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까?’ 매일 하게 되는 대표적인 고민거리다. 특히 짧은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결정은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맛집편집샵’이 요즘 인기다. ‘셀렉다이닝(Select Dining)’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장사가 잘되는 맛집만을 한 군데에 모아 위와 같은 고민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은 남자친구, 파스타가 먹고 싶은 여자친구가 한 공간에서, 그것도 이미 검증된 맛집의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셀렉다이닝’은 최근 강남, 홍대, 시청, 건대 등 유동인구가 많고 직장인 수요가 많은 곳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오늘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셀렉다이닝’에 대해 알아보자.
푸드코트의 업그레이드 버전?
‘셀렉다이닝’이 근자에 화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는 과거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혹은 쇼핑센터 등의 ‘푸드코트(food court)’가 바로 그것이다.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셀렉다이닝’과 ‘푸드코트’가 같다. 그럼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바로 음식의 질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푸드코트’는 하나의 식자재 업체에서 한식, 양식, 중식, 일식까지 무수한 메뉴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각 메뉴마다 전문성을 확보하기가 용이치 않고, 제품의 맛 또한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셀렉다이닝’의 경우는 ‘맛집편집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편집자(Editor)가 거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별한 전국의 맛집들을 한 공간에 모아둔 것이므로, 편집자의 노고로 집결된 ‘보장된 맛’을 제공한다. 무엇을 선택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맛집과 고객, 모두의 WIN-WIN
이런 ‘셀렉다이닝’은 소비자뿐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게도 훌륭한 기회로 작용한다. 이미 다른 가게들로 꽉 들어찬 유동인구가 많은 부지에 입점이 가능한 데다, 테이블 세팅과 뒤처리 등을 모두 ‘셀렉다이닝’ 업체에서 맡아 하기 때문에 작은 주방 안에서 메뉴 제공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렉다이닝’ 업체는 각 가게의 매출에 따라 매출 수수료를 부과하여 이익을 얻고, 다시 서비스와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면서 총괄 관리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의 지역 맛집이 좀 더 편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택의 무게를 덜어주는 셀렉다이닝
음식점을 방문한 뒤 실망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실패한 선택’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셀렉다이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셀렉다이닝’에 입점해 있는 모든 가게들은 수백 곳 이상의 지역 식당들 가운데에서 편집자의 안목으로 간추려낸 ‘핵심 맛집’이다. 검증된 후보들 안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혹시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크게 완화된다. 무엇을 선택하든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으니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러 갈 수 있는 것이다. 대다수 백화점에서도 요즘은 이와 같은 셀렉다이닝 콘셉트의 푸드코트를 조성하고 있다.
백화점이 자리한 지역의 맛집, 혹은 그 백화점에서만 제공하는 특별한 맛집을 구성하여 가게 자체의 매출은 물론이고 고객을 끌어 모으는 홍보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거대한 자본이 동원되는 백화점의 경우는 해외의 유명한 맛집까지 발 빨리 섭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한 백화점에서 미국의 유명 드라마에 등장한 컵케익 가게인 ‘M’베이커리의 한국 1호점을 오픈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형성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2시간가량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이 가게 하나가 백화점 매출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편집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
교통의 발달로 지역 간의 경계가 옅어지고 인터넷과 각종 매체를 통해 맛집 정보가 공유되면서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맛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유명 맛집의 음식을 제공하고 맛집에게는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셀렉다이닝’은 굉장히 현명한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의 안목을 팔아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업인 셈이다.
이런 ‘셀렉다이닝’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편집자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불안감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때,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셀렉다이닝’을 찾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집자가 철저히 객관적이고 정확한 안목을 유지하는 데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