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버섯. 한데, 가을이면 그 향과 맛이 풍미해진다는 사실을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 내내 더위와 싸우느라 입맛까지 잃어 건강에 적신호가 온 사람들. 가을 버섯으로 기력도 회복하고, 잃었던 입맛까지 다시 되찾을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전국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을 버섯들.
땅을 비옥하게 하는 대지의 음식물
버섯은 생물분류에서 식물이라고 하지 않고 진균계로 분류한다. 이는 버섯이 일종의 곰팡이이기 때문이다. 식물과 달리, 곰팡이류는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다른 식물들이 남긴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인데, 이를 두고 종속영양이라고 한다.
버섯이 나고 자라는 조건들을 떠올려보자. 죽은 나무나 낙엽이 썩어 수북하게 쌓인 곳 등에서 주로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씨가 없는 대신 포자(곰팡이 같은 균류가 만들어 내는 생식세포)가 있고, 그 포자가 썩은 나뭇잎이나 죽은 나무가 남긴 영양분을 먹기 때문에 그 숙주 속에서 싹이 아닌 균사(가늘고 긴 실모양인 곰팡이 영양세포)로 뻗어가면서 자라는 것이다.
그러다 기온과 습도가 맞으면 버섯으로 자라는데, 이런 버섯은 급성장하기 때문에 보통 하루에서 3일 이내에 완전히 자라고 늙어죽기까지 한다.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으로 산야 이곳저곳에서 발견되던 버섯들. 그러다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곤, 고대 사람들은 땅을 비옥하게 하는 대지의 음식물로 여겨왔다.
고혈압과 동맥강화, 심장병에 좋은 표고버섯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의 버섯 사랑은 대단했다. 그렇다보니 버섯을 두고 ‘신의 화신’이나 ‘신의 식품’으로 분류할 정도이다. 음식에선 빠질 수 없는 민족, 중국의 경우엔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여기며, 식자재보단 약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버섯을 먹어온 것일까. <삼국사기>나 <세종실록>을 보면 송이나 표고, 진이 등의 식용버섯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약용버섯의 주산지까지 자세하게 설명해놓고 있다. 하긴 지금도 산야 곳곳에서 자생하는 것이 버섯이니, 그 옛날엔 보다 많은 버섯을 갖고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사용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터.
이중 <동의보감>에는 표고버섯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기운을 돋우고 풍을 다스릴 뿐 아니라,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 게다가 에리다데민이라는 물질은 고혈압과 동맥강화, 심장병 등의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표고버섯은 고기 이상으로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는데, 이는 구아닐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고버섯은 건조시키면 그 감칠맛은 몇 배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인공 재배로도 많이 생산되는 표고버섯은 주로 마른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일반적. 나무를 베어 자연 건조시킨 후, 1미터 정도의 일정한 길이로 잘라, 칼자국을 내고 성숙한 포자를 밀어 넣는 것이 재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고단백 저칼로리 송이버섯, 비만 예방 느타리버섯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버섯은 송이버섯.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사할린, 일본, 대만 등 일부 동양에서만 생산되는데다, 우리나라 경우 여름 장마 직후 가을에만 조금 산출되기 때문이다. 19°c 이하의 기온이 5~7일간 유지되면서, 그 시기 전후로 약 100mm 이상의 강수량이 있어야만 겨우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기후에 민감한 송이버섯.
희소가치는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 효능은 버섯 중 최고로 여겨질 정도로 대단하다. 특히 비타민 D와 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기 때문에 다양한 성인병에 효과가 높다. 게다가 볶음과 찜, 전골 등 다양한 요리와 접목되는 송이버섯은 식감과 향미가 버섯 중 가장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산 송이버섯의 대용품으로 재배되어 나온 것이 새 송이버섯이다.
한편 값비싼 송이버섯과 달리 우리 식탁과 가장 밀접한 버섯 중 하나는 느타리버섯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복음이나 찌개류에서 1년 사시사철 빠지지 않고 볼 수 있는 느타리버섯! 대장 내에서 콜레스테롤 등 지방의 흡수를 방해하여, 비만을 예방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게다가 느타리버섯도 가을버섯이라고 할 만큼 그 발생시기가 가을부터로 알려져 왔다. 늦가을과 봄 사이에 썩은 고목에서 뭉쳐서 발생하며, 나무를 분해하는 부휴균으로 분류되고 있다.
단백질 최고 양송이버섯, 동맥경화증 예방 팽이버섯
양송이버섯은 버섯 중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높다. 또한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와 수분이 풍부해 포만감도 만족스럽다. 따라서 크림수프로 요리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트립신,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등의 소화효소가 듬뿍 들어가 있는 양송이버섯은 소화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이 먹으면,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된장찌개와 버섯전골 등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팽이버섯의 식이섬유소는 고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탁월하게 잡아주는 팽이버섯은 특히 동맥경화증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우리가 먹는 팽이버섯은 주로 재배된 것들이겠지만, 자연산 팽이버섯도 가을에 그 첫 맛을 확인할 수 있다. 마른나무에서 주로 자생하는 자연산 팽이버섯은 가을부터 전국 산야에서 만날 수 있다.
단 며칠 만에 자라다 사라지는 버섯!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버섯은 구입 후 바로 요리해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얼마간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신문지 등에 잘 싸서 냉장보관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때 습기 제거는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