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을 파고드는 겨울바람. 구스다운과 목도리로 꽁꽁 싸매본다. 하지만 추위를 이기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다. 솔로라서 더 그런가? 하지만 괜찮다. 추운 겨울, 한 해를 열심히 마무리하느라 심신이 꽁꽁 얼었다면 ‘핫’한 겨울보양식으로 한 번에 몸과 마음을 ‘업’ 시켜보자.
뽀얗고 뜨끈한 사골칼국수로 겨울정복
칼국수하면 생각나는 맛과 이미지가 있다. 맑은 바지락 육수에 넓적한 면이 바로 정형화된 칼국수의 맛과 이미지다. 아직도 사골칼국수를 맛보지 못했다면 ‘연희동 칼국수’를 들러보자. 이 집의 육수는 12시간 동안 우려내어 진하고 시원하다. 넓적한 면 대신 우동처럼 둥근 면도 인상적이다. 칼국수 외에 파는 것은 수육이 전부다. 칼국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언제가도 국물 맛은 한결같다. 자극적이고 얼큰한 맛을 좋아한다면 다진 양념을 넣으면 된다. 빨간 다진 양념은 이 집에서 직접 만드는데, 넣을수록 맛이 얼큰하고 칼칼해진다.
칼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는 이 집의 백미다. 빨간 고춧가루로 담근 배추김치와 새콤하고 아삭한 백김치가 함께 제공된다. 김치며 다진 양념이며 모두 이 집에서 만든 것이다. 특히 겨울이면 진하고 고소한 사골육수와 호로록 들어가는 면발, 아삭한 백김치가 어김없이 생각난다. 아마도 이 집을 찾는 단골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30여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만큼 전통 있는 칼국수집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제대로 소뼈를 우려낸 사골칼국수를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추운 겨울 식사시간이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금세 만석이 되니 참고한다. 칼국수는 대와 보통으로 양을 나누어 판매하고 있다.
한약재 육수로 허해진 ‘기’를 채우는 ‘중국식 샤브샤브’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스타일인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가? 그렇다면 겨울보양식으로 중국식 샤브샤브를 권한다.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매력에 빠지면 이보다 더 중독성 강한 음식은 드물다.
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 ‘샤오훼이양’은 향신료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고려해 대중화된 훠궈의 맛을 보여주는 곳이다. ‘훠궈’는 채소, 고기, 해산물, 면류 등 신선한 재료들을 끓는 탕국물에 넣어 살짝 익혀먹는다.
보통 훠궈는 냄비 하나에 하얀 국물(백탕)과 빨간 국물(홍탕)을 반씩 담아서 먹는다. 이곳에서는 1인당 하나씩 작은 냄비를 제공하고 있다. 고기는 소고기와 양고기 중에서 고르면 된다. 단품과 세트메뉴가 있다. 세트메뉴를 고르면 뷔페식으로 풍요롭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샤오훼이양의 육수는 구기자, 인삼, 백육, 용안, 육두구 등 십여 종의 한약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백탕이 담백하다면 홍탕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이 특징이다. 양고기의 누린내를 싫어한다면 홍탕에 익혀 먹자. 홍탕에는 매운 사천고추와 고추기름이 들어있어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준다. 훠궈를 즐긴 후, 마무리는 면을 넣고 끓여 먹으면 된다.
얼얼한 매운 맛으로 추위 날리기, 낙지덮밥
추운 겨울에는 따끈한 국물 요리가 많이 생각난다. 하지만 가끔은 국물 없이 든든한 밥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우고 싶을 때가 있다. 날은 너무 춥고 스트레스는 머리끝까지 쌓인다. 영양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낙지덮밥’이다.
낙지덮밥은 혀가 얼얼할 만큼 매우면서 피로회복에도 좋다. 낙지는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낙지 2~3마리 먹이면 여름철 지쳐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낙지는 아미노산과 타우린, 무기질이 풍부하다. 때문에 피로와 원기 회복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삼청동에 위치한 ‘김명자낙지마을’의 낙지덮밥은 낙지의 탱글탱글하면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태양초로 만든 고추장 소스는 칼칼하면서 개운하다. 2인분을 시키면 그릇에 따로 낙지볶음소스가 담겨져 나온다. 선호에 따라 소스는 덜어서 비벼먹으면 된다. 콩나물도 함께 제공되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충분히 넣어 먹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신나고 즐거워야 할 연말이다. 꽉 찬 업무스케줄과 연이은 모임, 외로워지는 마음으로 지치는가. 맛도 좋고 영양 가득한 겨울보양식으로 건강하고 든든한 연말을 맞이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