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마음에 등불을 켜는 ‘미술치료’

 

나무 한 그루를 그린 그림만 봐도 그린 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받은 상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림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갈등, 억압된 욕구, 성격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림과 만들기 등의 미술 활동을 통해 마음이 병든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법이 있다. 바로 미술치료다. 미술치료법은 정신질환이나 만성 질환 등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보완대체요법으로 쓰인다. 미술치료의 효과와 함께 간단한 미술치료 기법에 대해 알아본다.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 작품을 만들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심리치료 방법 중의 하나다.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나 발현되지 않은 내면세계를 미술 활동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자아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이 치료법은 심리적 충격을 받은 아동들이나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아동들에게 유용한 치료법이기도 하다.

미술치료는 보이지 않는 심상을 드러내는 자료로, 이를 통한 분석과 치료가 가능하게 하며, 미술활동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으로 인해 자신의 의식 속에 내재된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독특한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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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인원이 2009년 55만 6천 명에서 2013년 66만 5천 명으로 19.6% 상승했다. 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ADHD) 진료 인원도 동일한 기간 동안 5만 2천 명에서 6만 명으로 증가율을 보였다.

 

미술치료는 정신분석적인 치료의 도입 수단이기 때문에 주로 우울증이나 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 아동에 대한 미술치료프로그램은 각 지역별 아동청소년심리센터나 심리상담센터 등의 기관에서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술치료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나 각종 심리적 문제, 대인관계 문제를 가진 사람에게도 매우 효과적인 치유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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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술활동의 재료는 종이, 연필, 물감, 색연필, 점토 등으로 다양하며, 여러 재료를 활용해 콜라주를 만들기도 한다. 미술치료는 개인 혹은 집단의 형태로 진행된다. 집단치료의 경우,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용해 감정적인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구성원들과 대인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성을 배우고, 여러 사람이 보는 관점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미술치료는 도입-활동-토론의 순으로 진행된다. 제일 먼저 상담자와 치료 대상자(내담자)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 다음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결과물이 나오면 내담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상담자는 그 결과물 분석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돕는 과정을 거친다.

미술치료를 받을 때는 미술활동에 대한 거부감이나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보통 어린이는 미술활동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 자연스럽게 자신의 심리 상태를 표현한다. 하지만 성인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술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상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극복한 뒤, 이를 통해 진지하고 솔직하게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간단한 미술치료 기법 알아보기

 

미술치료 기법 중의 하나인 그림에 의한 평가기법은 인물화 검사(DAP Test), 동그라미 중심의 가족화(PSCD), 집-나무-사람 그림 검사(HTP Test), 자화상 그림 검사(SPD Test), 풍경구성법(LMT)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몇 가지 기법의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1) 동그라미 중심 가족화 기법

PSCD 기법은 내담자가 동그라미 안에 그려 넣은 자신과 가족들을 보면서 가족과 자신과의 관계 및 심리상태를 짐작하는 방법이다.

* 지시 내용: “동그라미의 중심에 가족과 자신을 그려보세요. 사람을 그릴 때는 전신을 그려주세요. 원 주위에는 가족 구성원과 연관된 것을 각각 떠올려서 무엇이든지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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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물 해석

① 인물의 크기는 그 인물에 대한 내담자의 심리적 영향의 크기, 내담자의 내면에 있는 힘의 양과 비례한다.

②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그 인물들에 대한 내담자의 감정을 진단할 수 있다.

③ 인물 간의 거리는 실제 내담자와 그 인물간의 심리적인 거리를 드러낸다.

④ 인물의 얼굴 방향이 앞모습이면 긍정적인 관계, 옆모습이면 반(半)긍정적인 관계, 뒷모습이면 부정적인 관계를 표현한다. 옆모습이라도 표정이 밝으면 긍정적인 관계로 판단한다.

⑤ 그림 속에서 중심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살펴봄으로써 가족 내의 중심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

⑥ 신체의 일부분을 생략한다는 것은 그 신체 부위의 기능을 거부하거나 불안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반대로 신체의 일부분을 강조하면 그 부위의 기능에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눈을 생략하면 그 인물을 회피하는 마음을, 눈을 과장되게 그리면 지나친 호기심이나 경계를 나타낸다. 코를 생략하면 관계에서의 위축된 마음을, 코를 과장하면 외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입을 생략하면 우울 상태에 있거나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하지 않는 마음을 나타내며, 입을 강조하면 정서적 교류에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발을 생략하면 불안정한 마음을, 발을 강조하면 안정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외에도 목, 턱, 팔, 손, 다리, 몸통, 자세, 옷 등의 모습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읽을 수 있다.

