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장난감을 보면 어릴 때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우리는 잠시나마 행복해진다. 그리고 희망을 갖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토이콜렉터 손원경 씨는 어른이 돼서도 장난감이 좋았다. 그에게 장난감은 인생을 알려준 스승이고, 또 다른 도전을 하게 한 가이드였다. 장난감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는 토이콜렉터 손원경 씨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그가 운영하는 ‘토이키노 뮤지엄’을 먼저 둘러봤다. 만화는 물론 영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스타워즈> 등 캐릭터 장난감과 피규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만화나 영화가 한창 상영하고 있던 때 나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그때 세상은 어땠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그가 나타났다.
Q.올 초에 책 <더 토이북; 거의 모든 장난감 이야기>를 출간하셨습니다.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장난감 종류를 다양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액션 피규어부터 캐릭터 상품과 캐릭터 장난감, 작은 장난감 등을 세분화해서 정리했습니다. 장난감들의 탄생 비화나 역사, 특징을 서술했습니다.
Q.<더 토이북>에 이은 두 번째 책의 출간 계획은 없는지요?
네, 지금 출판사와 이야기 중입니다. 내년 초에 발간 계획이 있습니다. 이미 원고는 다 써져있습니다. 두 번째 발간 예정인 책의 가제는 <장난감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꿈에 나오는 장난감에 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태로 썼습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마징가여 영원 하라, 본드니즘 등 재미있게 구성했습니다. 시리즈 1은 시리즈 2를 위한 입문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Q.책에서 ‘장난감은 대중문화의 유물’이라고 하셨는데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장난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역사적 유물이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하찮아 보여도 사실 모든 것이 역사적 유물입니다. 조선시대 민화와 탈 등 과거에 하찮게 여겨졌던 작품들이 지금은 굉장한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유물입니다. 장난감을 넘어 다른 것도 넓게 보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장난감 컬렉션을 넘어 대중문화의 유물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기획 중입니다.
Q. 장난감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 추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관련 피규어를 모았습니다. 과거 사진 작업을 했었는데 장난감이 사진의 오브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장난감을 삼십년간 모았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좋아하다보니 계속 모았던 것 같습니다.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술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요. 영화나 음악, 글쓰기, 무엇인가 모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장난감에 한번 꽂히니 오랜 시간 모으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메일을 통해 구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백화점의 장난감 코너에서 한두 개씩 사거나, 빈티지소품을 파는 카페, 황학동, 남대문 수입상가 등 발품을 팔며 모으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지금 좋아하시는 장난감 캐릭터는 무엇인지요?
어릴 적 처음으로 반했던 장난감은 ‘고양이 가필드’ 캐릭터입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긴 지금은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시선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위해서 사던 장난감을 지금은 아이를 위해 양보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터닝 메카드’를 저 역시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SF영화 스타워즈 캐릭터를 좋아했죠. 취향이 변하고 있나 봅니다.
Q. 최근에는 성인이 돼서도 장난감을 모으는 ‘키덜트족’이 많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사실 키덜트족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1999년도에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언론에서 최근 이슈화 된 것이지 사실 키덜트족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장난감 수집광은 미국의 경우 1950년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늦게 알려지고 대중화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뿐입니다. 이제 어른들도 거리낌 없이 장난감을 살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장난감을 모으고 파는 중고장터도 생겼습니다. 장난감 수집은 경제적인 취미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Q.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도라에몽만 수집하는 심형탁 씨가 나옵니다. 캐릭터와 대화를 하고 애지중지하는 그의 이야기가 한 동안 화제가 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 가지 캐릭터를 모으는 것은 취향의 차이 일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제 입장에서는 새롭진 않습니다. 대중들에게 수집은 소소한 재미입니다. 생활의 다양성을 인정하면 됩니다. 무언가를 모으고 자기 세계에 빠지는 것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살기 각박해졌다고 하는데, 이럴 때 일수록 자기만의 취미가 필요합니다.
수집은 취미활동의 하나입니다. 수집문화가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디자인산업이 더 발전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프리마켓이 여기저기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봤을 때 볼만한 수준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기프트숍이나 토이숍, 기념품숍도 많이 생기고요. 사람들이 말하는 덕후, 오타쿠(おたく)의 긍정적 영향이라고 봅니다.
Q. 키덜트족에 대해 사회와 잘 어울리지 못해 장난감을 모은다는 말도 합니다.
사회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장난감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모으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키덜트족을 고독하고 외로워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사람들로 구분 짓는 것은 억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Q. 토이콜렉터인 선생님에게 ‘장난감’은 특별한 의미일 것 같습니다.
장난감을 통해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장난감을 통해 글 쓰는 것도 배웠습니다. 원래 글 쓰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랐죠. 타이핑을 배운지도 2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장난감으로 글을 써야하는 순간이 왔고,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정리해 설명해야했습니다. 책을 준비하면서 글쓰기가 확 늘었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2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요.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할 때 장난감이 저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인생의 스승이라고 할까요? 지금 새로운 사업을 계획 중인데, 이 역시 장난감이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Q. 장난감 박물관을 재미있게 구경하는 팁을 전해주신다면?
아기자기한 것이 많으니 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집중력을 발휘하십시오.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자유롭게 꼼꼼히 감상하시면 됩니다. 저마다 취향은 다르고요. 저는 늘 각자 알아서 즐기는 것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Q. 연말연시 준비 중이거나 추천하고픈 행사가 있는지요?
현재 박물관 리뉴얼을 준비 중입니다. 가제는 ‘조선의 장난감’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수집하셨던 아이템과 제가 모은 것을 조화를 이뤄 새로운 전시를 하고자 합니다. 12월부터 전시회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Q. 앞으로의 포부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세상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진부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장난감은 사랑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장난감을 나누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무료 개방도 늘리고 싶습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그런 희망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난감 수집이 문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수집을 넘어 장난감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
*About 손원경
토이콜렉터 손원경은 대학에서 사진과 영화를 전공한 후 광고와 영화 일을 했다. 서른이 넘을 때까지 장난감 수집을 했던 그는 넘쳐나는 장난감으로 장난감 박물관을 개관했다. 그가 이제껏 모은 장난감 개수는 40만점이 넘는다. 2002년부터 장난감박물관 개관을 준비해 2006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 2개 관,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1개 관 규모의 장난감박물관 ‘토이키노’를 열었다. 최근에는 <더 토이북-거의 모든 장난감 이야기>를 출간했고, 라디오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