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런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결핵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하는데, 그 손수건이 피로 물들어 있는 모습 말이다. 이런 증상을 객혈이라고 한다. 각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입에서 피가 나왔다고 모두 객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관, 기관지나 폐에서 나온 혈액 또는 혈액이 섞인 가래를 객혈이라고 한다. 객혈은 왜 발생하는지, 왜 위험한지에 대해 알아본다.
객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느 날, 내 입에서 피가 나왔다면? 무조건 놀랄 필요는 없다. 흔히 피가 침과 섞여 나올 때는 구강, 코나 인후두 등에서 발생한 출혈일 수 있다. 만약 이를 닦은 후 피가 났거나 평소 잇몸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치과 진료를 받으면 된다. 코피가 나거나 인후두가 불편하다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위의 상황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피 색깔이 선홍색이고, 기침과 거품이 섞인 가래가 동반되면 객혈일 가능성이 높다. 단, 피가 검붉은 색이면서 음식물과 혼합되어 나온다면 객혈이 아니라 소화관에서 발생한 토혈일 수 있다.
객혈, 왜 위험한가
사람마다 배출하는 객혈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하루 기준으로 10~20㎖의 양이 배출되면 소량 객혈에 속한다. 20~100㎖의 경우에는 중등도 객혈이며, 100~600㎖ 이상의 혈액을 배출한다면 대량 객혈이라고 할 수 있다.
객혈의 양이 적다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량의 객혈이 중증 질환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량 객혈이나 중등도 객혈의 경우, 출혈의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시된다.
객혈을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다. 가짓수로만 살펴보면 40여 종 이 넘는다. 그중 대량 객혈의 원인이 되는 주요 질환에는 폐결핵, 폐암, 폐농양, 기관지확장증, 만성 기관지염 등이 있다.
원인 질환과 무관하게 객혈이 일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출혈양이 많다보면 혈액이 폐포 내로 유입되거나 기도 내에서 응고되기도 한다. 그에 따른 기도폐색과 저산소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 산출조건(객혈)
상병코드: R042 / 심사년월: 2012년-2014년 / 지급구분: 지급(심사결정분) / 약국 및 한방제외
□ 제공: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 상병별 심사현황은 요양기관에서 환자진료 중 진단명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의 호소, 증세에 따라 일차 진단명을 부여하고 청구함으로써 실제 최종 확정 진단명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3만 881명이던 ‘객혈’ 진료 인원이 2014년에 3만 7,700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70세 이상의 진료 인원이 23.2%로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50대(22.6%)와 60대(21.6%)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의 진료 인원이 전체의 67.4%를 차지한 것이다.
객혈을 치료하는 방법
기침과 함께 선홍색의 피가 나오거나 가래에 혈액이 실핏줄처럼 섞여 나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객혈의 양이나 양상에 따라 흉부 X-선 촬영을 하거나 CT 혹은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대량 객혈이 발생했을 때는 원인 질환을 진단하기에 앞서 당장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먼저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해주고 지혈을 하는 응급처치를 한 뒤 출혈 부위와 원인을 진단받게 된다. 출혈 부위가 확인되면 해당되는 쪽의 폐가 아래로 향하도록 옆으로 누워야 한다. 혈액이 건강한 폐로 흡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폐동맥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면 해당 부위가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놓이도록 해 폐동맥의 혈류를 감소시켜야 한다. 출혈이 멈추지 않아 급성 호흡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을 때는 튜브로 삽관을 시행해 기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처치나 풍선 진색술(tamponade), 기관지 또는 폐동맥 조영술 및 색전술, 외과적 절제술 등의 치료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