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투유] 화상환자에게 새 희망을 선사하다!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 설수진 대표

 

199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선(善)을 차지하고 방송인으로 활동한 설수진 씨를 기억하는가? 미스코리아, 배우, 방송인으로 맹활약하던 그녀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화상환자를 후원하게 된 것. 지난 2011년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을 설립, 화상환자들을 찾아 의료비를 지원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말로만 환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가 화상환자를 돕기 시작하게 된 계기와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환자들을 도와왔는지 등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현재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의 대표로 계십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재단에서는 크게 의료비 지원 사업, 교육사업, 인식개선 사업, 화상환자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화상환자들의 치료비와 수술비 지원, 화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상 예방교육, 화상환자들 간의 멘토링, 화상 질환에 대한 이해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인식 개선 사업, 화상환자들의 마음 치유 사업 등이 재단 설립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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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시던 대표님께서 한 후원재단의 대표가 되신 사연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화상환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을 당시, 화상후원재단의 대표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얼떨떨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해볼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제 사촌동생이 베스티안병원의 과장으로 재직 중이어서 화상환자가 익숙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좋은 취지로 설립된 재단인 만큼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고 싶었기에 2011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꼭 화상환자를 돕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효도미0700>이라는 나눔 프로그램을 5년 정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를 해주면 새싹처럼 새살이 돋거나 치료의 효과가 보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화상환자들은 그 모습을 다시 되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그 무엇으로도 화상으로 생긴 상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한 환자가 피부 이식 수술을 46번 정도 받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 수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누군가를 도울 거라면 이런 분들을 도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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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화상후원재단의 대표로서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 화상후원재단과 나눔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공부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나눔을 하면서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을 때 제가 모르는 부분, 부족한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눔은 그저 따뜻한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인줄 알았는데 복지에도 경영이 필요하더라고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다양한 복지 관련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어느 정도까지 홍보를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그들의 아픔을 공개해야 하는지입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한번 더 회자될 때마다 또 한번 상처를 입을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약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본보기가 되어서 세상의 많은 화상환자들이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화상환자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도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후원금입니다. 마음도 중요하지만 피부 이식을 받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후원금이 가장 절실한 것이죠. 또한 화상을 통해 입은 외형적인 상처뿐 아니라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변해버린 외형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숨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의 내면을 치유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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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1년부터 많은 화상환자분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다면요?

군대에서 전기 화상을 입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보름간 중환자실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정신은 깨어 있었던 거죠. 아파도 소리도 못 지르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 친구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 친구가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우리 집 복덩이’라고 태어났는데, 나중에 의료비 때문에 집이 어려워지고 하니까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복덩이가 맞는 게 많은 분들 덕분에 수술을 할 수 있었고, 제가 받은 만큼 저는 죽을 때까지 적어도 한 명의 화상환자는 꼭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정말 감동이더라고요. 스타 강사가 되고 싶다고 한 그 친구는 현재 임용고시를 봤다며 기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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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단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안타까운 순간이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은 누군가가 저로 인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 것이었어요. 머리 화상을 입었던 한 친구가 저를 보고 “대표님~ 저는 천사 같은 대표님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러 갔더니 정말 자격증을 하나 따왔더라고요. 머리 화상을 입었었고, 그전에도 영민했던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훨씬 감동이 컸죠. 저로 인해 이렇게 한 친구가 노력을 하고 변화를 하고 발전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안타까웠던 순간은 다리 뒷부분에 화상을 입은 친구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계속 서서 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피부암으로 발전했고 암 진행이 급속도로 빨라져서 결국 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밝고 해맑은 친구였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당시 일이 있어서 장례식장에 못 간 것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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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대표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바로 행복입니다. 나눔을 통해 제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통해 자신이 더욱 힐링이 되고 치유가 됩니다. 나눔을 하다 보면 중독이 되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저를 낮춰보게 되죠. 내가 얼마나 가진 게 많은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 그들에게 큰마음이 되어서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기 때문에 나눔은 참 매력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지금 하고 계신 일 이외에도 더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캠페인을 하나 벌이고 있습니다. 숭례문이나 낙산사처럼 우리 문화재가 화재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티셔츠를 하나 제작해서 홍보하려고 합니다. 벨 하나만 누르면 119와 바로 연결되게끔 하는 시스템 구축과 낙후된 소화기 교체 사업, 소화기 사용법 교육 등을 통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또한 고아원이나 단체 생활을 하는 곳, 저소득층에게 화재 예방 및 안전 교육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불이 났을 때, 화상을 입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움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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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화상환자분들께 어떠한 도움을 더 주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화상환자들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며 계속 숨어 있곤 합니다. 심리치료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화상환자들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세상 밖으로 꺼내 주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화상환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끔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의 대표로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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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건강나래> 독자분들께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 대표로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나누면 행복이 되고 나누면 힐링이 됩니다. 해외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나라에도 힘든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나눔은 돈일 수도 있지만 마음이고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봉사활동 가셔서 그분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따뜻함을 나누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눔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돈을 좀 모아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은 어렵고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그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작은 손길부터 나눔을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About 설수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미스코리아 선(善)으로 데뷔했다. 이후 시트콤,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서 배우 활동을 해왔다. 특유의 입담으로 각종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11년부터는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의 대표로서 화상환자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며 따뜻한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