⑦ 가족 구성원들과 연관된 각각의 사물을 통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 집 그림 검사

집 그림 검사를 통해서 내담자가 성장해 온 가정상황뿐 아니라 가족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지시 내용: “집을 한 채 그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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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물 해석

① 지붕을 크게 그리고 다른 부분은 작게 그렸다면, 내담자가 대인관계에서 도피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② 지붕을 그리지 않았다면 그가 현재 위축되어 있는 성격으로 짐작할 수 있다.

③ 문을 크게 그렸다면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며, 문을 작게 그렸다면 대인관계에서 부끄러움이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열쇠를 그렸다면 의심이 많거나 방어적이라는 뜻이며, 집 측면에 문을 그렸다면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것으로 파악한다.

④ 문을 그리지 않았다면 내담자가 대인관계를 거부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⑤ 창문을 많이 그렸다면 내담자가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원하는 욕구가 큰 것이며, 창문을 너무 작게 그렸다면 그가 환경이나 사람과의 접근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뜻한다. 창문에 커튼이 그려져 있다면 상담자가 가정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데 관심이 많거나 외부로부터의 제한적인 접근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 창살이 있는 창문을 그리면 가정의 안전을 원하거나 집이 감옥과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⑦ 창문을 그리지 않았다면 내담자가 위축되어 있거나 편집증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⑧ 벽의 선을 튼튼하게 그렸다면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며, 얇은 벽을 그렸다면 상처받기 쉬운 자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⑨ 굴뚝을 크게 그렸다면 가정의 평안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온다면 가족 사이에 갈등이나 정서적인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⑩ 굴뚝을 그리지 않았다면 불안정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⑪ 침실을 강조해 그렸다면 우울증에 빠져있는 상태일 수 있고, 부엌을 강조했다면 애정의 욕구와 의존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거실은 사회화를 의미하며, 화장실은 깨끗함을 강조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3) 나무 그림 검사

나무 그림 검사를 통해 내담자의 정신성숙도를 알 수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나무로 흔히 표현하기 때문이다.

* 지시 내용: “나무 한 그루를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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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물 해석

① 뿌리를 강조해서 그렸다면 스스로를 불안정하다고 느끼며, 미해결된 과거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② 뿌리를 그리지 않았다면 현실에서 안정감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자신감이 없음을 나타낸다.

③ 뿌리는 그리지 않고 땅을 그렸다면 내적 자아와의 단절감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④ 그루터기만 그렸다면 심한 우울감과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⑤ 나무기둥에 상흔을 그렸다면 성장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가 있음을 의미한다. 가정폭력을 목격한 아동은 이런 상흔을 많이 그리는 경향이 있다.

⑦ 나무기둥이 가늘다면 자신이 불안하게 살고 있음을 드러내며, 나무기둥이 너무 굵다면 실제 자아는 불안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기둥을 크게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무기둥이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게 그렸다면 내면의 힘이 약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날리게 그렸다면 주위의 압력과 긴장이 있음을 나타낸다.

⑧ 나뭇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다면 우울증이 있거나 과거의 미해결 과제에 심리적으로 매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뭇가지가 위로 향해 있는 그림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욕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둥보다 나뭇가지를 더 크게 그렸다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만족감을 얻고자 매우 애쓰는 데서 오는 부적절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양쪽 똑같이 그렸다면 내담자가 융통성이 부족하고 강박적인 성향일 수 있다.

⑨ 나뭇잎이나 열매가 떨어지고 있거나 떨어져있다면 대인관계 또는 정서적으로 좌절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⑩ 나무에 열매나 꽃, 잎, 동물, 새를 그린 그림은 자신의 불안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를 표현한다. 과일을 그렸다면 사랑과 관심을 주고받길 원하는 심리를, 꽃을 그렸다면 자기를 과장되게 보이려는 심리를, 나뭇잎을 그렸다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타낸다. 또한 나무속에 동물을 그렸거나 둥지 속에 있는 새를 그린 그림은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며, 새가 밖으로 뻗은 가지에 앉아 있다면 자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⑪ 나뭇가지를 그리지 않았다면 환경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