 사서 서서 먹거나 걸으면서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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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은 강하지만, 묘하게 아기자기한 골목

츄러스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저마다 개성을 살린 아기자기한 디저트 가게와 카페들이 나타난다.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스텔 톤으로 곱게 칠한 벽, 아이템을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진 가게, 재미있는 간판이 돋보이는 곳 등 다양한 나라가 모인 이태원 특유의 정취가 느껴진다.

 

경리단 골목 중간에는 여고생과 여대생으로 가득 찬 ‘밀크工房’이란 아이스크림 집도 볼 수 있다. 우유와 두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시그니처 메뉴이다. 커피도 라떼를 중점적으로 판매한다. 기본 메뉴인 아메리카노를 제외하면, 카페라떼와 바닐라라떼, 아포가토 모두 밀크공방에서 쓰는 우유로 만든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왜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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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이지만 그 맛이 흔하지 않고 신선하다. 우유 맛이 부드럽고 상큼하다면 두유 맛은 고소하다. 두유 특유의 비린 향은 나질 않는다. 산책을 하다 지칠 때 즈음 먹으면 제격이다. 이 집은 이미 여성 고객에게 인정받은 곳이다. 여자 친구에게 점수를 따고 싶은 남자라면 ‘핫 디저트 플레이스’로 이 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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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 30여 가지 수제맥주 팝업 스토어

발길 닫는 대로 올라가다 보면 오르막이 심한 동네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생각보다 오르막길의 연속이니, 이태원 골목을 산책할 때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짐은 가능한 가볍게 할 것을 권한다. 주택가 안 쪽에는 ‘이태원부군당 역사공원’이 있다. 공원 입구로 난 작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생각지도 않은 전망을 구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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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지는 하늘과 남산, 장난감 같은 집들과 63빌딩까지. 파노라마 뷰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긴 시야를 감상할 수 있다. 부군당은 조선시대 지방 관아 인근에 설치된 제당이나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제당을 뜻한다. 이태원 부군당의 원래 위치는 남산 중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현 위치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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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가 그려진 ‘와플즈업’이란 와플집을 지나 회나무로6길로 빠지면 다시 완만한 오르막이 길게 쭉 뻗은 길이 나온다. 그 한편에 있는 ‘남산 케미스트리’라는 맥주집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고, 공장을 개조한 것 같은 투박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끄는 곳이다.

이곳은 크래프트 비어 팝업 스토어로 3개월만 운영한다고 한다. 국내 소규모 양조장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자체 맥주를 생산한다. 7개의 엄선된 크래프트 펍이 자체 제작한 30여 가지의 생맥주(Draft Taps)를 선보이는 행사다. 무엇보다 5천 원짜리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0월 31일까지 즐길 수 있으니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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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쪽으로 올라가도 한강진역 쪽으로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산책이 아닌 한 시간 이상의 트레킹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츄러스집이 있는 길에서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태원역 1번 출구로 가볍게 이어진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10월, 이태원에 대한 어색함을 바람에 날리고 싶다면 경리단길을 따라 골목을 걸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