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라인을 꿈꾸며, 매혹적인 발레

 

온 국민이 부국(富國)을 꿈꾸며 노동에 전념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 사람들은 조금씩 개인의 삶의 풍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에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취미 생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런 사람들의 수요에 맞춰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의 세계가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 취미 활동 중에서도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발레(ballet)다. 운동을 통한 자기 계발이 필수적이라 여겨지는 이 시대, 강한 운동량과 자기표현 욕구, 거기다 어린 시절 품었던 낭만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는 취미 발레에 대해 알아보자.

 

 

 

선입견부터 깨자!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발레

발가락 끝으로 고고하게 서서 아름답게 몸짓하는 발레리나, 그리고 마치 무중력상태에 있는 듯 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발레리나의 점프. 발레라 하면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아닌가 싶다. ‘이런 동작을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에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발레 학원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레가 처음인 당신은 당연하게도 저런 동작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 발레의 재미로 꼽는 요소 중의 하나가, 새로운 동작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다. 생전 처음 취해보는 낯선 동작에 민망함을 감출 수 없지만, 꾸준히 흉내를 내다보면 어느 순간 그 동작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 조금씩 바뀌어가는 자신의 몸을 보며 동작 하나하나를 몸에 익혀 내 것으로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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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발레를 시작하기 망설여지는 이유는 바로 ‘의상’이다. 몸에 쫙 달라붙는 레오타드는, 특히나 운동에 미숙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의 몸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꺼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취미 발레 수업에서는 레오타드 위에 편한 티셔츠를 입어도 되고, 스커트나 반바지를 덧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남성의 경우도 트레이닝복이나 티셔츠, 아니면 레깅스에 반바지를 덧입어도 된다. 취미 발레 수업은 학습자가 편하게 발레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므로 너무 걱정 말고 학원 문을 두드려 보자. 발끝으로 몸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토슈즈(toeshoes) 또한 마찬가지로, 일정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신을 필요가 없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발레에 익숙해졌다는 증표로서 그에 대한 낭만을 품기도 한다.

 

 

 

결단코 만만치 않은 발레의 운동량

곱디고운 발레리나들을 떠올리며 발레가 무슨 운동이 될까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발레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본다면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발레리나처럼 부드럽게 손짓 발짓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강한 근력이 필요하다. 발레의 기본자세인 ‘풀 업(pull up)’은, 머리와 목, 등을 쑥 뽑아 올리듯 곧게 펴고 숨을 살짝 내쉬며 갈비뼈 안쪽의 횡격막을 닫아 배에 힘을 주는, 동시에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게 골반에 똑바로 힘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발레의 모든 동작이 풀 업을 한 상태로 수행되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풀 업 상태로 5분만 서있어도 전신에서 땀이 쏟아질 정도이다. 거기다 풀 업을 한 채로 팔과 다리까지 움직이려다 보면 상상 이상으로 격렬한 운동에 정신을 차리기도 어렵다.

 

Ballerina pose from behind dancing in studio

 

이 풀 업이 바로 발레리나들의 곧은 자세를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굽은 등을 펴주고 빠진 골반을 바로잡아주며 머리와 목이 일직선이 되도록 해주는, 발레가 자세 교정에 아주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렇게 풀 업을 하다 보면 키가 커지기도 하는데, 불균형한 자세 등으로 내 안에 숨어 있었던 수 센티미터가 자세를 바로 함으로서 나의 키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남성들도 발레를 배워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Ballerina Legs closeup. Ballet Shoes. Pointe

 

또한 어깨에 힘을 빼고 팔꿈치를 들어야 하는 발레의 기본 팔 동작은 덜렁덜렁하는 팔뚝살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고, 허벅지를 위로 당기며 골반을 조이는 하반신의 동작들은 울퉁불퉁한 허벅지 근육을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발레를 하면서 종아리 알이 생긴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자세로 인해 종아리에 과도한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발가락만 바닥에 닿게 한 채로(demi-point) 발뒤꿈치를 훌쩍 들어 올리는, 흔히 업(up)이라고 부르는 를르베(Relevé) 자세를 할 때 종아리로만 버티다 보면 알이 생길 수 있다. 완전하게 발등을 바닥과 수직으로 만들고, 배와 엉덩이를 위로 올리듯 힘을 주며 전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Male ballet dancer jumping against sun set

 

표현예술이 주는 기쁨에 대하여

그렇게 발레의 동작들에 익숙해지고 음악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다 보면, 예술로서의 발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생긴다. 발레란 애초에 몸을 이용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고도의 예술이었다. 비록 운동 삼아 시작한, 어찌 보면 단순한 흉내 내기에 불과한 취미 발레이지만, 그럼에도 발레가 가진 이 예술성은 강렬하게 우리를 훑고 지나간다. 내면 깊은 곳의 무언가가 내 몸을 통과해 사방으로 뻗어나갈 때의 그 희열과 충족감,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줄 때의 기쁨은 오직 표현예술만이 선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일상에서 어지간해선 느끼기 어려운 이 같은 감각은 한 번 느끼고 난 뒤에는 절대로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동작을 보다 잘 익히기 위해 땀 흘리게 된다. 진지한 자세로 발레를 마주하며 더없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예술이 지니는 가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취미로 접한 예술 활동이지만 거기서 얻은 에너지가 일상에 힘을 주고, 그렇게 이루어진 탄탄한 일상이 삶을 굳건히 떠받쳐주면서 우리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14세기부터 이어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발레는 아름다운 몸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수 세기 동안 축적된 지식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열정을 가진 수많은 전문가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몸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고뇌하고 또 고뇌했고, 그 결과물들이 모두 더해져서 지금의 발레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예부터 귀족적인 예술이었던 발레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우리도 저 깊은 지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기회를 모르고 넘어간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 아닐까? 여가 시간을 활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발레가 어떤 것인지 한 번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쫄쫄이 레오타드가 필수사항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