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에 쌓아둔 ‘화’ 놔두면 ‘화병’ 된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스트레스를 천형(天刑)처럼 안고 산다. 이를 건강하게 분출하면 좋으련만 스트레스와 화를 억누르고 제대로 풀지 못할 때가 많다. 귀성전쟁, 상차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등 소위 ‘명절 스트레스’로 불리며, 추석이나 설날에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문제는 화가 쌓이다보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울화라고도 불리는 화병에 대해 알아 보면서 내 안의 화를 슬기롭게 다스리는 훈련을 해보자.

 

 

화병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몸 이곳저곳이 쑤시는데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도 심한데 병원에서는 정확한 병명을 내놓지 않는다. 당신이 만일 이런 증상에 시달린다면 화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화병은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정신의학적 증후군으로 단일 병명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의학계 정신과 분류에서는 우리나라의 화병과 대치할 수 있는 항목들로 신체화장애(Somatization disorder), 큰 우울증(Major depression), 감정부전장애 (Dysthymic disorder),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공황장애(Panic disorder), 강박장애, 적응장애를 꼽는다는 보고서도 있다.

화병을 정신장애 진단분류 중 어디에 해당된다고 봐야할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연계증후군으로 봐야할지를 놓고 정신의학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아직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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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심한 스트 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1년에 약 11만 5천 명, 2012년에 약 12만 1천 명, 2013년에 약 11만 명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남자 환자 수는 평균 4만 5천 명이었고, 여자 환자 수는 평균 7만 명이었다. 남자보다 여자 환자 수가 많다는 사실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세대별로 보면 남녀 모두 40~59세의 중년층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화병, 이대로 두면 안 된다

화병 진단만을 위한 검사나 뚜렷한 치료 방법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이마에 얼음주머니 하나 올린 채,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시름시름 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화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환자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도를 넘어섰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 노력 없이 화병을 방치한다면 더욱 심각한 우울증 및 공포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감정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화가 나면 당장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른다. 호흡도 불규칙 해진다. 스트레스 감정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그만큼 신체도 심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벼운 두통에서 시작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고혈압, 천식, 당뇨병, 궤양 등의 질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호흡기,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등 스트레스나 분노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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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치료는 없다, 그러나!

화병 증세가 심각해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거나, 각 시-군-구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보건센터 등을 방문해 상담이나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발병 이전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는지 자세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적 질환이 원인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을 해봐야 한다.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로 화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의 수단으로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된다. 항우울제는 복용 후 2~3주 이상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불안 혹은 불면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처방 하기도 한다. 정신 치료는 환자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과 대인관계, 성격 등을 바꿔 화병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방법이다. 단, 이 방법은 오랫동안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상담치료나 이완요법, 호흡요법,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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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잘 관리하는 것이 포인트

화를 효과적으로 조절해야 화병에 이르지 않는다. 그러려면 평상시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복식 호흡이나 명상을 하도록 하자. 순간적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격해져 분노가 통제되지 않을 때는 잠시 그 자리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 돌아오는 것이 좋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건전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쌓여있던 감정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화병을 앓는 사람은 술이나 커피처럼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