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위의 판타지, 보드게임의 세계로

 

지난 1월 성황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템들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이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추억의 게임 <부루마블>을 기억하시는지? 조그마한 판(보드)과 가짜 지폐 몇 장으로 우리를 환상 속으로 초대하며 전 세계를 호령하는 대부호로 만들어 주곤 했던 바로 그 게임.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전자오락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시대에도, 꾸준한 신작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보드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보드게임이란 게임마다 달라지는 일정한 게임판을 두고 몇 개의 말과 함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을 말한다. 재미는 물론이고 사람들과의 친목을 다져주기도 하며 아이들의 교육자료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드게임. 오늘은 그런 보드게임의 세계와 상황별 추천 보드게임들에 대해 알아보자.

 

 

 

DSC03108

 

 

모두를 위한 파티게임 – <할리갈리>

보드게임 중에서도 간단한 룰과 함께 다수의 인원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들을 파티게임(Party Game)이라고 한다. 그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파티게임이 바로 <할리갈리(Halligalli)>일 듯하다. 할리갈리는 가운데에 작은 종을 두고 나눠 가진 다양한 과일 카드를 한 장씩 내려놓으며 동일한 과일 5개를 먼저 찾았을 때 재빨리 종을 치는 사람이 카드를 모두 가져가는 게임이다.

 

DSC03086 DSC03116

 

종을 잘못 치면 자신의 카드를 1장씩 모두에게 나눠주게 되고, 가장 먼저 카드를 모두 잃으면 게임에서 빠지게 된다. 이렇게 가장 오래 남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실제로 해보면 아주 간단한 룰로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설거지나 벌주 등의 벌칙을 걸고 하면 조금 더 박진감 넘치는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단, 분위기가 과열되다 보면 손톱에 할퀴어지는 등의 부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DSC03142

 

가족과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 – <카탄의 개척자>

1955년에 발표된 독일의 유서 깊은 보드게임 <카탄의 개척자>는 복잡하지 않은 룰과 보다 깊은 몰입감으로 달콤한 재미를 선사한다. <카탄의 개척자>는 카탄이라 이름 지어진 섬에 플레이어들이 마을을 짓고, 도시를 지으며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게임이다. 황무지였던 섬을 내 도로와 도시로 가득 채워가며 발전의 즐거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게임이다.

 

DSC03145 DSC03150

 

주사위를 던져 도시나 마을을 지을 자원을 획득하다 보니 운도 크게 작용을 해서 섣불리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또한 다른 플레이어와의 거래(혹은 방해)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다른 플레이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두면 외교 활동에 도움이 된다. 경쟁심, 보람, 행운의 작용까지 그야말로 복합적인 즐거움을 가득 품고 있는 게임이다. 3~4명이 플레이 가능한 게임이니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게임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관건은 위치 선정과 운이다.

 

 

 

DSC03157

 

헤비 게이머를 향한 입문 – <도미니언>

다양한 보드게임을 통해 다른 세계로의 몰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당신에게 헤비 보드게이머(Heavy Boardgamer)의 세계로 진입하는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헤비 게이머로서의 입문에 적합한 보드게임을 소개한다. 바로 2009년 독일의 올해의 게임상(SDJ, Spiel des Jahres)에 빛나는 <도미니언>이다. 게임의 기본적인 목적은 다양한 카드의 조합을 통해 내 왕국을 부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돈을 모아 속주와 공작령 등의 영토 카드를 구입하여 땅을 넓히는 것(개념적으로 보았을 때)이 가장 우선시된다. 영토(땅) 카드들에는 점수가 부여되어 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이 땅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 즉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DSC03159 DSC03154

 

<도미니언>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적으로 카드를 모으는 재미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차례마다 ‘덱’이라고 부르는 나의 카드 더미에서 무작위로 카드를 뽑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내가 원하는 카드를 자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드가 뽑힐 확률이 올라가도록 그 카드를 다수 구입해 내 ‘덱’에 넣어두어야 한다. 각 카드들은 구입, 공격, 추가 행동 등을 하게 하는데 카드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점수가 결정된다. 행동력과 운을 포함한, 복잡한 재미를 제공하는 보드게임이다.

가볍게 즐기는 가족 단위의 보드게임도 좋고, 헤비 보드게임들 중에서는 쉬운 편에 속하는 <도미니언> 같은 게임도 좋다. 두려움과 경계를 풀고 차근차근 보드게임의 세계에 발을 담아 나가다 보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보드게임만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