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를 고민해본다. 진실로 고백하건대, 음악이라는 것이 별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음악은 삶보다 위중할 수 없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영화도 문학도 그러니까 예술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김훈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참혹한 현실은 언제나 영화보다 문학보다 음악보다 조금 더 빠르다. 그러니까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은 이 현실과의 간극을 어떻게든 줄여보고자 하는 몸부림일 것이다.
이 몸부림은 때로 허망하다. 하지만 몸부림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심신이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을 때, 커다란 힘이 되어준 그 순간들은 마치 벼락처럼 내게 찾아왔다. 그 벼락같은 순간에 대한 기록을 공개한다.
The Voice Within / Christina Aguilera (2004)
우리말로 제목을 해석하면 ‘내면의 목소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2004년 발표한 이 곡은 무엇보다 가사를 해석하고 감상하기를 권한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호소력 넘치는 가창력에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노랫말이 합쳐지면서, 정말이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가슴 벅찬 응원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곡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외로울 때 도리어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것이다. 그래, 맞다. 도리어 혼자임을 누릴 줄 아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이런 부류의 곡들을 발라드 문법에 실어 꽤나 자주 발표했는데, 또 다른 대표적인 노래로는 <Beautiful>이 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하던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의 아름다움을 말로 설명할 순 없죠”라는 가사를 지닌 곡이다.
거위의 꿈 / 카니발 (1997)
이제 인순이의 커버 버전으로 더욱 친숙하지만 역시 이 곡도 오리지널부터 들어야 마땅하다. 이적과 김동률의 프로젝트였던 카니발은 비록 단 한 장의 앨범 <Carnival>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그땐 그랬지>, <축배>, 그리고 이 곡 <거위의 꿈>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거위의 꿈>은 뭐랄까, 힘을 북돋아주는 곡 계열의 클래식과도 같은 노래다. 얼마 전에도 인순이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 노래를 오프닝으로 불렀는데, 수많은 관객들이 눈물짓는 모습을 봤다. 바로 이 카니발의 원곡이 지닌 설득력이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돌아오지 않아 / 이승열 (2011)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어가며 이 곡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우리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게 모든 것을 다 해주셨다. 나는 1977년생. 아버지는 내게 레고를 산더미처럼 사다주셨고, 그 비싸다는 게임기도 꼬박꼬박 선물로 안겨주셨다.
그런 아버지가 무너진 건 IMF가 닥친 이후부터였다. 집 두 채가 허공으로 날아간 뒤에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떠났고, 아버지와 나, 단 둘이서 반지하 월세방을 전전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큰 병에 걸리신 아버지는 지금도 이 못난 아들이 언제 오나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실 뿐이다.
그러니까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누구든 지금 행복하다면, 그 시간은 절대, 결코, 네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큰 응원의 메시지가 어디 있겠냐 말이다. 그래서 이 곡을 골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